불황에는 확실한 고객을 잡아라
소비 시장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영세 소상공인들은 불황에도 수수료를 낮추지 않는 카드사에 대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 평소라면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휴일이 아닌 날에 점포를 닫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이지만 궐기대회에 참여하느라 하루 장사를 닫았다는 상인들도 적지 않으니 소상공인들의 사정이 얼마나 팍팍한지 엿볼 수 있다.그래도 창업 시장에 등 떠밀려 나오는 예비 창업자들은 오히려 늘고 있으니 시장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아이템은 불안하니 그나마 팔리는 듯한 업종에 몰리는 형편이라 문 닫은 점포 자리에 새로 생기는 것이 카페 아니면 식당으로 특정 업종 간 경쟁이 날로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때 더욱 필요한 것은 철저한 시장조사로 수요를 읽어내는 것이다. 남들이 돈 벌었다는 업종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시장을 찾아가는 실리적인 창업이 필요한 때다. 우리 아이 데리고 갈 곳이 필요해
“우리 동네엔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곳이 없어요.” 전업을 구상 중이던 남편은 아내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고 ‘키즈카페 어린왕자’ 보라매점을 개점했다. 공원 산책도, 쇼핑도 잠깐이지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쉴 공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오픈한 카페는 평일에는 아이 손을 잡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들어오고 주말엔 룸에서 아이들의 생일파티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1명당 7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어른들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차나 식사 메뉴를 시키면 된다. 놀이기구와 장난감이 널려 있고 때때로 마술 공연 같은 이벤트도 펼쳐져 아이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에 정신이 없어 엄마들은 모처럼 테이블에서 편안히 식사도 하고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입장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노느라 점심에 저녁까지 먹고 가는 가족도 있다니 고객층은 확실히 잘 잡고 있는 듯하다.
아이와 엄마, 또는 가족 단위로 고객층이 뚜렷해 “고객 특성을 확실히 파악하지 않으면 큰코다친다”고 점주는 말한다. 아직 키즈카페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기대치를 너무 높게 갖고 있는 고객들은 더 높은 수준으로 아동을 돌봐주기를 바라고, 또 그렇지 못하면 그 불만을 고스란히 또래 집단의 엄마들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키즈를 반기는 ‘카페’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마케팅의 관건일 듯.
496㎡(150평) 규모의 너른 홀은 각종 놀거리도 풍부하지만 테이블을 많이 갖춰야 회전율이 낮은 업종 특성을 극복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넓고 주차하기가 쉬운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레스토랑과 놀이방의 장점을 결합한 특성상 맛있는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인력과 아이들과 놀아주는 홀 인력의 수준이 상시 유지돼야 하므로 종업원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 업종과 달리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성수기인 키즈카페는 방학이 되면 더욱 바빠질 것이다. 확실한 고객층이 있지만 소수의 불만 고객이 다른 고객층에까지 파급효과가 큰 섬세한 업종이니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지역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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