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천국 동의어는 불편 대국 장례·간병 산업만 호황

‘100세 시대’다. 물론 새삼스럽지는 않다. 일찍부터 예고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일본이라면 더 그렇다. 주지하듯 일본열도야말로 세계 최초로 100세 시대를 맞았다. 2006년 초고령 사회 문턱(20%)을 넘어섰다. 이젠 4명 중 1명(23%)이 노인(65세 이상)이다. 노인 증가 속도와 규모는 더 놀랍다. 2055년이면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노인 그룹에 가세한다. 100세 시대는 사실 부담거리다. 수명 연장이 축복보다 재앙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계든 정부든 기업이든 하나같이 준비 부족 상태여서다. 당연히 이들은 악순환 연결 고리를 형성할 우려가 높다.
[Special ReportⅣ] 일본서 배우는 100세 시대 잘사는 법
노인 부양 비율만 해도 뚝 떨어져 경제성장, 재정 파탄을 예고한다. 3.3명(2005년)에서 1.3명(2055년)까지 떨어진다. 기업은 성장 한계에 봉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일본을 떠나는 공동화까지 목격된다. 가계는 더 죽을 맛이다. 돈은 없는데 일자리는 끊겨 호구지책에 비상불이 켜졌다. 불확실성, 집단 우울, 국부 상실, 성장 지체의 국가 절망감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호재도 있다. 블루오션으로 비유되는 실버산업의 시장 개척 기대감이 그렇다. 다만 현재로선 먼저 마신 김칫국이 돼버렸다. 고도성장의 과실을 향유한 부자 노인조차 주머니를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돈 없는 후속 세대가 굳건한 소비 주체로 역할하기에도 기대난이다. 20년간 계속된 내수 위주의 복합 불황 탓이다. 청년 세대의 만혼(晩婚)·비혼(非婚)의 증가 배경이다. 되레 노인 부양 압박에 노소 갈등만 불거지는 추세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격차 때문이다. 격차는 이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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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100세살이 시대 풍경

고용·자산·남녀·도농 격차 등 사회 경제적 이중구조는 한껏 벌어졌다. 수면 아래 감춰진 빈곤 노인의 외로운 100세살이도 최근 재조명이 한창이다. 혈연 붕괴, 유대 상실, 고립 공포, 복지 파탄의 무연사회화다. 요컨대 고령화·저출산·무연화·격차화·절망감·빈곤감 등은 현대 일본의 100세살이가 녹록하지 않다는 걸 뒷받침하는 어두운 생활 환경이다. 동시에 풀어야 할 난제이자 숙명이다.

일본은 노인 천국이다. 복잡한 통계 수치가 아니더라도 일본의 고령화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한창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를 빼면 길거리엔 노인 인구가 넘쳐난다. 낮 시간대 공원은 그 절정이다. 대중교통은 물론 상점가도 백발노인이 주력 인구다. 가게 점원은 문밖까지 물건을 들어주고 택시 운전사가 직접 짐을 실어주는 풍경은 일상적이다.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카페 고객의 절대 다수는 고령 인구다.

꽃집과 병원 간판도 줄줄이 목격된다. 꽃집은 역세권은 물론 주택가 인근에도 필수 점포다. 선물용보다 자신의 수요가 태반이다. 독거 확률이 높은 여성 노인을 달래줄 위안 소비로 제격인 까닭에서다. 병원 업계도 확실히 고령 키워드로 명암이 갈린다. 소아·산부인과는 보기 힘들어도 정형외과·접골원 등은 한 집 건너 한 집이다. 노인의 치료 수요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노인 고객에 눈높이를 맞춘 여행·강좌·취미 팸플릿과 벽보를 어디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00세살이가 정착되면서 재화·서비스의 표준 스타일도 노인에 맞춰지는 추세다. 생활 현장의 고령사회 대비 흐름이다. 실제 곳곳엔 고령 인구를 배려하는 편의 장치가 가득하다. 고령 고객의 신체 특성을 반영한 제품 설계가 대표적이다. 즉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다.

신체·지능적인 가령(加齡) 한계를 커버하는 콘셉트의 확대 적용이다. 악력 저하(스위치·손잡이 등), 근력 저하(휠체어·로봇 등), 시력 저하(조명기구 등), 지각 능력(가전제품 등) 등이 그렇다. 상장 기업(도쿄 시장 1부) 중 70%가 고령 고객 커버 부서를 설치했을 정도로 노인 눈높이의 적용 범위는 넓다. 의료·간병만이 아닌 전체 산업에의 확대 적용이다.

