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모터쇼가 남긴 것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린 상하이 모터쇼가 4월 28일 폐막됐다. 4월 19일부터 상하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20개국, 2000여 개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상하이 모터쇼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등극한 중국의 위상을 잘 반영한 것으로 평가됐다.전시장 규모는 23만㎡로 2009년 모터쇼 때보다 35%나 넓어졌으며 참관 인원은 7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됐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작년까지 연평균 24%의 자동차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은 30% 이상의 고성장을 이뤘다. 작년 1806만 대가 팔렸으며 올해 판매 규모는 2000만 대로 예상된다. 역사상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자동차 판매량이다.
폭스바겐그룹 7개 브랜드 선보여
글로벌 메이커들은 상하이 모터쇼에서 이런 거대 시장을 잡기 위해 다양한 ‘월드 프리미어’ 등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각축전을 벌였고, 이들이 공개한 신차종의 숫자는 75종에 달했다.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서울 모터쇼에서 공개했던 모델과 현지 시장 특성에 맞게 디자인과 편의 사양을 보강한 전략 모델을 선보였으며 중국 판매 1위인 폭스바겐그룹은 8500㎡의 전시장에 폭스바겐·아우디·스코다·벤틀리 등 7개 브랜드를 내놓았다.
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도 금융 위기를 딛고 상하이 모터쇼에 모였다. 페라리·벤틀리·롤스로이스·마세라티·포르쉐 등 초호화 차량들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는 2년 전 금융 위기 때와 달리 특급 자동차 모델들이 대거 출시돼 언론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본 도요타는 가슴을 완전히 드러낸 자동차 모델을 등장시켜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고 현대차는 특급 모델들 덕에 중국 언론에 매일 보도되며 큰 홍보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토종 업체들은 그린카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며 미래 자동차 패권을 좌우할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중국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는 오는 2015년까지 그린카 부문에 120억 위안(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2위 업체인 이치(FAW)도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 9종의 그린카를 공개했다. 쉰젠이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2015년까지 98억 위안(1조6000억 원)을 투자해 16종의 다양한 그린카를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3위 업체인 둥펑자동차는 내년에 첫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주푸셔우 CEO는 “2015년까지 1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둥펑자동차 그룹의 연간 판매량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컨설팅 업체인 DTTL의 허우보 이사는 “그린카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없이는 그린카의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에서 팔리고 있는 BYD의 하이브리드형 전기차 F3DM은 대당 가격이 16만9800위안으로 동급 크기의 가솔린 차량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장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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