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거주 요건 완화와 부동산 시장

정부는 5월 1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하나였던 2년 거주 요건을 없앤다는 내용이다. 양도 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는 1가구 1주택자에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3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실거래가가 9억 원 이하여야 한다.

그런데 서울과 과천·분당·평촌·일산·중동·산본 등 5대 1기 신도시에서는 이 조건 외에 2년간 전 가구원이 실거주해야 비과세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완화되는 것은 세 번째 조건이다.

기반 시설이 다른 지역보다 잘 갖춰진 이들 지역은 과거 부동산 급등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 이에 따라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지금까지의 규제책이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이들 지역보다 집값이 훨씬 많이 오른 판교 등지는 거주 요건이 필요하지 않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었다. 2007년 말에는 민주당의 대선 공약으로 등장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면 양도세 거주 요건 완화는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저소득층 많이 사는 지역은 오히려 ‘독’
양도세 2년 거주 제한 풀려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장기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이들 지역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양도세 과세 기준이 완화됐다고 해서 실수요자가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투자 수요는 사정이 다르다. 직장 등의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S전자에 다니는 김모 부장은 집값 이야기만 나오면 울화가 치솟는다. 2003년 6월 경북의 K시로 발령이 난 김 과장은 서울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K시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 그러다 작년 6월 수원 공장으로 다시 발령이 난 김 과장은 깜짝 놀랐다.

지난 7년간 K시의 아파트 값은 10.2%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서울 아파트 값은 무려 53.5%나 올랐던 것이다(국민은행 통계 기준). 한편 같은 시기에 K시로 같이 발령이 난 입사 동기 이 과장은 서울의 집을 전세 주고 K시에서 전세로 살았기 때문에 서울의 집값 상승분을 그대로 취할 수 있었다.

그러면 집은 순전히 거주의 개념이지 투자의 개념이 아니라는 말을 믿은 김 과장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까. 반대로 거주의 개념도 있지만 집을 자산의 개념으로 본 이 과장은 투기를 한 것일까.

지방으로 발령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팔지 않은 행위를 ‘투기’로 본다면 처음부터 서울에서만 근무한 또 다른 입사 동기 박 과장이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수익률을 거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같은 직장이라도 어떤 사람은 본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오르는 곳에 집을 사는 기회를 얻고, 어떤 사람은 지방에 있는 공장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달라진다면 그것이 더 문제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같은 시기에 지방으로 발령이 났지만 서울에 집을 보유하고 있던 이 과장이 투자 측면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위의 사례는 서울에 집을 보유하고 있었던 경우이지만 지방에 거주하면서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은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유리할까. 시세 차익이 같다고 한다면 세금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이나 과천, 5대 신도시에 투자한다면 3년간 보유하더라도 2년 거주 요건을 채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수원이나 용인·판교 등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했었다. 3년 보유만으로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규제가 이번에 풀리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 소재 투자자들의 선택권이 서울·과천 및 분당 등 5대 신도시로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수요가 유입된다는 측면에서 이들 지역에는 장기적으로 확실한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호재와 악재가 혼재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서울·과천 및 5대 신도시에 투자한 사람 중에는 전세를 끼고 투자해 놓은 사람들이 많다. 오래전에 투자해 놓았기 때문에 양도 차익은 크지만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실거주를 하기에는 거액(?)의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그동안 집을 팔지 못했던 것은 집을 팔고 싶어도 막상 팔고 나서 부과될 세금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거주하기에는 여건이 맞지 않아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이번에 개정될 양도소득세 개편안은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세금이 완전 감면되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팔 수 있는 ‘면세증’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면세증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매물이 나올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시세가 계속 오른다면 이미 3년 보유 기간을 채웠기 때문에 지금부터 거두는 차익도 모두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급하게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방에 사는 서울 투자자 수혜

그러므로 앞으로도 주택 값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매물로 내놓지 않을 것이고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현금화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미래에 대한 시각 차이에 따라 차익 실현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지역은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다 지방 거주 투자자의 추가 수요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고,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지역은 그동안 세금 때문에 팔지 못했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지역은 지방 소재 투자자들의 수요와 물량이 시장에서 균형을 맞출 때까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런 지역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에서는 매달 소비자 심리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시장을 가장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200, 약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150, 중립으로 보면 100, 약간 비관적으로 보면 50, 극도로 비관적으로 보면 0으로 하여 2000여 명의 조사 결과를 평균 낸 것이 바로 소비자 심리지수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1년 4월 기준으로 주택 상가 가치 전망 지수는 106을 가리키고 있다. 이를 단순히 표현하면 일반인 200명 중 106명은 향후 6개월 후에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고, 94명은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믿는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이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통계다.

그런데 같은 조사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소득에 따라 시장을 보는 눈은 상당히 다르다. 2001년 4월 기준으로 소득이 월 100만 원 미만인 저소득 계층의 지수는 103이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200명 중 103명 정도 된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월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4월 지수는 109를 가리키고 있다. 저소득 계층보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최근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한은 통계가 시작된 2008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31개월의 평균을 내보면 저소득층은 98, 고소득층은 103을 나타낸다. 기간별로 살펴보아도 국제 금융 위기의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한 2009년 3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 지수가 역전된 적이 없다. 결국 고소득층이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훨씬 낙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시장을 보는 시각의 차이도 있지만, 고소득층은 집을 당장 팔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집을 팔려는 유혹을 더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저소득층이 많이 살거나 이들이 주로 구매하는 지역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고소득층이 많이 살거나 그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매물이 적게 나오고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 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조치는 차별화와 변동성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