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즉 개방형 혁신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부족한 기술을 산·학·연 공동 연구 및 기업 간 협약을 통해 보다 쉽게 획득하거나 아예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외부 기술을 직접 사들이는 활동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전기전자 업계에서는 각 회사의 특허를 모아 상호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 풀(Patent pool)’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허 하나를 출원하려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의약품 업계에서는 M&A를 통해 해당 회사의 기술을 통째로 사들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내부 역량만으로 연구·개발(R&D)을 수행하던 과거에 비해 갈수록 척박해지는 환경 속에서 R&D 활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 또한 이러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9월 5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폐회한 일본 정기국회에서는 개정 특허법이 통과돼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번 개정에서 높이 평가되는 것 중 하나는 특허 소유자가 바뀔 때 특허의 통상실시권을 등록하지 않더라도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특허 사용 계약’의 보호 강화다.

지금까지는 특허의 실시권자가 통상실시권을 등록한 때에만 특허권자로부터 특허권을 양도 받은 제3자에 대해 통상실시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허권자가 등록을 허락하는 것이 드문 데다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고 특허청에 모든 특허 이용 계약을 등록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A man looks at a Sony's Bravia flat panel TV sets on display at a Tokyo store Tuesday, June 28, 2011. Sony Corp. Chief Executive Howard Stringer says PlayStation Network gamers are "very loyal" and returning to the service in big numbers, as he sought to reassure shareholders following a series of embarrassing hacker attacks.   (AP Photo/Shizuo Kambayashi)
A man looks at a Sony's Bravia flat panel TV sets on display at a Tokyo store Tuesday, June 28, 2011. Sony Corp. Chief Executive Howard Stringer says PlayStation Network gamers are "very loyal" and returning to the service in big numbers, as he sought to reassure shareholders following a series of embarrassing hacker attacks. (AP Photo/Shizuo Kambayashi)
>일본 국회는 ‘특허 사용 계약’의 보호를 강화하는 개정 특허법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도쿄의 한 가전 매장.">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실제로 일본에서는 통상실시권의 등록 비율이 0~1% 미만인 기업이 약 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경영 파탄에 이르러 특허 소유권이 타 기업에 이전되면 기존의 관련 특허의 통상실시권을 등록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던 기업은 새로운 소유자로부터 사용 금지나 손해배상 청구 또는 엄청난 특허료를 요구받을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 특허법 통과로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처럼 따로 등록하지 않고도 특허권을 양도받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돼 갑작스러운 특허 소송에 휘말릴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그만큼 특허 사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도 줄어든 것이다.

이번 특허법 개정의 또 하나의 핵심은 ‘가로채기 출원’에 대한 구제책이다. 개정 특허법에 따르면 발명자가 아닌 사람이나 기업이 출원해 얻은 특허 명의를 발명자 스스로 반환 청구를 통해 되찾아 올 수 있게 된다.

일본의 특허 제도는 먼저 출원한 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선출원주의’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실제 발명자가 누구였든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특허권이 인정됐고 실제 발명자가 먼저 출원하지 않은 이상 실제 발명자에게로의 특허 이전을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로 2002년에 도쿄지방법원이 내린 ‘특수 브래지어 판결’에서도 애초에 실제 발명자가 먼저 출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발명자에게로의 특허 이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밖에 개정 특허법에서는 학회 발표 후에도 특허 출원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특허 유지비용 감면 제도를 확충하는 등 기업의 연구·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모색했다. 일본의 특허 출원 건수는 2006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기업의 연구·개발비 투자는 더욱 급감했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이번 특허법 개정이 일본 기업의 R&D 활동과 효율성 제고에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정아 법무법인 지평지성 일본 담당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