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O들 스톡옵션 대박

최근 화려하게 부활한 포드자동차의 앨런 멀러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09년 3월에 연봉의 일부로 1600만 달러 규모의 스톡그랜트(주식 보상)를 받았다. 당시 파산 위기에 처했던 포드의 주가는 26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이후 포드는 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와 달리 파산보호 신청을 모면하고 미국의 ‘자동차 빅3’ 중 가장 빠르게 회생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13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주가도 2년여 만에 8배나 올랐다. 멀러리 CEO가 당시 받았던 스톡그랜트의 가치는 무려 2억 달러가 됐다.

멀러리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말과 2009년 초 금융 위기 당시 스톡옵션과 스톡그랜트를 받았던 미국 CEO들이 대부분 대박을 맞았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주가가 2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후 S&P 주가 2배 급등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구성 기업들이 2008년 10월 1일부터 이듬해 9월 30일 사이에 자사 CEO에게 지급한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의 현재 평가액은 지급 당시보다 총 30억 달러 이상 늘었다. S&P500 지수 편입 기업 CEO 중 90% 이상이 해당 기간에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를 받았다.

이처럼 CEO에 대한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가 많았던 것은 당시 금융 위기로 기업 실적이 부진했고 기업 전망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 이사회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CEO에게 현금 보상을 대폭 줄이고 옵션이나 주식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연봉을 줬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 호전되면서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주식 차익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다우케미칼은 2008년 실적이 부진하자 2009년에 앤드루 리버리스 CEO에 대한 보상을 줄이기로 결의했다. 이사회가 리버리스 CEO에게 준 스톡옵션과 스톡그랜트는 당시 주가로 약 500만 달러 규모로 1년 전에 비해 55%나 줄어든 금액이었다.

그러나 주식 수로는 118만5000주로 전년도의 76만2000주보다 오히려 많았다. 다우케미칼은 이후 주가가 4배나 뛰면서 리버리스 CEO의 옵션과 스톡그랜트의 가치는 500만 달러에서 3880만 달러가 됐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도 비슷한 경우다. 스타벅스 이사회는 2008년 11월에 슐츠에게 270만 주, 124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줬다. 규모는 예년과 비슷했지만 주식 수로 따지면 2007년과 2009년에 비해 4배나 많았다.

2008년 11월 당시 스타벅스의 주가는 7년 만에 최저치였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이후 3900명을 감원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지점 상당수를 폐쇄하면서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2배나 늘었다. 주가도 당시에 비해 4배나 뛰었다. 슐츠의 스톡옵션 가치는 1240만 달러에서 7600만 달러로 불어났다.

대형 의류 유통 업체인 아베크롬비피치의 마이클 제프리스 CEO(1억9612만 달러), 에너지 개발 회사인 나보스인터스트리의 유진 아이젠버그 CEO(1억3300만 달러),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CEO(9751만 달러),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CEO(5923만 달러), 스타우드호텔의 프리츠 반 파센 회장(5700만 달러) 등도 주가가 오른 덕에 스톡옵션의 가치가 수배나 뛰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본 CEO도 있다. 농업기업 몬산토의 휴 그랜트 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8년 10월 받았던 960만 달러 상당의 주식과 옵션이 주가 하락으로 옵션을 행사할 수 없거나 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몬산토의 주가는 그 당시 이후 25%나 떨어졌다. 그가 받은 주식의 가치도 37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140만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