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_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

지난 4월 18일 오전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에 웬만해선 자리를 함께하기 힘든 금융계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을 비롯해 어윤대 KB금융지주, 이팔성 우리금융, 한동우 신한금융,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 5인방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모은 사람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었다.
“건설사 PF 대책 배드뱅크가 최선”
금융 당국 수장과 지주사 회장들과의 조찬 회동은 삼부토건·동양건설산업 등 건설사들의 잇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동에서 “금융권이 건설사의 PF 지원에 소극적이며, 이것이 건설사의 금융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상 건설사 금융 지원에 협조하라는 지시나 다름없었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또 “은행들이 너무 건전성만 강조한다”며 “금융 산업이 실물경제를 제대로 지원하는지 ‘걱정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지주사 회장들을 압박했다.

김석동 위원장은 금융가에서도 대표적인 ‘관치론자’로 꼽힌다. 연초 취임 직후에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왜곡하는 경우 단호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대놓고 관치금융을 천명했다. 그래서 별명도 ‘미스터 관치’다.

하지만 날 선 관치의 화살이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까지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당장 또 다른 관치 논란의 주인공인 강만수 회장은 장관 출신으로 김 위원장보다 사실상 서열이 높고 행시 기수도 대선배 격이다(김 위원장 23회, 강 회장 8회).

구체 실행 계획 정한 바 없어

강 회장 말고도 어윤대·이팔성·김승유 회장 등 대부분의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대통령의 측근들이다. 실제로 이날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지주 회장들이 금융 당국에 가감 없는 쓴소리를 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한 참석자는 PF 대란의 원인을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상당수 카드사들의 잘못된 영업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참석자는 “저축은행들이 카드사에 영업 기반을 빼앗겨 PF 대출로 돌렸던 게 이번 위기의 본질”이라며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금융 당국을 정면에서 비판했다고 한다.

PF 대출 부실의 원인이야 어쨌든, 이날 회동에서 당국과 금융권은 건설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늘고 소비가 살아나 경기도 개선된다는 데 동감했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후 지난 4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해 “PF ‘배드뱅크’가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배드뱅크는 건설사의 방만한 개발과 금융권의 부실 대출로 인해 발생한 부실 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별도로 관리하면서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 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PF 배드뱅크는 금융권 전체 PF와 관련돼 현재로선 아직 정한 바가 없고 마지막으로 부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관련됐다”면서도 “대형 배드뱅크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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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PF 대책 배드뱅크가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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