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늘면서 조합원 부담 커져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현재의 재개발 사업은 도로·상하수도·학교·공원 등의 기반 시설은 물론이고 개발 전 살고 있던 기존 세입자나 상가 임차인들의 보상비용까지 원주민들이 보상하는 방식이다.

사업성이 좋아, 즉 부동산 값이 계속 상승해 적은 비용으로도 입주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면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재 조합과 건설사, 또 지자체 간 소송전이 이어지는 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면 원주민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 수밖에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재개발 사업 문제의 핵심은 주민 ‘분담금’이다. 분담금은 원래 살고 있던 집의 지분에서 기부채납 등으로 누락되는 땅의 가격에 평당 건축비 등이 합쳐져 산정된다.

높은 분양가로 일반 분양이 잘 이뤄지면 분담금 규모도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 거의 대부분의 재개발 사업지에서 ‘분담금 폭탄’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가 커져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와 있는 상태다.

아현뉴타운에서는 2008년보다 적게는 36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3000만 원까지 추가 분담금이 발생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현금 청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돈 없어 현금 청산하는 조합원도 있어
무상지분율이 떨어지는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의 한 부동산에 추가분담금에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414
무상지분율이 떨어지는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의 한 부동산에 추가분담금에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414
분담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시장 침체에 따른 분양가 하락, 각종 분쟁에 따른 사업 표류, 건축 원자재 값 상승 등이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원주민들의 원성을 가장 많이 사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임대주택 의무비율’이다.

정부는 지난 2·11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 주택 재개발 사업 시 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지자체장이 사업 여건에 따라 최대 20%까지 올릴 수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이 조정안은 5월 12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규개위를 거치면 6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 임대주택은 도시 저소득 주민, 특히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주변 분양가에 비해 3분의 1 이상 저렴한 가격에 임대되는 주택 공급량을 의무적으로 정해 놓은 것.

따라서 임대주택 수가 늘어나면 일반 분양 물량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일반 분양이 줄어든 것은 사업성 저하, 즉 원주민의 분담금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지난 3월 내놓은 ‘재개발사업 임대주택 공급비율 상향에 따른 영향 분석’을 보면, 임대주택 공급 비율이 17%에서 20%로 높아지면 서울 지역의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수는 최소 2392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거환경연구원이 실제 강남의 한 재개발 지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임대주택 비율이 17%에서 20%로 늘어나면 전체 임대주택 수는 181가구에서 213가구로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때 조합의 사업비 분담금 총액은 47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됐고, 조합원 평균 분담금은 660만 원 증가(3.84%)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임대주택 비율이 0%에서 20%로 상향된다면 조합원 분담금 증가액은 3959만 원이나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분담금이 급등하면서 경제적 부담 능력이 부족한 조합원이 재입주를 포기하고 또 다른 세입자로 전락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반 시설 설치 비용 일부를 공공이 지원하거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