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번개장터 장원귀 대표, 단숨에 모바일 오픈마켓 강자 떠올라
집에 딱히 쓰지 않는 물건이 있는데 그냥 버리기엔 멀쩡해서 아깝고 남을 주기엔 좀 번거로운 물건들이 제법 있다. 원래 이런 물건들을 처리하는 전형적인 방법이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에 물건을 올려놓고 중고 물품으로 팔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장벽이 있다.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팔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게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일단 판매자로 등록하고 물건을 올려놓는 과정이 꽤나 복잡하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포기해 버린다. 몇 푼 안하는 것을 팔기엔 투자해야 할 시간과 손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번개장터’를 만든 퀵켓(Quicket)의 장원귀 대표는 이런 점에 착안했다. 자기 자신이 봐도 너무 복잡하고 힘든 이런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면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을까.


‘가치 있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보자’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01학번인 장 대표는 프로그래밍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공학도다. 과 동기이자 절친인 장영석 이사와는 학교 다닐 때부터 틈만 나면 모여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한다. 같은 과 후배 04학번인 김현석 이사도 대학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며 시간을 같이 보낸 사이였다. 당시엔 이 멤버 그대로 모여 창업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2010년 3월 병역 특례를 마친 장 대표가 우선 먼저 터를 닦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서 스캔서치와 같은 비주얼 검색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바일 시대에는 이런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시작했을 때는 스캔서치 같은 서비스가 없을 때였는데 개발에 한창일 때 스캔서치가 나와 버렸다. 그는 이때 고민했다. 이 분야를 계속할 것인가, 다른 것에 도전할 것인가. 때마침 그는 프라이머의 권도균·이택경 대표를 만나게 됐다.

장 대표는 비주얼 검색을 개발하면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의 성격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앱은 사람들과 연관성이 높은 것이 주목받는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앱이 인기가 높고 만드는 보람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번개장터 아이디어는 지난해 5월쯤 나왔다. 6월에 권도균·이택경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비주얼 검색과 번개장터 두 가지 아이디어를 모두 들고 갔다. 당시엔 번개장터라는 이름이 없었고 모바일 오픈마켓에 대한 사업 아이디어가 전부였다.

처음엔 프라이머에서도 비주얼 검색에 더 무게를 뒀다고 한다. 하지만 번개장터 개발이 진행되면서 모바일 오픈마켓 시장의 가능성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작년 10월에 앱이 처음 출시됐다. 법인 설립은 그보다 한참 뒤인 올 2월이 돼서였다. 법인명은 퀵(Quick)과 마켓(Market)을 합친 ‘퀵켓(Quicket)’으로 했다.

‘번개장터’는 쉽게 말해 기존 온라인상에서 진행됐던 중고 물품 거래를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도록 한 앱이다. 파는 사람은 아이폰 카메라로 물품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물품의 바코드를 읽어 들이는 것만으로도 제품의 상세 사항을 등록할 수 있다. 물품 등록 시 판매자의 위치 정보도 함께 등록되기 때문에 구매자는 판매자의 위치를 확인해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우선 검색해 물품을 살 수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번개장터 장원귀 대표, 단숨에 모바일 오픈마켓 강자 떠올라
번개장터의 최대 장점은 물건을 등록하는 것이 엄청나게 쉽다는 것. 번개장터는 기존 오픈마켓의 구조가 판매자에게 불편하게 돼 있다고 생각했다. 판매자에게 편해야 물건이 많이 올라오고 물건이 많아야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번개장터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판매자들이 쉽게 물건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왜 하필이면 이름이 번개장터일까. 장 이사는 번개가 2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번개처럼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우리가 흔히 쓰는 번개라는 뜻입니다. 즉석에서 만나자고 할 때 번개 친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말할 때의 번개란 뜻도 담겨 있습니다.”

물건을 올려놓으면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거리순·최신순·인기순으로 검색하거나 의류·잡화·미용 등 카테고리 분류로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찾아볼 수 있다. 구매자에게는 판매자의 전화번호도 공개돼 있어 전화를 걸어 직접 가격을 흥정할 수도 있다.

사용자 등록은 휴대전화 인증 방식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트위터·페이스북과도 연동돼 팔기 위해 등록한 물품 목록을 자신의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능도 추가돼 있다.

번개장터는 그 어떤 앱보다 빨리 물건을 등록하게 해 준다. 따로 수수료를 떼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 계열 오픈마켓이나 다른 선발 주자들에 비해 오히려 등록되는 물건이 더 많다. 늘어나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 사실상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앱엔 현재 28만 건에 달하는 물건이 등록돼 있다.

앱 자체도 20만 건이 넘게 다운로드됐다. CJ오쇼핑의 오늘마켓·헬로마켓·코끼리장터 등 경쟁 앱들에 비해 등록된 물건이 월등히 많다. 장 대표는 “하루에 5000개씩 등록되는데 조만간 일일 1만 건씩 등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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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안정성 보장해 수익 모델 본격화

빠른 등록과 판매자·구매자 연결은 보장해 주지만 거래의 안정성까지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번개장터는 물건의 직거래를 위한 공간이다. 가급적 물건을 올린 뒤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는 거래를 권장한다.

오픈마켓 서비스처럼 에스크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금하고 물건이 오길 기다릴 수 있지만 물건을 꼭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대부분은 이런 방식을 택해도 거래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나름대로 이 안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평판 기능을 통해 판매자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에스크로를 비롯해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이 추가되면 등록 및 판매자·구매자 연결은 지금보다 조금 더 복잡해지고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 대표는 결국엔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이를 위해 지금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그때가 되면 수수료 수입도 생기고 앱에 광고를 붙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