단순한 장애 제거 설계 및 공용 디자인에서 한 발 진보된 AD(Accessible Design)도 일반적이다. 장애·연령에 무관하게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공용 디자인을 뜻한다.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넓고 큰 출입구와 엘리베이터 등이 그렇다. 생활 주변에선 영상기기·현금인출기·교통수단 등에도 AD 개념이 적용된다. 일본의 AD 보급률은 최고 수준으로 시장 규모만 3조3000억 달러(2007년)에 달한다. 일본은 AD의 국제 표준화도 선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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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생활 불편과 은퇴 갈등

장수 천국의 동의어는 불편 대국이다. 일본 노인의 상당수가 절대 고독과 건강 악화로 악전고투 중이기 때문이다. 신조어 ‘구매 난민’은 결과물이다. 돈이 있어도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원할 때 사지 못한다. 600만~800만 명에 달한다. 최근 불거진 또 하나의 고령자 문제다.

기본 의식주조차 해결이 힘들다는 점에서 거동 불편 고령자에겐 생명줄의 위협과 마찬가지다. 원인은 생활 주변의 생필품 판매처가 부족해서다. 지역 밀착형 점포 폐업 때문이다. 채산성을 내세운 교외 입지 대형 점포가 골목 상권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구매 난민은 1960~1970년대 공급된 대도시 인근 뉴타운·신도시 등에 집중된다. 즉 ‘노인 동네=유령도시’의 가속화다. 주유소도 문제인데 지방·겨울·노인일수록 기름 난민을 양산한다. 고령 타깃의 악덕 상술도 급증세다. 상술은 곧 사기다. 대부분 악질적인 매매 권유인데 상담 사례만 90만 건(약 7000억 엔, 2009년)이다.

피해 총액은 약 5조 엔에 그중 80%가 고령자다. 노인의 3대 불안인 금전(돈)·건강(병)·고독(범죄)의 약점을 노려 속지 않을 수 없게끔 치밀하게 접근한다. 고이자·고수익을 내세운 해외 통화 및 외환·선물 투자가 그렇다. 검안 서비스를 내세워 비싼 안경을 파는 일도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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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의 생활 갈등은 위험수위에 달했다. 노인 인구의 사회 부적응 문제다. 은퇴 이후 집안 매몰 상태에서의 소통 부재가 그 원인이다.

애완견 산책 아니면 화단 가꾸기는 100세살이의 필수 코스다. 그나마 이건 망주(妄走)·폭주(暴走) 노인에 비해 낫다.

적지 않은 회사 인간이 정년 이후 미쳐 날뛰는 괴물로 비유될 만큼 사회 부적응은 단골 뉴스다. 목적의식이 사라진 정년 퇴직자의 현주소다.

착각 속에 사는 정년자, 시키기만 하는 관리직, 쓸 수 없는 베테랑, 어린이 같은 아저씨 등이 그 결과다. 퇴직했는데도 이전 부하에게 이리저리 명령하는 게 그렇다.

퇴직 후 ‘○○회사 OB회 아무개’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 노인도 많다. 집에선 가족들이 기다리니 스트레스와 불안감도 높다. 포기 혹은 반발뿐이다.

반발의 끝은 폭주 노인이다. 환경 변화에 부적응한 채 방어기제가 떨어져 알코올 중독과 노인 우울증이 양산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 고령자 전용 형무소가 방송될 정도로 고령 범죄가 심각한 상태다.

장밋빛 실버산업의 숨겨진 진실

한때 실버산업은 ‘황금알 vs 거품론’의 논란 속에 위기보다 기회 변수로 이해됐다. 실버산업의 장밋빛 전망이다. 유력한 근거는 고령 세대가 지닌 돈의 힘(금융자산) 때문이었다.

3000만 명의 거대 시장(65세 이상 인구)에 막강한 구매력(금융자산 1500조 엔 중 900조 엔을 노인이 보유)을 갖춘 덕분이다. 여기에 적든 많든 연금 소득까지 있으니 넘쳐나는 시간은 곧 시장 창출 기대감으로 연결됐었다. 그런데 판을 열어보니 결과는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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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의 핵심 고객으로 간주되던 1차 베이비부머(단카이 세대)의 지갑은 묵묵부답이었다. 부족한 소비 의욕이 문제였다. 돈은 많지만 은퇴 이후의 냉엄한 현실 인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화려한 은퇴 생활은 꿈일 뿐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불쌍한 개미 신세로 비유됐다. 노후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부모 간병, 자녀 지원의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정교한 타깃 분석의 실패였다. 업계는 이들의 저축 세대로의 변신과 근교 거주의 판단 미스를 뒤늦게 반성했다.

