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취하 물건 실전 투자법
장면 하나. 금융 위기 여파가 채 가시기 전인 2009년 3월 이미경(52·가명) 고객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연인즉슨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가 대출이자 연체로 경매로 넘어가게 됐는데 적절한 해결책을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물건이 위치한 안산시 아파트 시세와 제2 금융권까지 이용한 담보대출액을 보니 무척이나 급해 보였고, 과거에도 연체된 경험이 있어 추가 대출 받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오래전 남편과 사별하고 음악을 전공하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다가 결국엔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장면 둘. 부동산 중개업소뿐만 아니라 부동산 컨설팅 업계 전문가들과 폭넓은 인맥 관계를 자랑하는 평범한 가정주부 박미숙(51·가명) 씨. 1년에 한두 차례 정도의 부동산 거래로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본인은 사시사철 해외여행을 즐긴다.
박 씨의 주 종목은 경매에 나온 물건의 채무자를 만나 경매 취하(채권자의 채무를 일부 변제)해 주는 조건으로 해당 물건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취득하는 것이다. 채무자는 경매로 해당 물건을 헐값에 날리는 것보다 박 씨 같은 전문 투자자나 일반 시장에 저렴하게 매도하는 게 금전적으로 따져볼 때 이득인 것이다.
경매 취하 물건 수없이 많아
전문 경매 사이트나 정보지를 살펴보면 이런 물건이 수없이 많이 쏟아진다. 경매 취하 물건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이런 물건을 취급하는 해당 전문 컨설팅사와 끈을 잘 연결해 놓은 경우가 많다.
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자금에 한계가 있어 이런 물건들에 전부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컨설팅사는 우량 물건이 나오면 평상시 유대 관계가 좋은 고객들에게 우선 연락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수천만 원 정도의 투자 자금을 미리 준비해 놓으면 금상첨화다.
경매 취하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급매보다 5~15%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 이후 정상가보다 싸게 넘겨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10%의 수익을 단기간에 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4억 원대의 경매 취하 물건 매물을 잡아 10%만 이익을 남기고 매도하더라도 단기간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년에 1~2차례 괜찮은 물건을 잡으면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을 훨씬 웃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져 1순위는 제 1금융권에서 설정하더라도 추가 담보대출은 제2금융권이나 담보대출 업자에게서 자금을 융통하는 경우가 많다. 3·22 대책을 전후로 부동산 거래도 점차 줄어들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조정받고 있어 담보 가치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만큼 투자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매 취하 물건의 투자 요건은 시장에서 잘 팔리는 물건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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