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무너져도 돈 벌 틈새는 있다

[Special ReportⅢ] 강남 PB 6명이 전하는 부자들의 ‘특별한 재테크’
불황인데 부자라고 별 수 있겠어. 예, 별 수 있습니다.

부자가 금융 위기라고 해서 돈 버는 일을 마다하겠습니까.

일반인들은 예금·주식·펀드밖에 모르니 지금 같은 때 투자라고 할 만한 것이 없지만 부자들은 주가연계증권(ELS)·물가안정채권·브라질국채·지역개발채권·메자닌펀드 등의 틈새 상품으로 꾸준히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또 투자자산 1억 원이 일반인에게는 전 재산이겠지만 부자에겐 자산의 1%라면 여유가 있겠지요. 불황 때 주식을 사 놓고 유유히 기다리다 보면 호황이 오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됩니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은 ‘부자 마인드가 돈을 부른다’는 말이 맞겠지요.

강남 프라이빗 뱅커(PB) 6명이 전하는 거액 자산가들의 ‘특별한 재테크’를 소개합니다.

강남 지역 PB 6명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부자들의 동향은 ‘현금 비중을 늘리고 투자 기회를 엿보며 일부 적립식으로 주식(또는 펀드)을 산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어 성급하게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일부 고객은 코스피 지수가 1700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고 해서 주식 투자에 ‘몰빵’하지는 않는다. 자산이 적은 일반인들은 자산을 빨리 증식하기 위해 자산의 많은 비중을 위험 자산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부자들은 ‘지키는 재테크’가 기본이므로 위험 자산이 30%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 30%도 하나의 상품, 하나의 종목에만 투자하지는 않는다.


주가 하락에 ELS 매력 커져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의 이재철 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의 주식 직접투자 비중은 10% 정도다. 일반인처럼 90% 이상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가 전하는 한 고객의 사례를 살펴보면 예금이나 장기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40%),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자산을 담보로 발행해 부도 위험이 낮은 어음)과 같은 단기 현금성 자산(20%), 국내 주식·주식형 펀드(20%), 해외 주식·채권(10%), 저축성 보험(10%)에 투자한다. 금융 위기 전에는 안전 자산이 20%, 국내 주식·주식형 펀드가 40% 비중이었으나 지금은 안전 자산 비중이 위험 자산보다 높아졌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의 지영주 과장은 “예금 금리로는 기대 수익이 충족되지 않은 60대 여성 고객에겐 안전 자산 위주의 자산 운용을 권하고 있는데, 정기예금·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현금성 자산(50%), 원금 보장형 ELS(30~ 40%), 주식형 펀드(10~20%)로 구성돼 있다. 다만 펀드는 거치식(일시에 거액을 예치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 적립식(투자금을 나눠서 내는 것)을 권유해 시장이 추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해 ELS의 매력이 커졌다. 녹인·녹아웃(Knock In·Knock Out) 형태의 원금 보장형 ELS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인기가 있는 편이다. 수익률이 큰 스텝다운(Step Down)형 ELS는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 원금을 전액 잃을 수도 있는 상품이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해 상품 자체의 리스크가 낮아진 상황이다. 예를 들어 40%를 녹인(KI) 구간으로 설정한 ELS 상품은 코스피 지수 1800 기준으로 720 아래로 내려가야 원금 전액 손실이 되므로 오히려 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Special ReportⅢ] 강남 PB 6명이 전하는 부자들의 ‘특별한 재테크’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이보훈 부장은 “고객들이 지금의 주가가 반 토막 날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아 ELS의 매력이 커지는 편이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세이프 랩 ELS(Safe Wrap ELS)’는 90% 이상이 A등급 이상의 채권·ABCP에 투자하고 채권 금리만큼의 비중을 ELS에 투자해 ‘원금 보장+추가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현재 7개월 만기 상품의 예상 수익률은 연 4.25~4.75%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자산을 예금이 아닌 채권에 투자하므로 ‘원금보장형’ 대신 ‘원본보존추구형’으로 표시한다.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강남PB센터에서는 특이하게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모 펀드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센터의 이흥두 팀장은 “레버리지 ETF를 데이트레이딩 수준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약세장 안에서의 박스권 장세에서는 시장을 방어하기 적합하다.

