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다음 행보는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 네이비실 특공대에게 사살됐다. 이에 따라 그의 사후에도 알카에다가 ‘공포의 테러 조직’이란 명성을 유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빈 라덴 사살에도 불구하고 알카에다의 자금줄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알카에다 특성상 단기적으로 지도력 공백은 있겠지만 오히려 동시다발 테러가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알카에다가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의 집요한 압박으로 조직이 크게 약화된 상태로 파악하고 있다. 조직의 정신적 지주인 빈 라덴마저 사망하면서 알카에다는 지도력 공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알카에다가 탈중앙 집중화된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다양한 자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측면에서 빈 라덴의 사살 영향력이 제한적이란 시각도 있다.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테러 조직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알카에다의 자금 규모가 50억 달러(5조3000억 원)에 이르고 자금 포트폴리오도 다양한 만큼 빈 라덴 사살에 따른 재정적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알카에다 자금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마약 밀거래다. 아프간 카르자이 정권이 사실상 ‘카불 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가운데 아프간 각지에서 재배한 양귀비 등으로 마약을 제조·판매한 비용이 전체 자금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금력 ‘탄탄’…보복 테러 ‘예고’
5조 원이 넘는 막강 자금원

이와 함께 중앙·서아프리카 각국의 다이아몬드 밀거래가 전체 돈줄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이슬람권 원리주의자들의 기부금과 희사금이 15% 정도 된다. 납치나 유괴, 위조지폐 제작 같은 범법 행위로 충당하는 돈은 전체의 10%, 오사마 빈 라덴 개인 재산도 알카에다 자산의 10%가량으로 분석되고 있다.

알카에다가 조성한 자금은 소말리아와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데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000만~5000만 달러가 테러리스트 양성 비용으로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니얼 바이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빈 라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그가 죽은 후에도 살아남을 조직을 만든 것”이라며 “알카에다는 하룻밤 새 궤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빈 라덴을 중심으로 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 핵심 그룹은 200여 명 규모의 소그룹으로 위축된 반면 예멘과 소말리아, 북서아프리카가 새로운 알카에다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으로부터 “단 하루도 미국과 영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 계획을 멈춘 적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알카에다 조직 내 떠오르는 별로 불리는 안와르 알 올라키도 예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일사불란한 계획 테러 대신 예측 불가능한 개별 테러가 각지에서 빈발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2002년 케냐 뭄바사 테러와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테러, 2005년 영국 런던 버스 테러는 빈 라덴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008년 인도 뭄바이 타지호텔 테러나 2009년 미 디트로이트 폭탄 소포 배달 사건은 그와 무관하게 진행된 사건으로 분석된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