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에 대한 행동금융학자들의 조언

퇴직연금 제도가 발달한 미국은 퇴직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투자자들 앞에는 복잡한 여러 선택이 놓여 있다. 행동금융학자들의 조언은 간단하다. ‘연봉이 오르면 인상분을 퇴직연금 계좌로 자동이체하라.’

실제 1998년 이후 자동이체를 선택한 근로자의 평균 저축액이 2년 만에 소득의 4.5%에서 11.5%로 크게 늘었다. 생활비를 아껴 쓰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수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연봉 인상분을 추가로 자동이체한 것만으로 저축액이 늘어난 것.

미국의 이런 연구와 실험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후를 대비해 저축이나 투자액을 늘리는 방법은 강제적으로 저축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강제 저축 ‘3인방’을 활용하라
근로자에게 가장 좋은 강제 저축 시스템은 ‘퇴직연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자동으로 급여에서 퇴직연금 계좌로 돈이 들어간다. 게다가 연봉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퇴직연금 불입액도 같이 증가한다.

퇴직연금 제도는 자동이체를 통해 강제 저축을 하면서도 소득 증가에 비례해 불입액이 늘어나는 소득 증가 비례형 연금 상품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제도의 이런 장점을 알지 못하고 현실의 문제 즉, 주택 대출금 상환이나 자녀 교육비로 쓴다는 점이다. 현실의 필요 때문에 미래의 생활비를 소모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 강제 저축 시스템은 세제 관련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상품에는 항상 일정 조건이 붙어 있다. 그 조건에는 반드시 ‘기간’이 포함돼 있다.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시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은 10년 이상 불입해야 한다. 만일 이 기간 조건을 어기면 그동안 받았던 소득공제액을 모두 내야 한다. 연금저축 펀드는 올해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4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강제 저축 ‘3인방’을 활용하라
현재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유일한 금융 상품은 10년 이상 장기보험이다. 장기보험은 10년이란 조건을 채우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연금보험을 이용해 소액이라도 꾸준히 불입해 나가면 10년 뒤에는 발생한 수익이나 이자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행동금융학자들의 두 번째 조언은 ‘라이프사이클형’ 상품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라이프사이클형 상품은 나이가 젊어서는 주식 비중이 높다가 퇴직 시점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채권 비중을 높여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행동금융학자들은 이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찾거나 매매 타이밍을 따르는 것보다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한다. 실제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행동금융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2006년 대대적으로 연금법을 개정했다. 이때 내려진 주요 조치들은 자동 가입, 자동이체, 라이프사이클 펀드 등이었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도 점차 노후 생활비 마련이 자산운용의 핵심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퇴직연금·연금저축(펀드)·장기보험 등 강제 저축 3인방을 이용하면 작은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의 노후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aa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