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열쇠’…금융 개방 ‘관건’

“달러와 유로의 위기에서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유럽의 재정 위기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의 파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포르투갈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은 빚을 내 복지와 소비를 키워 왔다.

이번 위기는 분명히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부채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 위기는 채권 국가나 아니면 돈을 벌어온 국가가 도와줘야 해결되는 구조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온 나라들 즉, 중국과 독일에 언제 도와줄 것인지, 얼마나 도와줄 것인지 계속 묻고 또 묻고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3조 달러가 넘는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결국 이번 금융 위기의 최종 해결자이자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으로서는 도와줄 수 있지만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는 일방적인 도움이 있을 수 없다.

‘달러 위기 상황에 중국은 무슨 생각을 할까.’ 위안화의 국제화와 중국의 위상 강화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올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에 나오기에는 너무나 큰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무역과 관련된 경상 계정의 외환은 개방하고 있지만 투자와 관련된 자본 계정은 자유 태환(兌換)이 제한돼 있다. 역설적으로 자본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아 중국 스스로도 외국에 대한 자본적인 투자에 한계가 있고 투자 수익 역시 제대로 챙길 수 없다. 결국 중국은 금융 및 외환시장 개방의 길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장쑤성 수출이 미국 전체 수출과 맞먹어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10년을 보면 중국에 투자하라’
중국의 차기 총리 후보인 리커창은 지난 8월 17일 홍콩을 방문한 자리에서 예정보다 이른 금융시장 개방 일정을 발표했다.

금융 산업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홍콩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30여 가지의 홍콩 경제 지원책 가운데 12개가 금융 및 위안화 서비스 관련 분야에 해당되는 등 실질적으로는 금융정책 발표였다.

당초 중국은 2020년까지 중국 상하이에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그때까지 금융 개방 일정을 완료하고 선진국 수준으로 금융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진국의 재정 위기로 그 시기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을 그 시험 무대로 H주와 딤섬 본드를 확대해 나가면서 개방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200억 위안에 달하는 위안화 표시 국채를 홍콩에서 발행하는 등 딤섬 본드를 통해 위안화 투자, 중국 국채 투자에 한 걸음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을 차근차근 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제로 금리의 유동성이 넘쳐나도 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해 극도의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인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그렇다면 한국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 수립 후 최근까지 한국 경제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우방을 기초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현실이 바뀌었다.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의 무역을 보면, 수출의 3분의 1이 이미 중국·홍콩·대만 등 범중화권 수출이다. 과거에는 중국에 공장을 지으러 간다고 했다.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가공무역을 했다. 요즘은 중국에서 공장을 철수한다고 한다. 인건비가 올라서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의 최대 시장으로 이미 바뀌었다. 중화권으로의 수출은 미국과 비교하면 무려 3배가 넘는 규모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의 1개성인 장쑤성으로의 수출이 미국 전체 수출과 비슷할 정도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은 제로 성장을 하고 있고 중국은 매년 10% 가까운 성장을 한다. 매년 5% 정도는 위안화가 절상된다고 하면 중국으로의 수출 규모는 매년 15% 가까이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머지않은 시간 안에 우리 무역의 절반 가까이를 중화권이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이제 중국을 공부해야 수출도, 재테크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중국을 우리 식의 사고로 이해하면 안 된다. 31개의 성은 31개의 주가 아니고 31개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 거점인 중국 서부의 인구만 해도 미국 인구보다 많은 무려 4억 명이다.

중국의 변화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한 예로 정보기술(IT) 산업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시진핑 정권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 관계)에 따라 우리 IT 산업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안 관계의 급속한 호전으로 디스플레이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대만의 디스플레이를 2009년 34억 달러어치, 2010년 53억 달러어치, 올해에도 이미 55억 달러어치를 구매했다. 시진핑이 대만과의 교역 창구인 푸젠성의 성장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 IT 산업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악재다.

중국은 2012년 국가 최고지도자가 바뀐다. 10월에 18차 당대회에서 당서기가 시진핑 국가 부주석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그전에는 상당한 과도기가 예상된다. 본격적인 긴축 완화도 새로운 정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선진국 재정 위기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의 성장 거점이 서부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양안 관계가 호전돼 하나의 중국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중국인을 알아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도주 역시 중국이 장기 성장의 방점을 서부의 고정자산 투자에 방점을 두느냐, 소비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석유화학과 조선인지 또는 음식료나 자동차인지 결정된다. 즉 LG화학과 현대중공업이 주도주가 될 것인지 현대차나 오리온이 주도주가 될 것인지 역시 중국의 정책 방향에 달려 있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 ‘10년을 보면 중국에 투자하라’
코카콜라·초코파이·칭다오맥주 ‘중국 1등 식료품’

한편 중국 주식시장을 보면서 불안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많다. 하지만 홍콩 주식시장의 항셍지수나 상하이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주의 비중이 커서 그런 것이다. 중국 칭다오맥주의 최근 10년간 주가 흐름을 보면 20.1배가 올랐다.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의 주가 상승률은 1.8배에 불과하다.

주식에 투자할 때 본질은 한국 시장이나 중국 시장이나 같다. 결국 주가는 기업 가치의 반영이고 주식 투자는 시장보다 우량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 코스피 역시 1990년 1000을 기록한 이후 최근 1700 선을 기록하고 있어, 그 수익률은 20년간 2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량주들의 주가수익률은 삼성전자가 20년간 약 20배 이상 상승했으며 삼성화재·롯데제과·신세계 같은 내수 우량주들은 무려 50배에서 100배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많은 부실기업이 있고 구조조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내수에 10년의 답이 있다고 한다면 내수 우량 기업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중국 제과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 중국수혜주인 오리온제과의 주가를 보면 주식시장의 폭락과 상관없이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수혜주부터 중국의 1등주나 맥도날드·아이폰·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1등 소비재 등 그 수혜주에 대해 공부해야 진정한 중국 재테크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에 가면 마트와 편의점에 들러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물건을 알아보는 것도 중국 주식 투자 성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