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돈 되는 경매 이야기
네 식구가 단란하게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M 씨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맞벌이를 하지 못하는 외벌이다. 열심히 생활하고 있지만 박봉에 내 집 마련의 꿈도 요원할 뿐만 아니라 좀처럼 저축액이 늘어나지 않아 이른바 ‘투잡’을 할까 수차례 고민하기도 했다.그러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하면 짭짤한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무엇에 홀린 듯 M 씨는 출퇴근길에 자리 잡은 모 경매 정보 제공 회사 부설 교육원의 경매 강좌에 등록했다.
1주일에 화·목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두 번씩, 퇴근 후 야간 강의를 듣는 것이 힘들었지만 잘만 하면 투잡 이상의 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3개월을 잘 이겨내고 수료했다.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니 돈 버는 일만 남은 것 같았지만 종잣돈이 문제였다. 그동안 어렵사리 마련한 3000만 원이 전부였다.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경락 잔금 대출 제도를 잘 활용하기로 했다. 물건만 좋으면 낙찰가의 70~80% 정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학원에서 들었기에 일단 1억 원 전후의 조그만 빌라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북 일대에 있는 빌라(다세대주택)를 20여 차례 답사하고 아내를 시켜 여러 차례 입찰했지만 낙찰이 쉽지 않았다. 역시 ‘돈 벌기가 쉽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하면 오기가 뻗쳐 아예 주말엔 현장을 누비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답사를 다녔다.
그렇게 발품을 팔던 차에 서울 성북구 삼선동 한성대입구역 주변에 있는 1층 빌라(다세대주택)를 만났다. 3개동으로 24가구가 살고 있고 전용면적 53㎡(구 16평)에 대지 지분 43㎡(구 13평)인 이 빌라는 감정 가격이 1억2000만 원으로 적당한 데다 2회 유찰돼 최저 매각 가격이 7680만 원인 점이 입맛에 딱 맞았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간 M 씨는 깜짝 놀랐다. 서류상으로는 1층 빌라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지하실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살고 있는 사람이 없는지 입구에 습기가 가득하고 곰팡이 냄새까지 진동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이 건물은 이미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고도 제한으로 재개발이 한 차례 취소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노후·불량 건축물이 대부분이어서 재개발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 ▶대지 지분이 상대적으로 넓어 재개발 수익성이 높다는 점(건물 전용 53㎡, 대지 지분 43㎡) ▶4호선 한성대역 역세권으로 교통이 편리한 점 ▶‘나 홀로’ 빌라가 아니라 3개동 24가구로, 자체 재건축도 가능하다는 점에 확신을 갖고 입찰하기로 마음먹었다
입찰 당일 3명과 경합한 끝에 원했던 빌라를 8670만 원에 낙찰 받은 M 씨는 약 1개월 후에 경락 잔금 대출을 받아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 소유권을 취득한 M 씨는 다시 800만 원을 들여 내부를 수리한 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반전세를 주는 데 성공했다.
노력한 사람의 대가라고 해야 할까. 불과 1년여가 흐르면서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다시 결성됐고, 대지 지분이 3.3㎡당 1200만 원을 호가했다. 1년 만에 연봉을 훌쩍 초과하는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M 씨가 올린 이런 성공담은 그저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일까. M 씨는 경매 투자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이나 불안감을 가지는 대신 퇴근 후 바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3개월을 투자했다.
또한 스무 차례 이상 현장을 답사하고 여섯 차례 넘게 입찰에 떨어지면서도 조급해 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범위 안에서 끈질기게 도전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보는 안목이 넓어졌고 수익은 그 결과로 따라왔을 뿐이다.
비결이 뭐냐고 묻는 주위 사람들에게 M 씨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주말은 주중에 봐 뒀던 물건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답사로 바쁘다.
김부철 지지옥션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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