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과 집값 함수
올 들어 굵직한 부동산 정책이 모두 네 번 발표됐다. 부동산은 한국인의 자산 가운데 80% 정도를 차지하는 제1의 자산 목록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부 정책이 집값의 상승과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정부는 집값 변동이 심할 때마다 수요와 공급 측면의 정책을 쏟아내며 시장의 흐름을 돌리려고 시도한다.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보호해 주겠다는 도를 넘은(?) 간섭일 때가 많은데도 정부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한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정부가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 할까. 순진하게 정부의 말을 100% 믿고 집을 사고팔아야 할까.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어갈 말이 아닌 것 같다.
주택정책 전문가인 신임 국토부 장관에 기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장관들이 “집을 사면 낭패를 본다”며 세금 폭탄과 수요 억제책을 연이어 발표했을 때의 일이다. ‘집값이 꼭지에 달했다’는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집을 산 사람들은 1년도 안 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벌었다는 사례가 속속 소개됐다.
반대로 정부 말만 믿고 집을 팔았다가 집값이 급등하는 바람에 무주택자로 전락한 이들이 수두룩하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일부 고위 공무원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채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집값 안정, 또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각종 부동산 정책이 과연 어떤 효과를 발휘할까. 학술적 연구 결과는 대개 부정적이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 변동은 확장기가 3~4년이고 수축기는 8~9년인 비대칭적 순환을 한다”며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규제 강화 및 규제 완화가 반복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 위원장은 고려대 교수 때 “2003년 10월 29일의 10·29 대책을 제외하고는 2001년 이후 정부의 주택 안정 정책들이 주택 시장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주택 시장 안정책이 발표되면 시장이 일시 안정됐다가 다시 불안해진다”며 “시장 기능을 고려한 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집값 안정을 목적에 두고 발표한 정책들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이전 정부의 전철을 되밟기는 마찬가지다. 올 들어 한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왔다. 압권은 양도세 거주 요건을 완화한 5·1 대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토해양부 장관을 교체한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갑자기 발표돼 어안이 벙벙했다. 현 시장 상황과 워낙 동떨어져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유임을 노리고 급조한 대책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국토부가 3년 만에 새로운 선장을 맞이한다. 장관으로 내정된 권도엽 전 국토부 1차관은 주택정책에 밝은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부동산 시장은 그런 권 내정자를 주목하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이 권 내정자에게 바라는 것은 부동산 거래의 기능 정상화다. 무주택자는 주거 안정을 바란다. 권 내정자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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