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생생 토크

한나라당 소장파가 여권 쇄신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반란’ 직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한편 차기 전당대회에서 젊고 신선한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가는 등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소장파’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기존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대변되던 원조 소장파와는 구성과 역할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남 의원이 당내 소장파에서 최다선(4선)으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소장파를 이끄는 인사는 따로 있다는 게 중론이다. 주인공은 바로 정두언 의원이다.
권 쇄신의 핵 ‘소장파’들은 누구
리더는 ‘추락하는 실세’ 정두언 의원

사실 정 의원은 소장파의 등장 전에는 ‘추락하는 실세’라는 평가를 받으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핵심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 게임에서 밀리면서 여권 내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리더를 맡으며 화려하게 부활해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소장파를 떠받치는 다른 한 축은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다. 이 모임은 지난 5월 11일 44명을 회원으로 정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새로운 한나라’는 여권 내 신주류라고 일컬어질 만큼 비상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44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당이 처한 상황과 의원 개개인의 위기의식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지역별로는 민심 이반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과 부산·경남·울산(PK) 지역 의원들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다.

44명 중 수도권 의원이 24명이고, PK 지역 의원은 11명에 달했다. 회원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내 대표적 개혁 성향 모임인 ‘민본 21’과 탈계파 모임인 ‘통합과 실용’이 ‘새로운 한나라’의 양대 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파별로 볼 때는 ‘황우여의 난’을 주도했던 중립 성향과 친박계 의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점령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정책면에서 보면 대부분의 의원들이 상향식 공천제와 감세 철회 등 개혁 성향 정책에 찬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쇄신의 기조 속에서 소장파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이들의 앞길이 반드시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소장파 내에서 차기 전당대회를 노리는 의원이 많아 분열 가능성이 남아 있다. 현재 소장파 중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남경필·정두언·나경원 의원 등이다. 이들이 차기 당권 행보 속에 전대 룰과 당헌·당규 개정 등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소장파는 급격히 힘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다른 고민은 신주류의 다른 축인 친박계의 협조 여부다. 소장파가 당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60명이 넘는 세를 거느린 친박계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당 쇄신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대구·경북 지역의 친박계 원로들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소장파의 ‘과속 주행’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소장파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동회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