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무선통신 기반…전자지갑 기능도


10월 1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공개된 삼성 ‘갤럭시 넥서스’를 보셨나요. 구글의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안드로이드 4.0)’를 처음으로 탑재한 ‘레퍼런스 폰(견본 휴대전화)’입니다.

삼성에 이어 HTC와 모토로라 등 다른 휴대전화 메이커들도 이제 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얹은 휴대전화를 앞다퉈 내놓겠죠. 안드로이드 폰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날 구글이 발표한 내용 중 ‘안드로이드 빔’이란 게 있습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근거리 정보 송수신 기능입니다. 사진·명함·파일·지도·웹사이트 등을 한 전화기에서 다른 전화기로 전달할 때 사용합니다.

안드로이드 빔 기능을 갖춘 두 전화기를 등을 맞대듯이 대고 한 전화기의 화면을 툭 치면 다른 전화기로 전달됩니다. 제 명함을 전화기에 띄우고 손가락으로 툭 치면 다른 전화기로 전달된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A가 친구랑 얘기하다가 “어제 학교에서 찍은 담쟁이 사진 볼래?”라며 자랑합니다. 친구가 사진을 보더니 욕심이 났나 봅니다. “좋다. 빔으로 넘겨줘.” A는 친구 전화기를 받아 자기 전화기와 등을 맞댄 다음 자기 전화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 칩니다. 2초 내지 3초쯤 지나자 친구 전화기에도 똑같은 사진이 뜹니다. “됐지?” A는 사진이 뜬 전화기를 친구에게 돌려줍니다.

안드로이드 빔은 직장인들이 디지털 명함을 주고받을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름·직장·직함·전화번호·e메일·트위터·페이스북 등의 계정이 적힌 디지털 명함을 이런 식으로 전할 수 있다는 뜻이죠. 명함을 서너 종류 만들어 휴대전화에 저장해 뒀다가 만나는 사람과의 친밀도에 따라 집 전화번호까지 적힌 명함을 건네기도 하고 전화번호를 넣지 않은 명함을 건네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기술은 다르지만 얼굴 인식 기반의 ‘레코그나이저’란 서비스도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사람 얼굴에 맞추면 그 사람이 공개해 둔 전화번호·e메일·트위터·페이스북 등의 계정이 뜹니다. 이걸 이용해도 처음 만난 사람끼리 명함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애플은 지난해 레코그나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 신생 기업 폴라로즈를 인수했습니다. 언젠가 아이폰에 이 기술이 적용되겠죠.

안드로이드 빔의 기반인 NFC는 구글만의 기술이 아닙니다. 앞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제 표준 기술입니다. NFC가 적용된 휴대전화는 모바일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죠.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서 대금을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안드로이드 빔이 디지털 명함 시대를 연다
구글은 이런 시대를 열기 위해 이미 구글지갑(Google Wallet)을 내놓고 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KT·SK텔레콤·LGU+ 등이 일제히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정부는 통신사와 카드사가 힘겨루기를 하다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표준화 등을 주도하고 있죠. KT와 SK텔레콤은 아예 카드사를 하나씩 인수했습니다.

지금도 이미 NFC 기능을 도입한 휴대전화가 있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구글이 내놓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와 NFC 기술을 활용한 안드로이드 빔은 NFC 확산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아이폰4S)에 NFC 기능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세가 된다면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겠죠.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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