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와 버섯골

산이 푸르러 산청(山淸), 물이 맑아 수청(水淸), 인심이 좋아 인청(人淸)이라는 말은 이름도 맑은 경남 산청을 이르는 말이다. 일찍이 고운 최치원과 남명 조식은 이 ‘삼청(三淸)의 고장’을 찾아 여생을 보냈다. 또 ‘동의보감’의 저자이자 의성으로 추앙받은 허준과 스승 류의태도 약초골 산청에서 의술 활동을 펼쳤다.

흙이 좋아 풀을 약으로 바꿔버리기에 풀이 곧 약초가 된다는 곳이 산청이다. 산 높고 물 맑은 청정지역이라 전국의 ‘톱 라이스(Top Rice)’ 중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쌀을 비롯해 전국 최초로 유기 축산 인증을 받은 한우 등 산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은 인기가 높다.

그곳에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청정지역의 농산물과 약초로 밥상을 차려내는 곳이 있다. 바로 ‘약초와 버섯골’이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따라가다가 산청 IC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전통 한방휴양관광지가 나오는데, 산청 한의학 박물관 가까이에 있다.

산청에서 생산되는 약초와 버섯 그리고 한우가 함께 어우러진 산청만의 특별한 맛인 약초와 버섯 샤부샤부로 이름난 곳이다. 약초와 버섯 샤부샤부는 구기자·두충·오가피·황기 등 13가지 약초를 끓인 육수로 맛을 내는데 특별한 방법으로 약초 향을 없애기 때문에 약재 특유의 향이 없다.

당귀·방풍·취·오가피·땅두릅 등 산청의 맑은 물과 공기, 땅의 기운을 품은 약초로 차려내는 봄에서부터 묵은 약초로 차려내는 겨울까지 계절마다 다른 약초들이 상에 오른다.
[맛집] 무공해가 차린 건강한 밥상
그리고 재배지에서 당일 생산된 표고버섯·새송이버섯·팽이버섯·느타리버섯과 마블링이 좋은 청정 한우로 차려진 상이 푸짐하다. 게다가 아삭아삭한 돼지감자(뚱딴지) 샐러드, 된장에 버무린 방풍나물, 향 좋은 취나물 등 제철 나물 반찬도 차려진다. 육수가 끓으면 버섯·약초·한우를 넣는다.

약초와 버섯은 살캉거리는 식감과 고유의 향을 즐기기 위해 살짝 데치듯이 익히고, 한우는 흔들흔들 두세 번 흔들어 건져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싱그러운 나물, 쌉싸래한 약초, 향긋한 버섯, 살살 녹듯 부드러운 한우….

젓가락마다 걸려오는 맛과 향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인심이 좋아 인청이라더니 주인 부부는 부족하지 않냐며 약초를 더 권한다. 버섯·약초·한우를 다 건져 먹고 나면 진하게 우러난 육수에 밥을 넣고 흐물흐물하도록 푹 끓인다. 숟가락마다 담겨오는 죽은 죽이 아니라 보약이다. 은은한 약초 향을 나풀거리며 부드럽게 넘어오는 맛도 일품이다.

오미자와 솔잎, 매실향이 피어오르는 한방차까지 마시고 나면 몸과 마음이 맑고 곱게 헹궈지고 산청의 기운이 채워지는 듯하다. 아직도 산청의 봄은 한창이다. 산청한방약초축제와 황매산 철쭉제를 즐기고 한반도에서 기(氣)가 가장 세다는 왕산 기슭에서 기를 받을 수 있는 곳, 그곳 산청에 ’약초와 버섯골’이 있다.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