지수 1800에서 오픈했는데, 어제(9월 19일) 기준으로 수익률 11.5%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일반인은 이렇게 운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모 펀드를 결성해 전문가가 운용하고 있다. 타 은행에서도 레버리지ETF를 사모 펀드 형태로 운용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 PB 도곡센터의 김영신 팀장은 “적립식으로 꾸준히 들어오던 투자자금은 3개월마다 만기가 갱신되는 회전식 정기예금이나 MMF 같은 유동성 자금으로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실물 금을 판매하는 곳이다. 금값은 연초 대비 25% 상승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격이 너무 높아져 잠재 구매 고객들도 주저하는 편이다.

거액 자산가들은 ‘종이 금(서류상의 매입)’보다 실물 금을 더 선호한다. 김 팀장은 “페이퍼와 실물 비중이 4 대 6으로 실물 금이 더 많이 팔린다. 아무래도 땅을 보유하면 마음이 든든한 것과 비슷하다. 토지와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소장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거액 자산가들은 100g짜리(부가세 포함 760만 원)보다 1kg짜리 금괴(7600만 원)를 주로 산다는 점이다.


물가안정채권·브라질국채 인기 여전

한편 6명 중 과반수의 PB가 공통적으로 추천한 상품은 물가안정 채권과 브라질 국채다. 이들 상품은 절세형 상품으로 금융 소득이 많은 거액 자산가들일수록 유리하다.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의 조인호 부장은 “물가안정 채권은 정부가 발행하는 것으로 표시금리가 연 1.5% 수준으로 낮지만 물가상승분만큼이 금리에 추가된다.

물가상승분에 따른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이므로 금융종합과세 최고 세율(소득의 38.5%)일수록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물가가 연 3.5% 올랐다고 가정하면 물가안정 채권의 최고 금리는 연 5%인데, 세후(稅後)로 계산하면 연 6.6%짜리 정기예금에 해당한다.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세후로 따지면 연 4.1% 정기예금과 같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향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물가안정 채권의 매력이 커질 수 있다.

PB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또 하나의 상품은 브라질 국채다. 브라질 국채의 표시금리는 연 10%로 국내 시세에 비하면 높은 편이고 한국·브라질 조세협약에 의해 비과세된다. 다만 브라질에서 해외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수익의 6%를 토빈세로 물리는데, 이를 감안해도 수익률은 9.3%다. 거액 자산가들 대부분이 해당되는 금융종합과세 최고 세율자들에게 이는 연 15% 금리의 정기예금과 같다.

1억 원을 투자하면 월 81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PB센터를 중심으로 브라질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그러나 조인호 부장은 “달러가 강세가 되면 원화와 헤알(브라질 화폐)이 함께 약세가 되고, 달러가 약세가 되면 원화와 헤알이 동시에 강세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조언했다.

물가안정 채권과 브라질 국채 등은 일반인들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다. 그러나 PB센터 고객들만 접할 수 있는 매물들도 있다. 이를테면 각 은행의 기업담당 부서(RM: Relation Management)에서 확보한 채권을 PB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있다. RM에서 판단했을 때 ‘BBB’ 등급이지만 부도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채권들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으면서도 국채에 비해 수익률이 높아 인기가 높지만 물량이 많지 않아 PB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또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 은행이 채권을 갖고 있는 부동산 중 압류에 들어갔거나 압류 직전의 부동산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경매에 나와야 그런 물건들을 접할 수 있지만 PB 고객은 그보다 빨리 경매 처분 부동산을 고를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Special ReportⅢ] 강남 PB 6명이 전하는 부자들의 ‘특별한 재테크’
[Special ReportⅢ] 강남 PB 6명이 전하는 부자들의 ‘특별한 재테크’
글=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