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피스’ 메가 히트의 비밀

지진 재해와 원전 사고 후폭풍이 날로 거세다. 문제는 불확실성인데 연일 확대재생산 중이다. 민주당 정권 지지율도 바닥 상태다. 날 선 여론 탓에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자숙(自肅) 경제까지 강조되며 내수 부진은 첩첩산중이다.

해결책조차 마땅치 않으니 일본 국민이 자괴·무력감에 빠지는 건 당연지사다. 불씨는 리더십 실종으로 번졌다. 포인트는 리더십의 조기 부활이다. 이 와중에 그 힌트를 특정 만화에서 찾자는 목소리가 높다. 기로에 선 일본을 되살릴 바람직한 리더 모델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피난소에서조차 읽는 이 만화 타이틀은 ‘원피스(One Piece)’다. 이 만화는 기존의 인기 절정 만화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적표를 거뒀다. ‘원피스’의 행보는 신기록 경신 그 자체다. 1권 발매 14년 만에 판매 누계 2억2000만 부를 돌파한데 이어 최신호(61권) 초판 발행 부수는 380만 부를 기록했다. 모두 일본 신기록이다.

영화 개봉 첫날 수입(5억5300만 엔)도 도에이(東映, 일본 대표 영화사) 사상 최고 기록이다. 내용으로도 대히트를 쳤다. ‘울리는 영화’ 부문에서 종합 1위에 올랐고(인터넷리서치 DIMSDRIVE), ‘지금까지 가장 감동한 영화’에서도 종합 1위를 차지했다(오리콘).

주인공 모습에서 바람직한 지도자 이미지 찾아
[일본] 판매 신기록 행진…남녀노소 ‘환호’
‘원피스’는 주간 소년점프의 연재만화다. 최대 특징은 광범위한 독자층이다. 아동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광적인 열성팬이 적지 않다. 되레 어른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는다. 더욱이 자녀와 함께 보다가 더 적극적인 팬이 된 부모는 물론 일종의 비즈니스 바이블로 중시해 챙겨보는 샐러리맨 독자도 많다.

한마디로 만인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로 우뚝 섰다. 1997년 1권 발매 이후 장기간 고객의 눈길을 잡은 데는 무엇보다 시대 반영에 충실한 콘텐츠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기본 골격은 간단하다. 주인공 소년(루피)이 해적왕을 목표로 친구들과 모험을 펼친다는 얘기다. 원피스는 ‘엄청난 거대 보물’이다. 스토리는 이 꿈을 축으로 전개된다. 원래 루피는 홀로 출항하지만 여행 도중 만난 멤버를 친구로 규합한다.

어떤 멤버든 처음엔 대립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루피의 매력에 빠져 도원결의한다. 루피의 매력은 3가지다. 먼저 꿈을 향한 단순하되 강력한 의지다. 주변이 확신할 정도로 꿈에 대한 도전 정신이 높다. 현대 일본의 공감 배경은 이런 꿈(희망)의 가치 복원에 있다.

다음은 철저한 인간관계 중시다. 능력보다 심성을 중시하며 동지 규합에 나서는 스타일이다. 이는 운명 공동체의 강조로 유대 관계의 간절한 복원을 원하는 현대사회와 맥이 닿는다. 마지막은 친구 우선의 배려다.

만화는 해적임에도 불구하고 수평적 인간관계를 토대로 역할 분담에 나선다. 공동으로 생각하고 토론해 국면 타개의 실마리를 마련한다. 의사결정 때 중요한 건 친구다. ‘친구를 잃어버린다면 꿈도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주의적 현대 병폐를 일깨우기에 충분한 포석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한 일본이 루피에게서 바람직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갈구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 change4dre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