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청와대가 일선 부처에 대한 불만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동남권신공항·과학비즈니스벨트·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에 대해 해당 부처들이 손을 놓고 있다며 벼르고 있다.국책 사업들을 둘러싸고 지역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으나 정부 내에서 누구도 선뜻 ‘총대’를 메지 않으면서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한 수석비서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동남권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하기까지 지역 간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도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어느 부처에서도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적극적으로 나서 설득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또 “금융 위기 당시를 이용해 신공항 무기 연기를 선언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과학벨트 논란과 관련,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을 분리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교통정리에 나선 것은 이런 정황 때문이다. 임 실장이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렀다고 했지만 과학벨트를 둘러싸고 여러 억측이 나돌자 비공식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슬쩍 흘려 논란 확산 방지를 시도한 것이다.
재·보선 이후 개각 폭에 관심 쏠려
![‘부글부글’ 청와대…반발하는 관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4204.1.jpg)
청와대 내에선 특정 장관을 타깃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 대한 불만이 높다. 모 비서관은 “동남권신공항 파문이 눈덩이처럼 커졌는데도 정 장관은 그동안 4대강에만 매달리고 다른 사안에 대해선 뒷짐만 지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도 신공항 개념에 포함되는데 밀양이나 가덕도 유치가 안 되면 백지화하는 것처럼 보도돼도 국토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가에선 청와대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정권 출범 때부터 청와대가 모든 것을 틀어쥐고 드라이브를 걸면서 부처 자율권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는 게 부처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과천 관가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큰 틀의 정책 결정에서부터 지극히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간섭해 온 게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가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이 좌절됐을 때 과학벨트는 충청도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며 “참모들도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였다”고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선 당시 참모들이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어쨌든 청와대가 부처에 대한 불만이 큰 만큼 4·27 재·보선 이후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의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환경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의 거취도 유동적이라는 분석이다.
홍영식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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