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과세 기준인 거주 요건 폐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철학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집권 3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난폭 운전을 하는 탓에 국민들이 이리저리 피하며 우왕좌왕하는 형국이다.

5·1 부동산 대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대책은 정부의 주택 정책 방향을 ‘확’ 틀어버렸다. 현 정부는 출범 전부터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강조해 왔다. 온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정신이 팔려 국민 경제를 갉아먹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라며 로또식 분양하는 어리석은 일을 일삼더니 급기야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빼들었다. 바로 서울·과천·5대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거주자들에게 적용해 온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거주 요건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가 9억 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종전에는 3년 보유, 2년 거주 요건을 갖춰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지만 앞으로는 3년만 보유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느닷없이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내린 극약처방으로 독약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거주 요건 폐지는 실수요자의 비과세 요건을 완화해 준 것보다 주택 시장에 투자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의도가 강하다”고 해석했다. 정부의 조급증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김문권의 부동산 나침반] 강남 ‘쏠림’ 우려돼…투기 부추기는 꼴
정부는 올 들어서만 무려 4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더 이상 대책은 없다고 외치던 ‘양치기 소년’이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1·13 대책, 전세 자금 지원이 핵심인 2·11 대책, 그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부활, 취득세 50% 한시적 감면,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3·22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발표로만 끝나거나 혼란을 거듭한 뒤에야 겨우 수습되는 아마추어 대책이었다. 3차례에 걸친 대책에도 시장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휴일에 갑작스레 발표한 것이 5·1 대책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양도세 거주 요건 폐지는 한마디로 국민들 보고 투기에 나서라는 신호”라며 “정부가 세금 걱정이 없으니 투기꾼들에게 마음 놓고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도권과 지방 주택 거래의 물꼬를 트겠다는 정부의 순진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수혜 지역은 서울 강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1가구일 경우 양도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이왕 집을 산다면 투자 가치가 높은 강남 집을 산 뒤 3년만 묻어두면 되기 때문이다. 벌써 강남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양도세 면제보다 보유 기간에 따른 양도세 차등 과세가 오히려 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에 좀 더 가깝다. 예를 들어 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았다면 5년 보유 시 양도세 50% 면제 등과 같은 방법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정부가 양도세에 이왕 손을 댄 만큼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 거래 활성화와 미분양 물량 해소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