실버산업 중 그나마 확실한 건 장례·간병 산업이다. 노후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소비 항목인데다 워낙 거액이 필요한 부문인 까닭에서다. 길거리와 신문엔 묘지 분양과 간병 시설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돈 깔고 누운 인생 후반전’이란 점에서 이들 산업은 어두운 블루오션에 다름 아니다. 장례는 사실상 개인 차원의 사전 준비적인 금전 문제로 비화됐다. 장례의 경제화와 개인화다. 남편과 자신의 사후까지 챙겨야 하는 중년 여성의 위기감이 높다.

비용은 상상 초월이다. 장의비(장례식·화장 등), 음식비, 승려 사례금(독송 등) 등 장례비는 256만 엔에 달한다. 묘지비(묘지 사용료, 묘석비, 관리비 등) 300만 엔은 별도다. 도합 최저 500만 엔이다(주간다이아몬드). 싸다는 공영은 그나마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저렴함을 추구하는 묘지 다양화와 생전 준비가 화두로 떠올랐다. 슬픈 블루오션에 호텔·전철회사·농협·생협 등은 물론 거대 유통까지 도전장을 던진 이유다. 이와 함께 간병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시설 간병 중 괜찮은 건 입소 대기 기간만 2~3년이다. 민간 시설은 최소 월 20만 엔이다.


지갑을 닫아버린 100세살이 공포
H0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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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살이 주역들이 지갑을 닫은 건 오래 살 것 같은 장수 위험 때문이다. 장수 불확실성이 소비 억제로 연결된 셈이다. 비교적 넉넉한 금융자산을 가졌지만 이를 은퇴 생활 때 헐어쓰기보다 더 줄이려고 애쓴다. 혹은 추가 자산 확보 차원에서 더 벌려고 열심이다.

당장 고령 가구의 평균 가계부(고령부부·무직세대)만 봐도 적자 인생이다. 월 가처분소득(19만1000엔)은 소비지출(23만7000엔)에 못 미친다. 약 4만 엔 적자다. 물론 보유한 금융·실물자산을 헐면 20~40년은 적자 벌충이 가능하다. 문제는 불안감이다. 이는 저축의 증가를 낳는다.

정년이 임박하면 위기감은 더 높아진다. 공적연금 수령 연령이 65세로 늘어난 데다 수급액마저 감액 추세다. 평균 예상치도 문제다. ‘일본 노인=부자 그룹’인 줄 알았는데 빈부와 관련된 노노 격차가 엄청나다. 세대 기준 2000만 중 대표 그룹(4만 원 적자)은 440만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무연금·저연금의 연금 사각지대 인원까지 감안하면 가난한 은퇴 생활자가 훨씬 많다. 100세 시대 개막은 이들의 소비 여력을 꺾을 수밖에 없다.

줄이지 못하면 더 벌 수밖에 없다. 원래 생애 주기론에 따르면 연령과 위험 자산은 반비례한다. 어렸을 적 리스크를 지되 나이가 들수록 원금 보전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는 일본에서만큼은 예외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 자산 편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특유의 환경 변수(Cohert)를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유는 높아진 저축의 필요성 때문이다. 노후 보장용 투자 유인이다. 몇 년 새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매월 분배형(용돈) 펀드의 분배금이 적지않이 저축 계좌로 옮겨지는 게 대표적이다. 적자 가계부를 벌충하기 위해서다. 고위험 외환거래(FX)에 관심을 갖는 노인 인구가 늘어난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 보유 금융자산 중 위험 자산(주식·채권 합계) 비율은 30대가 10%인데 60대는 17%에 달한다(2010년).

무릎 꿇은 은퇴 예비군의 절망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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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 관련 분쟁이 늘어난 것도 100세살이의 고단함과 연결된다. 상속재산이야말로 일생일대의 불로소득 확보 기회다. 최근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 확대되면서 이를 원하는 자녀 세대도 증가했다.

