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JDF 대표

[한국의 스타트업] “꿈과 비전은 3D 영화보다 선명해야죠"
김규동 JDF 대표는 10년 전에도 벤처 회사 사장이었다. 지금도 그는 벤처 회사 사장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한결같은 꿈을 꾸고 있다. 바로 해외시장에서 통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다르다는 점이다.

10년 전 그는 핸디소프트라는 유명 벤처기업의 사장이었다. 창업자는 아니었지만 대표로서 해외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그는 핸디소프트를 떠났다.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 그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되면 좋고’식의 막연한 비전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꿈과 비전은 3D 영화보다 선명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발표를 시작했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나직하지만 패기 있는 발표였다.

JDF는 조이(Joy)·드림(Dream)·펀(Fun)의 영문 이니셜이다. 이 회사의 이름만 들어도 ‘아 뭔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이 있는 회사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다. JDF는 여기에 교육을 추가했다. 이 정도에서 단순히 에듀테인먼트 회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김 대표가 갖고 있는 비전은 그보다 훨씬 컸다. 이 회사 발표 자료에 비욘드 월트디즈니(Beyond Walt Disney)라고 써 있듯, 세계시장에서 디즈니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엔 그렇게 가야 하겠지만 이 회사는 동화책이라는 교육 콘텐츠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를 결합, 미취학 아동 시장에서 사업을 찾았다.

어린이를 위한 아바타 동화

비즈니스는 명쾌하다. 동화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가질 수 있는 고유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즈의 마법사’란 동화책을 사면 이 회사의 온라인 사이트 아바타북(avatarbook.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증 번호를 얻을 수 있다. 내 사진을 이 사이트에 등록하면 내 얼굴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

이 새로운 도로시는 원작 동화와 똑같이 허리케인에 휩쓸려가고 허수아비와 사자 등을 만나는 모험을 겪는다.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오즈의 마법사’ 애니메이션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세계 명작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꿈을 이뤄준다.’ JDF가 서비스하는 아바타 동화의 서비스는 바로 이것을 지향하고 있다.

JDF의 아바타 동화는 동화책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것이 일차적인 수익 모델이다. 동화책을 사면 온라인 애니메이션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동화책 가격은 기존 어린이 동화책 가격대와 동일하게 형성할 계획이다.

생각보다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그의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다. 2006년 1월 출범한 지 꼬박 4년 만에 외부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JDF는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전에 일했던 핸디소프트는 소프트웨어 회사였다. 지금 JDF는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아바타 동화 및 그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둘 다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언뜻 연결이 잘 안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왜 이번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할 생각을 했을까.

“핸디소프트 재직 시절 일본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유행하던 드라마의 주인공 얼굴에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의 얼굴을 대신 넣어 선물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동영상이었고 반쯤 장난으로 했는데 그 친구의 반응이 너무 열광적이었죠.

이런 것으로 사업을 하면 크게 성공하겠다는 말도 그 친구가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참 잊고 있었는데 2005년 여름 핸디소프트를 나온 뒤 고민하던 중 그 일이 떠올라 2006년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3년이 넘게 시간이 걸렸네요.”

김 대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어린이, 특히 미취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훨씬 수명이 길고 활력이 넘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5억 명의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어린이들이 전 세계에 있고 매년 5000만 명 이상이 새로 태어난다는 것에 주목했다.

저작권 관련 문제가 전혀 없는 것도 이 사업의 장점이다. 세계적인 명작 동화는 스토리에 대한 저작권이 소멸된 것들이 대부분이고 창작 동화들도 저작권자와 협의하면 된다.

사업의 전환기를 마련한 것은 2009년 KT 벤처 어워드였다. 그는 일반 공모 분야에 응모했다가 덜컥 대상을 받았다. 그 후 KT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투자도 유치했다. 그리고 작년 8월 영풍문고와 제휴, 오프라인 아바타 동화책도 처음 출시했다. 그리고 올해 4월 전 세계 어린이들이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바타 동화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홈페이지(www.avatarbook.tv)를 오픈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꿈과 비전은 3D 영화보다 선명해야죠"
차근차근 실현되는 해외 진출

동화책 판매가 다는 아니다. 온라인만 이용하려는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했다. 아이패드 등 최근 출시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에 적합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김 대표가 꿈꿨던 ‘전 세계인이 쓰는 소프트웨어 만들기’ 프로젝트는 올 들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JDF는 올 1월 7일 미국에 아바타툰(Avatartoon)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유명 유아교육 TV 방송사 베이비퍼스트(BabyFirst)TV와 함께 아바타 동화 미국 현지 서비스를 7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베이비퍼스트TV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아 전문 위성방송사로 전 세계 28개국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20세기폭스사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다.

처음엔 JDF가 만든 미국 서비스 페이지와 이 방송사의 홈페이지를 서로 연동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시작된다. 김 대표는 “처음엔 아바타 동화로 시작하지만 향후 콘텐츠 연계나 다양한 스타일의 서비스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