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일몰제’ 도입

국토해양부가는 5월 11일 내놓은 ‘도시재생 법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서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지부진한 곳을 솎아내고 사업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부동산 경기 활황 때 과다 지정된 뉴타운·정비구역 등에 대한 출구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곳에는 일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적용 요건은 정비구역(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주거환경)의 경우 ▶조합 설립 인가일로부터 4년 안에 사업 인가 신청을 못한 곳 ▶추진위원회 설립 후 4년 내 조합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곳 ▶구역 지정 후 2년 안에 추진위 설립 신청을 못한 곳이다.

정비 예정구역은 지정일로부터 2년 안에 구역 지정을 신청하지 못하면 자동 해제된다. 일몰제 요건은 제도 시행 후 첫 지정되는 정비구역과 예정구역부터 적용된다.
4년 내 사업 진척 없으면 취소
찬성 조합원 3분의 2 동의로 해산 가능

기존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는 조합원이 직접 사업을 취소할 수 있다. 사업성이 떨어져 조합원 부담이 커지거나 주민 갈등이 심한 곳 등이 대상이다. 조합이나 추진위 설립에 동의한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 또는 토지·건물 소유자의 50%가 동의하면 해산할 수 있다.

조합이나 추진위가 해산되면 정비구역도 자동 해제된다. 전국의 정비구역은 수도권 745곳, 지방 1210곳 등 1955곳이지만 착공 단계인 곳은 재개발(708곳) 기준으로 수도권 9.7%(34곳), 지방 2.2%(8곳)에 불과하다.

정비구역 지정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재개발·주거환경 개선 사업으로 지정 가능한 노후·불량 주택 요건을 ‘주택 수’와 ‘총면적 비율’로 나눠 각각 3분의 2 이상으로 제시했다. 기반 시설이 부족한 곳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일부 완화할 수 있게 했다. 현행 정비구역 지정 요건은 ▶무허가 건축물 수 ▶노후·불량 주택 수 ▶호수 밀도 등 세 가지다.

의무화돼 있는 정비 예정구역 지정도 지자체 여건에 맞춰 추진하게 된다. 사업 예측성을 높이는 효과보다 땅값 상승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재개발 구역의 임대주택 건설 비율은 최대한도를 현행 17%에서 20%까지 높이고 최저 비율은 현행 8.5%에서 5.5%로 낮춰 조례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때 의무화하고 있는 임대주택 건립(전체의 50~75%)도 재건축에서 재개발까지 확대하고 일정 면적을 임대 상가로 지어 상가 세입자 정착률도 높이기로 했다.

전면 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대신 ‘개발과 보존(관리)’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정비 사업을 바꾼다. 주거환경 관리 사업을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휴먼타운’처럼 양호한 저층 주택 단지는 수리해서 쓰고 지자체가 기반 시설과 공동 이용 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아예 폐지한다. 도심재개발도 주변의 산업·역사·문화 등을 고려해 부분 개량(수복형) 방식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5월 12일 열린 공청회를 거쳐 상반기 중 도시 및 주거환경 재생법(가칭) 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