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386세대, X세대, 88만 원 세대 등 특정 세대를 정의하는 용어 가운데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G20 세대’다. 널리 통용되고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그 의미는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젊은 세대’다.

G20 세대라는 용어가 나온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이 한껏 고조돼 있는 최근의 상황과 연관이 있다.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그 어느 나라보다 먼저 극복하고 견실한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빈곤한 국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로 발전한 경제적 기적을 이룬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몇 가지 분야에서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봤더니 의료 서비스에서는 접근성 및 비용 수준에서 우리나라가 확실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고 소매금융 지급결제 서비스도 편의성 및 신속성에서 분명히 앞서고 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선진국을 뒤쫓아 가는 나라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그들과 대등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G20 세대로 상징되는 미래의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기성세대의 대한민국은 빈곤한 후진국도 노력하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저개발 국가들에 보여줬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성공 모델이 기성세대의 몫이라면 G20 세대는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안에 갇혀 있는 우리 인식의 지도를 지구촌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저개발국의 경제원조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그린 에너지, 자원의 고갈, 국가 및 지역 간 정치적 갈등 등 인류가 지구상에서 더 나은 인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수없이 많다.

G20 세대가 성공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이슈에 대해 우리 자신이 스스로 주체라고 인식해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가 원조의 대상이고, 환경문제는 있지만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얼마간 공해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는 피동적인 사고를 했다면 이제는 대한민국만의 이익보다 지구촌 전체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주도적 사고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개방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질적 요소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풍조가 강했다. 이러한 편협성이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 문제 같은 갈등을 유발해 왔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월등히 많은 LG전자가 한때 외국인 고위 경영자들을 다수 영입했으나, 최근에 실패한 실험으로 마감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은 개방적 사고와 문화적 유연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역사를 보건대, 한 시대를 풍미한 모든 국가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개방된 사회와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우리 한민족을 지구촌 다른 구성원과 다 같이 하나로 인식하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
[CEO 에세이] G20 세대의 인식 전환
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

1961년생. 84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89년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박사. 93년 맥킨지 및 엑센츄어 근무. 2000년 효성데이타시스템 사장. 2002년 노틸러스효성 사장.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