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완료…‘롱숏 전략 적극 활용’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한국형 헤지 펀드의 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 펀드의 운용 자격을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보다 자산운용사에 먼저 허용했다. 자산운용사는 이미 혼합 자산 펀드 운용의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탁액 10조 원과 인력 요건만 갖추면 이른 시일 내에 허락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호 한국형 헤지 펀드’는 자산운용사에서 나올 전망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선에 선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대표적 자산운용사 헤지 펀드 담당자들에게 한국형 헤지 펀드의 준비 상황과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오랜 기간 헤지 펀드 운용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현재 준비 상황이 궁금합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AI운용본부장(이하 서 본부장) : 지난 3월부터 한국형 헤지 펀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왔습니다. 운용은 물론 리서치·컴플라이언스·마케팅·전산 등 모든 인력들이 투입됐습니다. 현재 10여 명 선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현경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멀티스트레티지 본부장(이하 이 본부장) : 미래에셋맵스도 2003년부터 절대 수익 추구형 펀드 및 구조화 펀드 등에서 롱숏 전략,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활용해 운용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형 헤지 펀드 도입에 맞춰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레버리지나 공매도 전략을 활용할 것을 검토 중입니다. 퀀트 리서치 역량과 절대 수익 전략 운용 경험이 있는 내부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겠죠.

김진형 삼성자산운용 마케팅 본부장(이하 김 본부장) : 삼성자산운용 역시 헤지 펀드와 유사한 전략으로 주식·채권·퀀트 등 3개 본부에서 개별적으로 펀드를 운용해 왔습니다. 타사에 비해 규모가 큰 리서치 조직, 퀀트 조직, 전략 분석 및 시스템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게 장점입니다. 또 레버리지 관리 등 발생할 수 있고 통제돼야 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형 헤지 펀드’를 향해 뛰는 사람들
헤지 펀드 운용은 운용 인력의 퀄리티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운용 인력을 평가하자면.

이 본부장 : 미래에셋맵스에서 운용을 맡을 멀티 스트래티지 운용본부는 통계학·수학·컴퓨터공학 등 이공계 백그라운드에 경제 경영학 전공자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퀀트·커머더티·인덱스·구조화펀드 등 다양한 펀드 운용 경험이 있죠. 이 밖에도 국내 주익 이외에 해외 주식, 금, 농산물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고 있어 헤지 펀드 전략의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우리의 강점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참신한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서 본부장 : 한국투자는 작년부터 1년 넘게 국내에서 롱숏 에쿼티 방식을 활용해 사모 펀드를 운용해 연 12% 이상의 수익 낸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얻은 경험이 한국형 헤지 펀드를 운용하는 데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또 3월 출시한 공모형 유싯(UCITS) 펀드의 성과도 향후 헤지 펀드 운용에 좋은 보탬이 될 겁니다.

김 본부장 : 삼성자산운용에서는 펀드 운용 인력은 물론 전문성 있는 회계사와 공인재무분석사(CFA)를 운용 조직에 갖추고 있습니다. 또 모델 및 퀀트 분석을 위해 퀀트운용본부와 투자전략팀을 동시에 이미 전략운용본부를 통해 절대 수익 추구형 주식 펀드를 운용해 오고 있습니다.
‘한국형 헤지 펀드’를 향해 뛰는 사람들
헤지 펀드를 준비하면서 이 펀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김 본부장 : 장점은 특정 투자자를 대상으로 목표한 성과를 추구하기 위해 기존에 적용한 투자 제한 및 비중의 제한을 받지 않아 운용역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므로 초과 수익 기회가 있는 차별화된 성과 추구가 가능합니다. 단점을 꼽자면 헤지 펀드는 설정 및 환매가 제한되고 기준 가격이 매일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이 일반 공모 펀드에 비해 낮습니다. 또 레버리지를 활용하므로 변동성이 심한 시장 상황에서는 예상하지 않은 대규모 손실도 가능하죠.

이 본부장 :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겠지만 헤지 펀드는 시장 수익률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헤지 펀드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시장 상황과 무관한 수익 달성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시장 수익률과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헤지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덧붙이자면 헤지 펀드는 보유 포지션, 수익률에 대한 폐쇄성을 갖고 있습니다. 투자 전략이 공개되면 추종 매매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포트폴리오나 수익률이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고 시차를 두고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서 본부장 : 시장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좋은 투자 기회를 줍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헤지 펀드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최근처럼 금리가 낮아 예금의 수익률이 낮고, 변동성이 커 주식의 위험성이 큰 시기에 좋은 대안이 된다고 봅니다.

반면 전략이 워낙 다양해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한국형 헤지 펀드는 대부분 에쿼티 롱숏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글로벌 헤지 펀드처럼 변화무쌍한 투자를 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봅니다.

