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르면 알짜
지난 2008년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했던 반포자이. 반포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100만 원 선으로 116㎡는 10억8247만~11억7729만 원에 분양됐다.당시 서초구 평균 아파트 시세(3.3㎡당 2791만 원)보다 높다는 이유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이 아파트는 설상가상으로 조합원 물량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분양가를 밑돌았다.
하지만 현재 116㎡는 최고 16억 원을 호가한다. 서울 강남구의 삼성동 아이파크와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비슷한 경우다. 분양 당시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손꼽히는 단지들이다. 미래 가치가 높은 아파트라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교훈을 일러주는 사례다.
전세난 심화, 차라리 내 집 마련
미분양 아파트가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7572가구로 전달(8만588가구) 대비 3016가구가 줄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 지방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대구광역시가 604가구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고 충남(395가구), 경남(386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도 서울이 112가구, 인천이 350가구 줄었다.
미분양 아파트 감소세는 지방의 신규 분양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 데다 전세난 심화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전세난의 돌파구로 활용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셋값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매매가와의 격차가 줄고 있다. 여기에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 집값에 대한 불안 심리로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살아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전세난이 전세 수요를 내 집 마련 수요로 전환하면서 적체돼 있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고 있고, 청약 시장에서도 연일 청약 돌풍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후 주택 건설 실적 감소로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주택 건설 실적은 38만6542가구(인·허가 기준)다. 2008년과 2009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2007년(55만5792가구)에 비하면 약 17만 가구가 줄어들었다.
아파트는 2~3년간 공사 기간이 드는 만큼 주택 시장의 수급을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인·허가만 받고 사업이 중단되기도 해 실제 공급 가구 수는 이보다 적다. 국토해양부의 연도별 분양 승인 실적을 보면 ▷2008년 25만5134가구 ▷2009년 23만625가구 ▷2010년 20만958가구로 인·허가 대비 분양 승인 실적은 훨씬 적다.
정부가 추산한 연간 신규 주택 수요량은 43만 가구 정도다. 연립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공급 확대 당장은 어려워
주택 공급이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분양가 상한제다.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민간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주택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에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 위기와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같은 변수가 작용하면서 민간 주택의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됐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3·22 부동산 대책’은 그동안 주택 공급 확대의 발목을 잡았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만약 상한제가 폐지되면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당장 국회 통과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바로 공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주택 공급의 효과는 분양 후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가 ‘미(美)분양’으로 보이는 이유다.
미분양 아파트를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상황적 요인에 의해 미분양된 경우도 있지만 미분양이 될 수밖에 없을만한 곳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아파트나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철저한 옥석 가리기식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왜 미분양이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중도금 무이자나 중도금 이자 대납 등 각종 금융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혜택에 쉽게 현혹돼선 안 된다. 중도금 무이자 등에 따른 혜택은 몇 백만 원인 반면, 아파트를 잘못 구입한 손실은 몇 천만 원에 이를 수 있다.
다음으로 좋은 미분양, 즉 향후 미래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고르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 여건이다. 신도시나 택지지구 또는 그 주변, 교통 개선 계획 등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향후 입지 여건이 좋아져 가격 상승 여력이 높다. 미래 가치에 대한 선점이 필요한 지역이다.
요즘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저평가된 지역과 단지들이 많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 등 수도권의 신도시들과 지방의 택지지구는 입주 후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면 가치 상승 여력이 높다.
브랜드와 단지 규모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값에 반영되는 추세다. 대단지 아파트의 장점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대단지 아파트는 같은 조건의 다른 아파트보다 조금 더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층과 향이 좋은 아파트를 선점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층과 향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망권이 확보된 로열층이 최선이다.
김지훈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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