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내 ‘이축권’ 투자 가이드

“이 집(음식점) 주인 재주도 좋네. 어떻게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허가를 내고 장사를 할 수 있지?”

자주 어울리는 필자의 5형제는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시원한 야외 정원이 잘 꾸며진 곳을 일부러 찾아 별식을 먹으면서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도시 생활에 지친 중년의 직장인들도 필자처럼 이런 상상을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위의 예처럼 실제로 그린벨트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음식점은 십중팔구 ‘이축권(移築權)’을 매입했거나 기존의 농가를 리모델링해 영업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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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등 훌륭한 입지 조건을 갖춘 이축권 대상 부동산 투자가 큰 인기다. 인기 있는 곳은 프리미엄만 몇 억 원씩 붙기도 한다.">
그린벨트 내에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축권을 이용해 바로 영업용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대개 기존의 건물을 카페나 음식점으로 용도 변경하려면 그곳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도시 인근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이축권 투자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때마침 도시 근교의 공기 좋은 곳을 찾는 수요와 겹쳐 프리미엄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원래부터 거주한 이축권 권리자가 주택을 신축해 매도하면 훨씬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권리만 양도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많아 인기 지역의 이축권은 웬만한 집 한 채 값이다. 실제로 이축권에 대한 희소가치가 높아지면서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과천·성남·하남 등 인기 지역에선 ‘이축권 프리미엄’이 1억~3억 원 정도에 이른다.

프리미엄만 3억 원 이르기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인 이축권(일명 용마루)은 그린벨트 지역에서 공공사업 등으로 집이나 땅을 수용당한 현지인이 인근 지역에 땅을 대토 받아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쉽게 말해 그린벨트에 있는 헌 집을 헐고 인근 지역에 새 집을 지을 수 있는 이주권이라고 보면 된다.

그린벨트 안에서 이축권이 나오는 것은 도로 개설 등 공익사업으로 집이 철거된 경우, 수해 지역으로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 그린벨트로 지정되기 전 다른 사람의 땅을 임대해 주택을 지었는데 토지 소유자가 재임대를 거부해 할 수 없이 집을 옮겨야 하는 경우다. 그린벨트 취락지구의 이축권을 사서 건물을 짓는 요건은 다음과 같다.

취락지구 지정 요건은 ▷취락을 구성하는 주택 수가 10호 이상일 것. ▷취락지구 1만㎡당 주택 수가 10호 이상일 것. 다만 해당 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에 해당하거나 이축 수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면 5호 이상으로 할 수 있다. ▷취락지구의 경계 설정은 도시환경계획 경계선, 다른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 및 구역의 경계선, 도로·하천·임야·지적 경계선, 그 밖의 자연적 또는 인공적 지형지물을 이용해 설정하되 지목이 대지라면 가능한 필지가 분할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등이다.

이축권을 사서 건물을 지으려면 취락지구 내 도로를 접하고 있는 밭에 200㎡(60평)까지만 허용된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땅을 사서 이축권으로 건물을 지으면 땅의 가치가 상승한다. 건물을 지으면 카페나 음식점 등을 운영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축권을 갖고 있더라도 아무 곳에나 이축할 수 없으며 옮겨 지을 수 있는 지역이 제한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같은 시군 지역의 나대지 또는 잡종지로 한정하고 있지만 현재는 지목 구별 없이 임야가 아니면 이축할 수 있고 나대지에는 이축권이 없더라도 2000년 4월 이후부터 집을 지을 수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그린벨트 내에 건축 가능한 주택의 규모를 거주 기간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그린벨트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은 기존 주택을 3층 이하 건평 300㎡(90평)까지 증·개축이 가능하고 5년 이상 거주자는 132㎡(40평)까지만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원주민이 지은 300㎡ 중 99㎡(30평)는 직계비속에 한해 자녀 분가용으로 분할 등기도 가능하다.

이축권을 가지고 있어도 옮겨 지을 수 있는 지역에 제한이 있다. 원칙적으로 같은 시군의 나대지 또는 잡종지에 한정하고 나대지가 없으면 다른 지목을 허용했지만 최근 그린벨트에 관한 규제가 많이 완화돼 나대지·잡종지 구별이 없고 임야가 아니면 이축이 가능하다. 또 적법하게 조성된 공부상 나대지로 이축한다면 인접 시군구까지 확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에 들어가 처음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100㎡까지밖에 집을 짓지 못한다. 그것도 그린벨트 내의 기존 주택을 구입했을 때에 한해서다. 하지만 이축권을 구입, 원주민의 이름으로 증·개축하거나 이축한 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면 198㎡(60평) 주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통상 이축 기간은 철거된 날로부터 4년 이내이며 주택 이축 때 대지 조성 면적은 330㎡(100평)까지다.

지역 설계사무소에서 컨설팅 받아봐야

주의할 점은 이축 대상 주택이 사전에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 이축 대상 주택인지 반드시 파악한 후 매입해야 하며 이축권이 있는 사람이 원주민이 아니라면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관할 행정 당국 주변의 설계사무소에 가서 일차적으로 컨설팅을 받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설계사무소는 건축에 관한 법률과 노하우 그리고 보다 중요한 관청과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외지인의 땅 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그린벨트 안에서는 이축권을 통해 땅을 사기도 한다. 이축권이 자금 사정상 새 집을 지을 능력이 없는 원주민에게 주로 주어지는 점을 감안해 제3자 전매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지인이더라도 이축권을 매입하면 합법적으로 그린벨트 안에 땅을 사고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축권을 사들일 때는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중에 나도는 이축권 중에는 멸실주택처럼 이축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시군 지역에 이축 대상 주택인지 파악한 후 매입해야 한다. 이때는 이축권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인지 토지대장·건축물대장·등기부등본·토지수용확인서·철거예정통보서 등을 검토하고 현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이축권 대상 주택의 면적과 새로 신축할 건물의 허가 면적이 적합한지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축권 시세가 적정한지도 체크한다. 이축 대상에 포함된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기존 거주자가 해당 시군에 이축 허가와 함께 집을 지을 위치를 제출해야 건축 허가가 나온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일단 이축권을 판 원권리자 명의로 새 집을 완공한 후 이를 매입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건축물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기존 거주자가 계속해서 개입해야 한다는 게 필수다.

통상 이축권을 매입해 지을 수 있는 신축 주택은 단독주택에 한하며 규모는 철거하는 기존 건축물의 총면적만큼 가능하고 건폐율은 60%, 용적률은 300%, 높이는 5층 이하로 제한된다. 건폐율 60% 이하로 건축한다면 높이 3층, 용적률 300%로 기존 면적을 포함해 총면적 200㎡(60평)를 지을 수 있다. 다만 그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했거나 지정 당시 거주자는 230(70평)~300㎡(90평) 이하로 더 넓게 지을 수 있다.

이축권의 건축 가능 평수와 거주 연수가 일치하는지 여부 확인 과정과 매입하고자 하는 논밭이 대지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종적으로 이축권 매입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원주민이 건축 허가까지 받아주고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는 단서 조항을 붙여야 한다.

여러 차례 거래된 이축권은 피하는 게 좋다. 물론 이때는 불법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제 전원주택 등을 짓고 살고 싶지만 허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당장 전 가구원이 이사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에만 이용해야지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