4060세대가 부모(8090세대)의 상속재산을 원하는 구조가 많다. 상속 규모는 50조 엔대로 신고 기준 이하 금액까지 합하면 가히 천문학적이다. 덩달아 상속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 은퇴 세대는 그나마 고도 성장의 과실을 톡톡히 본 행운아들이다. 이들 자녀 세대의 불안감은 하늘을 찌른다. 빈곤 노인 양산 구조에 휘말리면서 출구 없는 노후 난민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렇다. 재정 압박 때문에 정부는 연금제도 등 노후 안전망 손질에 들어갔고 쟁여둔 현역 시절 곳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결과다. 2030세대가 아예 결혼조차 포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혼이 약육강식의 경쟁 원리에 휩싸이면서 저소득·비정규직은 어쩔 수 없는 독신이 불가피해졌다. 팍팍해진 삶을 생각하면 연애 자체가 사치다. 빈곤 배경의 단신 가구 증가 이면엔 이런 은퇴 난민 예비군의 허망함이 반영된다. 실제 3가구 중 1가구는 단신 세대다. 1500만 가구다. 워킹 푸어라면 더더욱 그렇다. 주간다이아몬드는 대량의 독신 남성의 고독사를 경고하기까지 했다. “학교 졸업 후 연애·취직·결혼이라는 컨베이어식의 행복 보장 시대가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트릴레마로 불리는 3대 인생 고충은 은퇴 예비군의 핵심 절망이다. 결혼을 택한 대가로 자녀 교육까지 포함된 본인의 노후와 부모 간병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3040세대 대부분은 좀체 트릴레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20~30년 앞날 걱정보다 현실 생존이 더 시급해졌다. 인구 변화와 맞물린 장기·구조적인 저성장 압박에 상시적인 구조조정 공포가 현존하기 때문이다. 늦어진 결혼을 감안해 35세 때 첫 아이를 낳는다면 20년 후 엄마 연령은 55세다.

대개 연상인 남편의 정년 시즌과 맞물린다. 남편 수입이 불안정해진다는 의미다. 이때 부모의 연령은 80대를 넘어 본격 봉양이 불가피하다. 20세 자녀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도 덩달아 확대된다. 삼중고다. 트릴레마 인구는 대략 220만~230만 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준비 상황은 적지않이 열악하다. 이도저도 불안하니 인연을 맺지 않은 채 홀로 자신만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려는 청년 세대가 느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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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 복지 모델의 한계
흔들리는 노후 복지…‘100세살이 불안 증폭’

행복한 100세살이 설계는 개인 책임이 돼버렸다. 더 이상 정부가 ‘장수=축복’을 도와준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그럴 여력(재원)도 의지(철학)도 부족해진 상황 변화 탓이다. 일본의 노후 생활 책임 전가는 2002년의 구조 개혁이 계기가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신자유주의적 개혁 추구가 복지 안전망을 경쟁적 시장 논리로 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미약하게나마 기능하던 사회 안전망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때를 같이해 중산층의 하류화도 본격화됐다. 구조 개혁의 진행 과정은 이런 점에서 일본의 복지 체계 변화와 일맥상통한다.

일본의 복지 체계는 크게 3대 요소로 완성된다. 기업 복지, 지방 통합, 사회보장 등이다. 기업 복지는 고도성장기에 노동 확보를 위해 신입 사원을 뽑은 후 이들에게 종신고용·연공서열의 생활급을 지급한 게 대표적이다. 취업과 동시에 정년 때까지 주택 마련(사택), 자녀 교육(금전 보조), 노후 자금(퇴직금) 등을 보장하며 충성을 요구한 시스템이다.

이게 지금 한계에 달했다. 신자유주의 이후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치중한 결과 비정규직이 35%까지 급증했다. 일부만 빼면 종신고용·연공서열은 하늘의 별 따기다. 100세살이의 희망이 사라진 셈이다.

지방 통합은 기업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중소기업과 농촌 인구를 공공사업(재정투융자)으로 보장해 주던 구조다. 정치적 민심 지지와 복지 수혜의 교환이다. 자민당 이익 유도 정치에 의한 지방 통합으로 불리는 이유다. 결과물은 열도 개조론이다. 그런데 재정 악화로 2000년대 이후 스톱 상태다. 마지막이 최후 수단으로서의 사회보장이다.

생활보호제도 등을 통한 보완 복지다. 이는 애초부터 위약하고 보완 수단으로 기능한데다 복지 축소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아 유명무실해졌다. 요컨대 3대 복지 안전망의 붕괴 개시다. 이렇듯 일본 특유의 안전망 붕괴는 100세살이의 고단함을 보다 현실·구체적으로 배가한다. 돈 없는 100세살이 공포의 확대재생산이다.

글=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