이 본부장 : 실제로 헤지 펀드의 투자 전략들을 이해하기 까다롭습니다. 헤지 펀드는 일반 공모형 펀드와 달리 펀드마다 운용 전략과 특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실제 투자에 앞서 운용 전략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전략별로 시장 환경에 따라 수익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시장 급락·급등 시 수익률 추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수익률이 미래에도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운용 전략에 대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한국형 헤지 펀드’를 향해 뛰는 사람들
개인 투자자는 5억 원이라는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본부장 : 헤지 펀드는 본질적으로 소수의 투자자에게 직접 운용 전략을 소개하고 알파(초과 수익)를 추구하는 펀드입니다. 즉 헤지 펀드는 고액 자산가의 자산운용에 서 ‘집사’와 같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액 투자자가 헤지 펀드에 투자할 때는 헤지 펀드의 투명성과 운용 전략을 이해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대응도 가능한 재간접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물론 재간접 상품 역시 운용사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정확한 방법으로 헤지 펀드를 조사하고 추적하고 있는지를 사전에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는 재간접 상품은 향후 헤지 펀드의 위험을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 본부장 : 이 때문에 저 역시 개인 투자자라면 재간접 헤지 펀드나 공모형 재간접 헤지 펀드를 통해서도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재간접 헤지 펀드는 다양한 헤지 펀드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 분산 효과가 높아집니다. 또 이른바 유싯 펀드도 헤지 펀드의 대안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 본부장 : 개인 투자자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헤지 펀드가 내세우는 ‘절대 수익’의 개념 정리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헤지 펀드의 절대 수익이란 말 그래도 ‘절대로 마이너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항상 플러스(+)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예금밖에 없습니다. 즉 절대 수익의 의미는 시장 수익률에 대비해 초과 수익을 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즉 시장이 10% 빠졌을 때 5% 정도로 막는다는 얘기죠. 일반적으로 헤지 펀드의 수익률은 연간 9%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는 3~4년 펀드를 유지해야 기록할 수 있는 평균적 수치입니다.

헤지 펀드는 전략의 선택이 성패의 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놓을 헤지 펀드를 어떤 전략으로 운용할 예정입니까.

서 본부장 : 일단 롱숏 에쿼티 전략을 활용해 한국과 아시아 주식에 7 대 3 정도의 비중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페어 트레이딩(pair trading) 전략이나 이벤트 드리븐도 앞으로 고려 중입니다.

이 본부장 : 미래에셋맵스 역시 초기에는 헤지 펀드 전략을 단순화하려고 합니다. 즉 운용 초기에는 수익자의 이해도가 높은 국내외 주식을 이용한 롱숏 전략 등을 활용해 안정적인 운용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향후에는 환율 등을 활용하는 하는 전략도 쓸 예정입니다.

김 본부장 : 롱숏을 활용한 주식 위험 회피(Equity Hedge)를 기본으로 전환사채 차차익 거래(Fixed Income Arbitrage), 원자재 투자 헤지 펀드(CTA) 중심 매크로를 주요 3대 전략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헤지 펀드가 비밀스럽게 운용되는 만큼 좀 더 자세한 건 고객에게만 설명해야겠죠.

이른바 한국형 헤지 펀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서 본부장 : 우리가 내놓을 상품이 좋은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이른바 ‘트랙 리코드’가 쌓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 펀드들과 다른 형태인 만큼 시장에서 정착되는데 1~2년은 걸릴 겁니다. 일부에서는 한국형 헤지 펀드 및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헤지 펀드는 ‘장기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가진 대안 투자 상품’의 개념에서 접근하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형 헤지 펀드를 둘러싼 상황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이유는 일단 주가가 많이 하락해 있다는 점 때문에 ‘롱’을 활용하기 좋습니다. 또 채권에 투자해 봐야 연 4% 이상 얻기 힘든 수준의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헤지 펀드에 긍정적입니다.

이 본부장 : 당연히 장기적으로 운용사들이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내고 투명성을 높여야 성공할 수 있겠지요. 물론 헤지 펀드 도입 초기인 만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헤지 펀드 개념을 바탕으로 현 수준 정도의 가입 및 운용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향후에 투자자의 헤지 펀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헤지 펀드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점차 가입 및 운용에 대한 규제 역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본부장 : 중기적으로 본다면 헤지 펀드 운용 인력의 책임을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보완하기 위해 헤지 펀드 운용 인력의 자기 펀드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헤지 펀드 운용 인력은 다른 증권과 펀드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현재는 자기 펀드에도 투자할 수 없습니다. 또한 다른 펀드도 운용할 수 없으므로 헤지 펀드 운용역이 방관자 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현재의 한국형 헤지 펀드는 일종이 과도기적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헤지 펀드 운용사의 인가 요건 완화 등 헤지 펀드 설립의 편의성을 높이고 해외 프라임 브로커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등이 제도가 앞으로 보강돼야 할 겁니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