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이 늘고 있다. 일본에선 50세 이상 중·고령자 창업을 ‘숙련 기업(起業)’이라고 한다. 요즘 이 숙련 창업 열기가 뜨겁다. 1947~1949년 출생자인 1차 베이비부머 그룹이 창업 시장에 본격 뛰어들어서다. 단카이(團塊)의 무게감이다. 수치가 뒷받침한다.

50세 이상 창업 비율은 1991년 11.5%에서 2009년 25.9%까지 올라갔다(국민생활금융공고종합연구소). 20년 전 10명 중 1명이던 게 지금은 4명 중 1명으로 불어난 셈이다. 숙련 창업이 주목되는 건 시대 조류와의 배치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 개점보다 폐업이 일상적이다. 기업 숫자는 갈수록 감소세다. 유독 숙련 창업만 예외다.


창업 세미나 인기 절정
[Global_일본] 시니어 창업 ‘붐’, 50세 이상 너도나도 뛰어들어
NHK는 최근 교양 프로그램에서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100명 규모의 번역 회사와 지역사회의 고령 실업자를 대거 채용한 농업 회사의 숙련 창업을 보도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 사회의 고질병인 비정규직과 고령 근로자란 화두 풀기에 주목한 케이스다. 이에 앞서 TV도쿄는 직원 전체가 70세 이상인 진공 리프트 개발 회사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매일 전체 직원의 혈압 관리로 무리하지 않는 근무조건을 갖춰 호평을 얻었다.

50대부터의 숙련 창업 증가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인구구조의 절대 비중이다. 광의의 베이비부머 세대답게 인구 규모가 많은 게 자연스레 창업 수요로 이어진다. 인구도 많지만 이들의 창업 활동이 적극적인 건 무엇보다 탄탄한 기초 체력 때문이다.

이는 창업 동기와 도전 의욕이 높은 이유와도 연결된다. 회사 중추였던 현역 시절 버블 붕괴를 겪으며 기업에서의 승진 기회를 잃었다는 점도 원인이다. 그만큼 회사 밖에서 자신만의 출사표를 던지려는 유인이 많다.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현실 문제도 있다. 50대 이상을 받아줄 직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가치관과 자아실현을 이유로 내건 경우가 많다. 취미 활동과 자원 봉사만의 노후 생활은 불만스럽게 마련이다. 정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늘어나 소득 확보가 필요해졌다는 현실론도 뺄 수 없다. 대기업·정규직이 아니면 실질적인 정년 연장 수혜를 보기 힘든 한계다.

이제 숙년 창업은 그 자체가 사업 모델로 부각된다. 창업 지원 아이템의 사업화다. 실제 사업 계획을 비롯한 자금 조달, 시장 개척 등을 전문적으로 조언하는 숙련 창업 세미나는 인기 절정이다. 선배 창업자의 생생한 조언과 관련 정보 일괄 제공 등을 내세워 관심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예비 후보의 30%가 실제 창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소속 창업 지원기구에서의 지원도 증가세다. 코스를 개설해 관리직 경험자에겐 경영 마인드를, 영업자 출신에겐 재무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 맞춤형 지원 과정이 강점으로 꼽힌다. 숙련 창업의 장점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폭넓은 인맥으로 요약된다.

자금 측면에서도 청년 창업보다 비교 우위다. 무엇보다 영업력을 비롯해 사람을 다루는데 능통하다. 현역 시절 경험으로 고객·직원·거래처를 움직이는 비결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역동성이 필수 불가결한 첨단 사업이 아니면 이들의 경험은 그 자체가 성공 변수다. 물론 도전 결과가 밝지만은 않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보다 갖은 복병에 시달리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경험을 살릴만한 분야는 이미 경쟁 과열이거나 체력·기력이 정열만큼 뒤따르지 않는다. 이렇게 3~4년 버티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진다. 성공 확률은 60%대의 청년 창업과 달리 50%에도 못 미친다. 생산 기반을 갖춘 중소기업으로까지 키워낸 숙련 창업은 극히 드물다. 성공 사례는 자신의 경험을 되살린 컨설턴트와 신제품 개발 지원 등이 많다. 가족 도움을 전제로 특화·사업화한 음식점과 농업 분야도 성공 확률이 높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