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지나친 불안감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있다고 판단된다. 믿음만 있다면 약이 아니라도 병이 치료되는 플라세보 효과의 긍정적인 바이러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유럽의 재정 위기로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정부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전환하기로 하고 가진 첫 번째 회의다. 박 장관이 첫 회의에서 강조한 것은 심리적 불안감의 해소였다.
그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대외 불안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실물경제는 경기 회복 흐름이 유지되고 고용시장도 개선되고 있지만 심리 지표를 중심으로 둔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우리 몸에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위기를 극복하는 특유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불안감이 우리 경제에 부담 줘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9월 물가가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4%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9월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에 대해 “국제 금값 상승에 따라 금반지 가격이 오르면서 예상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장관이 9월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만큼 이 같은 결과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실제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랐다고 10월 4일 발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8월(5.3%)보다 낮아졌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1% 올라 오름세가 지속됐다. 소비자물가가 오름세를 보인 데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영향도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전국 56개 도시 22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3%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4%대를 넘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계속 높아지는 것은 올 들어 8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4.5% 오른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불안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경기 회복기에 제때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해 ‘물가 잡기’에 실패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면 고물가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임금 상승 요구가 커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밀어올리는 ‘물가-임금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물가가 불안한 가운데 성장률 전망치도 부정적이다. 아직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나오지 않았지만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물가의 딜레마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우려는 성장 동력이 저하되는 현실에서 높은 대외 의존도가 구조적인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물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과 이동통신 요금 등은 이달에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 재정 위기 등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신영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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