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인이 본 애플의 성공 비밀

“믿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주변이 온통 과수원이었죠.”

수많은 컴퓨터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우상인 스티브 워즈니악(61) 애플 공동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의 옛 모습을 회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전자 부품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며 자란 ‘실리콘밸리 키드’다. 1976년 그가 개발한 ‘애플Ⅰ’의 가능성을 알아챈 스티브 잡스가 사업화를 제안하면서 애플의 놀라운 성공 신화가 시작됐고 실리콘밸리의 역사도 바뀌었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오픈소스 지지…애플 더 개방적이어야”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직접 운전하고 부인과 함께 인터뷰 장소에 나온 이 컴퓨터 천재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환갑을 넘긴 요즘도 최신 정보기술(IT) 제품이 나오면 모델별로 모두 사 모아 직접 테스트해 본다. 작년 아이패드가 출시될 때는 첫날부터 애플스토어 앞에 줄을 서가며 아이패드를 두 대 샀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 IT 산업의 미래에 대해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던 그는 기념 사인을 요청하자 ‘생각하도록 해줘 고맙다(Thank you for making me think!)’고 썼다.

35년 전 당신이 만든 애플Ⅰ이 개인용 컴퓨터(PC)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제 ‘PC의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 말에 동의하십니까.

확실히 PC 시대는 쇠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말은 아닙니다. 개인용 소형 컴퓨터가 필요한 일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죠. 음악이나 비디오, 게임, 특히 개발 분야는 휴대용 기기보다 훨씬 강력한 컴퓨터가 있어야 해요. PC는 사라지지 않고 시장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겁니다. 지금 갖고 다니는 랩톱을 언젠가는 아이패드로 바꾸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아니죠. 보통 사람들에게 사용하기 쉬운 완벽한 제품이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잘 맞지 않거든요. PC의 쇠퇴는 분명히 주목해야 할 트렌드예요. 애플은 시장점유율에서 PC로 한 번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어요. 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그걸 해냈죠.

스티브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사임 발표가 있던 날은 무척 바빴어요. 나중에야 그 소식을 들었죠. 많이 놀랐어요. 그는 애플을 정말 사랑합니다.

픽사나 디즈니에서 큰 성공을 이뤘지만 그가 일생 동안 해온 모든 일 가운에 애플이 그의 첫째 관심사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요.

처음에 그가 떠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동안 할 만큼 했거든요.

이제는 애플이 제 궤도에 올라갔고 훌륭한 인재들도 있어요. CEO로 있으면 수많은 문제들에 시달려야 해요. 매일 수만 개의 e메일이 쏟아지고 도와주고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다지 부러워할만한 자리가 아니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었을지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그의 건강이 더 걱정됩니다.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오픈소스 지지…애플 더 개방적이어야”
현재 그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스티브와 나는 정말 오래된 좋은 친구죠. 하지만 친구의 사생활을 자세히 물어보지 않는 편이에요. 건강 문제는 잘 모릅니다. 직접 물어본 적도 없어요.

지난 몇 년간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자주 건강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적이 있어요. 그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는 듯 했어요. 깊이 관여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건강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스티브 잡스가 CEO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럴 가능성이 없어요. 창의적인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요. 그는 여전히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어요. 새 CEO가 그를 위해 일하죠. 건강 문제나 다른 이유로 CEO의 삶에서 탈출한다면 그 자리가 잘 맞아요. 어떤 사람은 90세까지 회사에서 CEO로 일하지만 그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벌써 유명해요. 더 인정받기 위해 CEO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요.

CEO로서 스티브 잡스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리 시대의 기술 기업 중 가장 뛰어난 CEO입니다. 훌륭한 기술 기업이 많고 CEO를 모두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 중에서 오직 그만 모든 제품에서 존경을 받았죠. 그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 다음날 수백만 대가 팔려 나갔어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제품을 사면 성공은 보장된 거죠. 애플은 계속 성공을 이어갔고 실패가 드물었죠.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후 운영했던) 픽사만 해도 모든 영화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어요. 영화 산업계 사람들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죠. 분명히 뭔가가 있어요.

그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언제나 내게 불만에 가득 찬 사람처럼 이야기합니다. “왜 기업이 돈을 들여 이런 엉터리 제품을 만들까. 제품을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해.” 항상 제품을 특별하게 만들려는 욕망을 갖고 있어요. 좋은 기업을 운영하고 싶어 하죠. 그의 경영 스킬은 1985년 애플을 떠난 후 많이 발전했어요. 넥스트를 경영하면서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처리했죠.

그 시기에 돈을 버는 기술을 터득한 것 같아요. ‘화려하고 예술적인 것에 집착해 돈을 잃지 마라, 무엇보다 공급망을 확실하게 통제하라, 과잉생산을 하지 마라.’ (1997년 애플에 복귀해) 애플 회생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것도 이 덕분이죠. 사람들은 세상에서 상징을 원해요. 많은 사람이 애플에서 기존 방식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기대하죠.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소개한 1985년의 유명한 광고를 기억할 겁니다. 스티브가 돌아온 후 애플이 성공한 첫째 이유는 그가 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애플이 내놓는 제품마다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어요. 아이폰은 내 생애에 소개된 것 중 가장 뛰어난 제품이에요.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을 실현한 휴렛팩커드(HP)의 전자계산기도 거기에 속하죠. 하지만 아이폰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제품은 아니에요.

