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교육으로 협력사와 ‘윈-윈’ 추진

SK그룹의 차별화된 동반 성장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중소기업 협력 대상 시상식’에서 SK식 상생 협력 모델이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을 만큼 정부와 재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식 상생 협력 모델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동반 성장 아카데미’로 요약된다. SK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개방’과 ‘소통’에 역점을 뒀다면 ‘동반 성장 아카데미’는 ‘사람’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글로벌 경제 한파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소기업간 ‘오픈 이노베이션’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실 그동안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분야에 국한돼 있었다. 그렇지만 최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학교·시민단체·정부 등이 모두 개방과 융합을 통한 경계 허물기로 ‘윈-윈’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 회장의 이런 철학이 접목된 것이 바로 SK텔레콤이 서울대에 개설한 ‘오픈 이노베이션센터(OIC)다.

SK텔레콤은 OIC를 통해 아이디어를 가진 외부 개발자의 창업을 전격적으로 지원한다. 창업 자금은 물론 사무 공간·경영·마케팅 등을 도와준다. 이뿐만이 아니라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100여 건을 협력 업체에 공개하고 기술 혁신도 돕고 있다. 이 같은 SK식 동반 성장 노력으로 SK텔레콤은 388억 원의 비용을 줄였고 협력 업체는 568억 원의 매출을 늘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OIC 통해 외부 개발자 창업 지원
[SPECIAL REPORTⅠ] SK발 동반 성장 경영 꽃피운다
최 회장은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끊임없이 소통해야 대·중소기업이 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지난 9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동반 성장 CEO 세미나’를 열고 협력 업체 최고경영자(CEO) 86명과 직접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동반 성장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 성장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인재 채용, 원부자재 확보, 복리후생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CEO들의 질문을 직접 들은 뒤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SK의 대표적인 동반 성장 프로그램으로는 ‘SK 동반 성장 아카데미’를 들 수 있다.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협력 업체 임직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육받은 협력 업체 임직원만 1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이 프로그램은 ‘CEO 세미나’, ‘상생 MDP(Management Development Program)’, ‘상생 e러닝’ 등 3개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CEO 세미나’는 중소 협력 업체 CEO들의 경영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과정이다.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CEO들의 사정을 감안해 70명 내외의 매 기수별로 월 1회 조찬 세미나 형태로 5개월간 진행된다. 유명 대학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며 경영전략·마케팅·리더십·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토론이 이뤄진다. 2007년 첫 과정이 개설된 후 올 상반기까지 1335명의 CEO들이 수료했다.

협력사 핵심 부·차장을 대상으로 한 ‘상생 MDP’는 경영전략·재무·회계·마케팅 등을 교육하는 ‘미니 MBA’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 5년간 1800명이 수료했다.

‘상생 e러닝’은 SK가 내부 임직원용으로 구축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협력 업체 모든 임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9만8000명의 협력 업체 임직원들이 학습에 참여했다.

SK는 ‘SK 동반 성장 아카데미’ 수강을 희망하는 협력사 임직원 수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강의 시간과 교육 인원 등을 해마다 늘려가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SK그린빌딩 20층에 있는 전문 교육장에는 대강의장·중강의장·분과토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한 번에 150명, 연간 최대 3만여 명이 교육받을 수 있다.

SK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대·중소기업이 열린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방안을 찾는 것이 바로 SK가 진정으로 바라는 동반 성장”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동반 성장 방안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300억 원 규모 동반 성장 펀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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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상생 경영을 거론하면서 ‘SK 동반 성장 펀드’를 빼놓을 수 없다.

SK는 지난 6월 SK동반성장위원회를 열고 당초 1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800억 원 늘려 2300억 원 규모로 운영하기로 했다.

SK 동반 성장 펀드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 업체들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최대 30억 원을 최고 2.4%까지 이자율을 인하해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연 금리 6%로 30억 원을 대출받는 업체는 최고 2.4% 낮은 3.6%의 저금리 대출이 가능해 연 7200만 원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혜택으로 중소기업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모두 300여 개 회사가 1316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와 별도로 최근 건설업 동반 성장 협약식을 체결한 SK건설은 60억 원의 동반 성장 대여금을 조성해 중소 협력 업체에 직접 저리로 자금을 대여해 주기로 했다.

SK는 협력 업체의 기술 보호 및 R&D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해 ‘기술 자료 예치제(Escrow)’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 자료 탈취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거래 관계의 중소기업 핵심 기술 자료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한 뒤 합의 요건이 충족될 때 교부하는 제도다. R&D 및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테스트 베드(Test Bed)’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실제 상용 환경과 유사한 시험망을 구현해 주고 시험에 필요한 비용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력 업체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협력 업체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통해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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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