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e북 혁명

[광파리의 IT이야기] 아마존서 전자책이 종이책 추월
종이책이 사라질까요. 전자책(e-book)이 종이책을 대체할까요. 블로그에 전자책에 관한 글을 올리면 회의적인 의견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은 역시 종이책이 제맛이다, 전자책이 발달해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불법 복제가 판치는데 전자책이 되겠느냐…. 이런 얘기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전자책이 확산되는 걸 보면 언젠가는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존 아시죠?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이죠.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2007년 11월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내놓은 후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신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작년 7월 전자책 판매량이 하드커버 판매량을 추월했다고 발표했고, 6개월 후엔 전자책이 페이퍼백도 추월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드커버에 이어 페이퍼백까지…. 대단합니다.

최근에는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을 추월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을 합친 것보다 전자책이 더 많이 팔렸다는 얘기입니다. 킨들이 나온 지 3년 반밖에 안 됐는데 마침내 전자책이 종이책을 추월했습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아마존은 블로그를 통해 이 사실을 발표하면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렇게 빨리 실현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썼습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종이책을 15년 동안 팔았고 킨들 책(전자책)을 판매한 것은 4년도 안 됐다. 114달러에 내놓은 킨들 특별판에 대한 반응이 아주 좋다. 킨들 특별판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킨들이 세계 최고의 전자책 단말기 자리를 지키고 킨들스토어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자책 가게가 될 수 있게 성원해준 여러분께 감사한다.”

아마존은 킨들이 세운 몇 가지 신기록을 밝혔습니다. 첫째, 4월 1일 이후 아마존닷컴에서는 종이책을 100권 팔 때마다 전자책 105권을 팔고 있다. 공짜 전자책을 포함하지 않고도 그렇다.

둘째, 전자책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들어 책 판매량과 매출 증가율이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다. 온갖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전자책으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아마존은 킨들을 몇 대 팔았는지, 전자책 판매량이 몇 권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 들어 전자책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3배가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마존 영국 사이트에서도 킨들 책(전자책)이 하드커버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고 전자책과 하드커버 비중이 2 대 1이 넘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전자책 바람이 영국으로 확산되나 봅니다.

미국 킨들 스토어에는 전자책 95만 종이 진열돼 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79만 종은 가격이 10달러를 밑돕니다. 우리 돈으로 1만 원이 안 된다는 얘기겠죠. 게다가 1923년 이전에 출판돼 저작권 시효가 끝난 공짜 전자책도 수백만 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5개월 사이에 17만5000종이 추가됐다고 하니까 하루에 1000종 이상 늘어나는 셈입니다. 두 달쯤 후엔 100만 종이 넘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 사이에서는 애플이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혁신 기업으로 애플보다 아마존을 더 쳐줍니다. 전자책 시장에서 이룬 혁신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http://blog.hankyung.com/kim215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