이미 블랙베리도 있고 노키아의 스마트폰도 있었거든요. 아이폰은 새로운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아주 잘해냈죠. 설명하기 매우 어렵지만 스마트폰의 개념을 바꿔 놓았어요. 중요한 것은 ‘나’예요. ‘당신’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나’를 위한 제품을 디자인한 거죠.

스티브 잡스가 빠진 애플이 계속 성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는 오랫동안 애플에 있었어요. CEO가 기여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멘토가 되는 거죠. 톱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교육자가 되는 겁니다. 그의 사업 스타일은 이미 애플에 아주 깊이 배어 있어요. 팀 쿡이나 필 실러가 어떤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사고의 깊은 부분에서 스티브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움직입니다. 몇 차례 병가를 거치면서 이런 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격은 없을 거예요. 단기적으로 설사 그가 죽더라도 그들이 잘해 나갈 겁니다. 톱 경영진이 예전처럼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또 작고 세밀한 것에 대한 마이크로 경영을 느슨하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에 매각한 이후) 픽사가 그런 것처럼….

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은 없습니까.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애플이 왜 훌륭한 기업일까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에요. 애플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이 기대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애플이 실수하거나 잘못된 길로 갈 때 바로 이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해요. 소니는 창업자가 은퇴하면서 많은 것을 잃어 버렸어요. 제품의 품질이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게 된 거죠.

애플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애플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공식을 찾아낸 것 같아요.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것만 알아요.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잘 모르죠. 애플이 찾아낸 솔루션은 컴퓨터를 치우라는 거예요. 골치 아픈 기술을 눈에 띄지 않게 감추라는 거죠. 애플은 모든 제품을 가능한 한 기술적이지 않게 만듭니다. 보통 사람들이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죠. ‘도구’가 아니라 ‘해답’을 줍니다.

애플이 지나치게 비밀에 싸여 있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비밀이 혁신을 가져옵니다. 애플도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죠. 당시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루머 형태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됐어요. 기업을 망치는 짓이죠. 모두가 언론 보도나 소문을 통해 새로 나올 제품에 대해 알고 있는데 정작 나만 모를 때도 있어요.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죠. 신제품이 나올 때 중요한 특징들은 절대 알려져서는 안돼요.

사람들이 그걸 미리 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제품이 나올 때쯤 벌써 지루한 게 돼 버리죠. (1997년에) 스티브가 돌아오면서 애플은 비밀 유지에 엄격해졌어요. 그는 해고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했어요. 비밀을 누설하면 해고당한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알아요. 신제품 개발 그룹이 있지만 직원들은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도 모를 정도예요.

엔지니어들은 한 사람만 보고 계속 아이디어를 내면 되죠. 그 한 사람이 까다로운 스티브 잡스라고 해도 엔지니어로서는 열 명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낫죠. 오직 한 사람 스티브 잡스가 어떤 것이 훌륭한 제품인지 심사숙고해요. 다른 사람의 말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거죠. 모든 기업이 유능한 엔지니어를 고용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성공의 길을 찾았고 그들이 얼마나 멀리 나갔는지 비밀을 지킵니다. 나머지 기업들은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하는지 아직도 허둥대고 있을 뿐이죠.

구글(안드로이드)과 애플(iOS)의 플랫폼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오픈소스를 지지합니다. 누구나 볼 수 있게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숨어 있는 버그(오류)를 쉽게 잡아낼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하는데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을 수 있어요. 좋은 일이죠. 하지만 라이선스가 공짜고 어떤 하드웨어 업체든 쓸 수 있다는 것만 빼면 안드로이드가 iOS보다 더 오픈소스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워요.

두 방식은 모두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요. 애플은 자신들의 세계를 통제하는데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죠. 안드로이드는 더 많은 사용자 확보를 지향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더 유사해요. 과거 애플 추종자들은 매킨토시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 놓고 있다고 느꼈어요. 반면 윈도는 단지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한 것으로 비쳐졌죠.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달라요. iOS에는 큰 위협인 거죠.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안드로이드와 iOS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아요. 애플은 단지 제품이 아니라 그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우아한 코트를 입고 멋진 목걸이를 한 뉴욕 남성을 보면 누구나 ‘참 멋지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것이 바로 애플이 갖고 있는 특징이에요. 하나의 브랜드, 그것도 쿨한 브랜드가 된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추종합니다.

‘왜 그 목걸이가 멋있나’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는 그게 멋있다는 것을 알뿐이죠. 그것은 애플의 페르소나예요. 안드로이드는 PC 시대와 상황이 비슷해요.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들이 가진 안드로이드폰은 조금씩 다 달라요. 어떤 제품은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에서 작동하지도 않아요. 안드로이드폰은 모두 유사할 뿐이죠. 반면 아이폰은 세대가 달라져도 모든 제품이 거의 똑같아요.

