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일단 부실채권 총규모가 2010년 말 기준 39조 원 내외가 되어 전년 말 대비 1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비율을 나타내는 고정 이하 여신 비율도 2.4%로 지난해 말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회사별로는 은행이 2010년 말 24조4000억 원으로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7조7000억 원 대비 3배 증가했고 비은행 금융회사도 13조7000억 원으로 2007년의 9조1000억 원 대비 4조6000억 원 늘어났다.
부실채권 비율도 은행이 2010년 말 1.86%로 전년 말 대비로 0.62%포인트 상승했고 비은행 금융회사도 저축은행과 여신 전문 기관의 부실 증가로 2007년 4.0%에서 2010년 말 4.6%로 0.6%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카드 사태를 맞은 2004년 당시와 비교해 보면 국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졌고, 손실 흡수 능력은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총여신 규모가 1999년의 565조 원 대비 3배가량 증가한 1600조 원으로 증가하면서 부실채권 비율은 이전 두 차례 위기보다 비율상으로는 낮아졌지만 2010년 말 국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규모는 2000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10년 말 6조9000억 원으로 지난 두 차례 위기 당시의 5조 원이나 3조9000억 원보다 더 늘었고 은행권의 부실도 24조4000억 원으로 카드 사태 당시의 13조9000억 원보다 많다.
이에 비해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고정 이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2010년 말 기준으로 은행이 111.2%를 기록, 카드 사태의 104.5%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저축은행은 58.2%로 카드 사태 당시 61.1%보다 더 나빠졌다.
이에 더해 은행 예대율(원화 대출금 ÷ 원화 예수금)은 외환위기, 카드 사태보다 높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의 높은 예대율은 금융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은행 예대율은 2010년 말 112.5%로 외환위기의 84%, 카드 사태의 104%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 강화해야 할 국내 금융 감독 기관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로 기능이 거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를 바로잡고 더 나아가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금융 감독 기능이 정상화돼야 한다.
일단 금융 감독 기구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현실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잘못하면 또 정책 기관별로 나눠 먹기 식 업무 분장이 될 위험성이 높은 까닭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1960년생. 82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98년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2003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현). 2007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경제학회 경제교육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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