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계·철강 가장 타격 커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SK증권 박정우·김영준·정현영 애널리스트가 펴낸 ‘최악에 대한 점검-그리스 디폴트’를 선정했다. 여러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그리스를 ‘사실상의 디폴트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만약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국내 금융시장은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해야할 때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국내 실물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기업의 수출에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군 전체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본시장이다. 그리스 국채의 32.7%(527억 달러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경제 대국 프랑스의 재정이 건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디폴트 시 국내 증시의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입된 서유럽계와 조세 회피 지역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각각 60억 달러, 388억50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악에는 리먼 사태 이후 유입된 전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다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각각 574억 달러와 1299억1000만 달러가 한국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화제의 리포트] ‘최악에 대한 점검-그리스 디폴트’
자동차는 가장 빠른 회복력 보여줄 듯

이 때문에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한다면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서는 전 업종에 걸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업종에 따라 명암이 크게 갈라진다.

먼저 조선·기계·철강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의 유럽 수출 금액은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고 수출 비중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최근 그리스 선주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했지만 유럽의 선박 파이낸싱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계 업종 역시 2010년 이후 수출 금액과 비중이 우상향하고 있어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에 민감한 철강 업종도 디폴트 이후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원재료 가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기 약세로 원재료 가격 부담을 상품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아 철강 업종이 받을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정유 업종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의 경기 불황으로 화학 수요는 이미 하강 국면에 접어든 시점이다. 2010년 이후 화학 업종의 수출 금액이 급상승 했지만 유럽의 수출 비중은 최근 소폭 감소한 모습이다. 이는 제품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화학 업종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 업종 역시 아시아 중심으로 중·장기 수급이 이뤄져 유럽 시장의 상관관계가 낮다.

자동차 업종은 전체 수출에 비해 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이 높지 않고 경기 침체기에는 후발 주자가 시장 지배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래프>에서 보면 2010년 이후 자동차 업종의 EU 수출 금액과 EU 수출 비중이 동시에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안정적인 지역별 판매 분포에 기인한다. 그리스 디폴트에 따른 경기 침체 충격에서 가장 빠른 회복력을 보여줄 업종은 자동차 업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