애플이 안드로이드처럼 개방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 세계가 좀 더 개방적이 되길 바랍니다. 애플이 자신들의 OS를 라이선스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아이폰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애플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에 개방적이에요. 이미 수십만 개의 앱이 올라와 있어요. 엄청나게 큰 세계죠.

앱 개발 능력을 갖춘 기업을 몇 개 더 늘리는 게 의미가 없어요. 아직은 애플 방식에 만족합니다. 물론 애플에서 일한다면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공개하자고 주장할 거예요.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하는 것 같은 거죠. 좀 더 개방적이 된다고 애플이 손해를 보거나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하는 것이 애플의 강점으로 꼽히는데요.

스티브와 나는 어렸을 때 둘 다 HP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HP는 다른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혁신적인 경영 철학을 많이 갖고 있었지요.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에 대해 철저하게 컨트롤하라’는 것이었어요. HP는 나중에 모든 부서가 프로세스를 수정해 자신들만의 자체 칩을 만들기도 했어요.

경쟁사들보다 조금이라도 이점을 갖기 위해서죠. 특수 개발된 나사도 있었어요. 그들은 독창적인 솔루션으로 최종 제품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통제하려고 했지요. 이 철학이 애플로 이어졌어요. 애플 초창기에 내가 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 했거든요. 한 사람이 전체 작업을 하면 다른 방식으로 만드는 기업보다 훨씬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OS도 항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삼성을 포함해 많은 제조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씁니다. 한때 제품 개선점을 찾아달라는 HP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음악 기기나 뮤직 스토어를 도입해 애플과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HP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OS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겁니다. 서로 우열을 다투지만 OS 레벨에서 보면 모두 똑같은 처지예요.

삼성은 아주 오래전에 3D 제품을 개발했죠. 하지만 여전히 전체 제품을 만드는 핵심 부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OS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반면 애플은 전체 과정을 스스로 통제하지요. 애플 제품에도 버그가 있고 개선해야 할 점도 있지만 매우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줍니다. 윈도를 탑재한 컴퓨터를 쓸 때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어요. 필요한 작업을 하지만 사랑에 빠지지는 않거든요. 애플은 OS에서 애플리케이션·하드웨어·소매점, 심지어 위성 아이팟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사슬로 연결돼 원스톱으로 처리됩니다.

애플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다음 제품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우리 일생에서 가장 큰 전자기기는 무엇일까요. 재미있게도 자동차예요. 자동차는 전자장치들의 집적체죠. 애플이 최신 전자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요. TV가 대안이 될 수도 있어요. 삼성이 스마트TV를 만든 것에 찬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메모리에 제한이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앱도 많지 않아요. 애플이 iTV 같은 것을 내놓으면 추월당할 우려가 많아요. 만약 TV를 만든다면 메모리를 늘리고 사용자가 만든 음악 라이브러리와 비디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추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출 거예요. 애플이 그걸 하기 전에 말이죠.

삼성전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삼성은 놀라운 제품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도 삼성 TV가 있어요. 삼성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집적회로 기술인 낸드 플래시 분야의 리더죠.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다른 제품들은 그에 미치지 못해요. 삼성이 세계적인 메이저 기업이지만, 그렇다고 삼성이 만들면 모두 훌륭한 제품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애플처럼 ‘미치도록 뛰어난’ 제품은 아니죠. 물론 삼성 제품이 엉망이라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그 반대죠. 하드웨어에서 삼성은 애플에 이은 2인자예요.

삼성이 애플을 추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삼성에 있다면 ‘스컹크 웍스(소규모 신제품 개발 실험실)’로 불리는 접근법을 시도해 볼 거예요. 소수의 사람들을 모아 현재 있는 것을 뛰어넘는 기술을 연구하게 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양자 컴퓨팅 같은 거죠. 양자 컴퓨팅은 완전히 새로운 칩을 탄생시킬 거예요. 이 방식의 핵심은 독립성이에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것을 만든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 주는 거죠. 각자의 동기도 필요해요.

돈이나 주식으로는 재능 있는 인재들을 움직일 수 없어요. 돈이 위대한 발명을 하게 하지는 않거든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어야죠. 박사학위가 없거나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상관없어요. 스티브와 내가 처음 시작할 때 애플에 뛰어난 사람이 많았죠. 매킨토시 하드웨어를 디자인한 친구는 대학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매우 총명하고 항상 최선의 방법을 찾아냈죠. 이들은 회사의 전체 관리 체계로부터 방패를 쳐서라도 따로 보호해야 해요. 어떤 제품이든지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플은 6년 작업 끝에 아이폰을 내놓았어요.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아무 제품이나 내놓아서도 안 되죠. 모두가 갖고 싶어 할 만큼 놀라운 제품일 경우에만 내놓아야 해요. 이것이 애플의 성공에서 발견한 비밀이에요.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오픈소스 지지…애플 더 개방적이어야”
서니베일(미국)=글·사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