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윤미

편안한 셔츠와 팬츠, 거기에 모던한 재킷, 스카프와 헤어핀으로 포인트를 준 패션 스타일은 심플하면서도 시크했다. 몸매가 확 드러나진 않지만 은근한 ‘라인’을 보니 최근 네티즌들이 그녀의 사진을 두고 ‘미친 각선미’라고 표현했던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 지난 아이를 둔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슈퍼 엘리트 모델 출신답게 큰 키와 타고난 ‘보디’는 뭘 걸친들 시쳇말로 ‘간지’가 나지 않을까만, ‘꾸미지 않은 듯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추구하는 그녀만의 전략도 한몫한다.

[스타 비즈 인사이드] 엄마와 패션 CEO 사이…‘행복을 팝니다’
4년 넘게 패션 사이트 운영

패션 전문가다운 포스를 물씬 풍기는 그녀는 탤런트 이윤미다. 숱하게 많은 인터넷 쇼핑몰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지난 2007년부터 4년 넘게 꾸준히 패션 사이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작은 ‘코코넛 아일랜드’였다.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을 즈음 문제가 생겼다. 그녀가 사업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진 후 누군가 ‘의도적으로’ 먼저 상표권을 등록해 버렸고 1년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돼 사용료를 고스란히 물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 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검찰에까지 다녀왔어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뒤로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버릇도 생겼으니 돈을 주고 많이 배운 셈이죠.”

이후 여성 의류가 위주였던 ‘코코 루시’를 거쳐 현재의 ‘쁘띠 루시(www.petitlucy. com)’가 탄생했다. ‘쁘띠 루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들여와 판매하는 셀렉트 숍이다.

기존 고객들의 요청으로 지금은 여성 의류 및 소품까지 취급하고 있지만 원래는 유아와 아동을 타깃으로 시작됐다. 아이를 낳은 후 엄마의 심정으로 직접 제품을 고르고 판매하고 있으니 잘될 수밖에 없는 일. 지난해 12월 정식 오픈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도 내 아이에게 입힌다는 마음으로 제품 하나하나 까다롭고 철저하게 검증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엄마들은 내 아이를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 하잖아요. 저 역시 아이를 낳고 좋은 제품을 찾아다니느라 인터넷 사이트를 정말 많이 뒤졌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정성으로 일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아무리 예쁜 옷도 입었을 때 까칠까칠하다거나 소재가 좋지 않은 건 다 배제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코코넛 아일랜드’를 할 때도 아이 옷을 판매했었는데 그땐 재고만 쌓이더니 엄마가 된 후에야 어떤 옷이 진짜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웃음).”

‘엄마의 마음’이 성공 비결
[스타 비즈 인사이드] 엄마와 패션 CEO 사이…‘행복을 팝니다’
또 다른 경쟁력은 단순한 인터넷 쇼핑몰이 아닌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을 형성한 것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이 아니라 고객들끼리 좋은 정보도 나누고 온라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 특히 고객이 중고품을 직접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더 마켓’은 반응이 대단했다.

“저도 ‘더 마켓’을 많이 이용해요. 우리 아이가 입던 옷도 거기에서 거의 다 팔았고 제 옷과 신발 등도 많이 팔았어요(웃음). 중고품을 파는 공간이 생기면서 고객들이 새 제품을 살 때 부담을 덜 갖게 된 것도 장점이죠.

살까 말까 망설이던 것도 나중에 중고로 팔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줄어드니까요. ‘쁘띠 루시’는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에요. 출산한 뒤 외출도 못하고 답답할 때 제 유일한 낙이 인터넷 쇼핑이었거든요. 그 즐거움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어요.”

진심이 전달됐는지 오픈한 지 얼마 안됐지만 벌써 충성 고객이 많아졌다. 단지 운영자와 고객에 그치지 않고 친구처럼 지낸 것도 비결이었다. 사이트 게시판에 지극히 사적인 질문이 올라와도 일일이 답변을 달아주고, 심지어 급하게 제품이 필요한 고객들에게는 직접 배송을 자청하며 친분을 쌓았다.

“제가 원래 만드는 걸 좋아해요. 집에도 작업실이 있어서 간단한 옷이나 소품은 직접 만들어요. 아이가 없을 때는 남편이 입지 않는 옷으로 다른 걸 만들어 입히고 그랬죠. 저는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 돼요.

하다못해 텔레비전을 보면서 뜨개질이라도 해야 해요(웃음). 대신 그런 건 있어요.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은 정말 열심히 하지만 그렇게 안 해도 되는 일은 과감히 놓는 편이에요. 그렇게 ‘선택과 집중’을 하니 일 자체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죠.”

컴패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나눔에 앞장서고 있는 그녀는 최근에 ‘착한 가게’를 선언, 수익의 일부분을 기부하는 ‘기부 프로젝트’로 고객들까지 좋은 일에 동참시켰다. 그 시작은 이랬다.

돌을 맞은 아이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후원 결연하고 있는 아이가 있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봉사 활동을 펼쳤는데, 그때 그녀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티셔츠를 나눠 주었던 것.

그 티셔츠를 ‘쁘띠 루시’에서도 판매하며 수익금 전액을 컴패션 CSP(Child Survivor Program)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3월 말에 있었던 딸아이의 돌잔치 축의금을 아이의 이름으로 기부할 생각이라고.

“돌잔치 하던 날 각 테이블마다 결연 용지를 놓아 두었어요. 300~400명 정도 오셨는데 50~60여 명이 결연 신청을 하고 가셨죠. 현재 우리 사이트에서 3~4가지 아이템을 ‘기부 프로젝트’ 품목으로 판매 중인데 앞으로는 더 늘릴 생각이에요.”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5명으로도 일손이 빠듯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욕심 내지 않고 긍정의 마인드로 일관한 것이 오히려 ‘일’을 키웠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