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011년 4월 1일 오후 1시 16분 28초. 이 시간은 김범수 카카오(Kakao) 이사회 의장에게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다가왔다. 불과 1년 전인 2010년 3월 18일 애플 앱스토어에 올렸던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Kakao Talk)’의 1000만 번째 가입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셜 인터뷰] “우리의 경쟁 상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김 의장은 스티브 잡스와 흔히 비교되곤 한다.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한 뒤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하면서 공동대표를 맡았고 NHN 미국법인장을 맡아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했다. 그가 2007년 NHN을 나온 것을 두고 검색 부문에 게임 부문이 밀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그는 3년 만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핫’한 경영자가 되어 돌아왔다. 애플에서 밀려나 절치부심하다가 ‘토이스토리’로 유명한 픽사(Pixar)로 재기에 성공해 다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다.

김 의장은 “과거 네이버와 한게임을 들고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렸을 때는 어마어마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글로벌 경영을하기 좋은 환경은 유사 이후 없었다. 이제 글로벌 진출은 ‘꿈’이 아니라 ‘도전’”이라고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같은 세계 굴지의 IT 경영자에 오르는 것도 그리 먼 꿈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카카오톡의 금전적 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입자의 숫자를 가치로 환산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거의 모든 이들의 생활 속에서 습관이 되고 있다는 것은 무한 성장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는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는 10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회사의 금전적 가치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글로벌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회사의 가치도 급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성공을 예상하셨습니까.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한 언제 성공할 것이라고 시작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 회사는 여러 가지 실패를 거듭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2009년까지도 웹2.0이나 PC 등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2009년 10월 국내에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6개월에서 1년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모두 버렸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것이 제가 카카오에 공헌한 것 중 가장 중요한 기여였습니다.”

스마트폰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직감한 겁니까.

“운 좋게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NHN USA를 맡으며 미국에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되는 시기와 맞아떨어졌죠. 2년간 아이폰을 완벽하게 사용할 기회가 있었던 겁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출시되자 새로운 기회를 강하게 직감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꿈’이 아니라 ‘도전’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1000만 가입자 중 100만 명이 해외 216개국에서 가입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 가입자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일본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무런 마케팅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자가 가파르게 늘기 시작한 겁니다.

더 희한한 것은 카카오톡은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3개 국어로만 서비스되는데 올 1월부터 중동 지역에서 가입자가 급증해 아랍에미리트연합·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에서 현재 15만 명이 가입해 있다는 겁니다. 모바일 시대에 얼마나 많은 글로벌 기회가 있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습니까.

‘사람도 사업도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간 글로벌 담당이 1명도 없었고 국내 서포트만으로도 벅찼습니다만 올해 직원 200명을 채용하고 하반기에 미국과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경쟁자는 6억 명의 가입자를 가진 페이스북과 트위터입니다.”

수익 모델이 뚜렷한 것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유료화 계획이 있는지요.

“당분간 수익 모델보다 사용자 증가, 글로벌 진출에 전력을 기울일 겁니다. 수익 모델을 만들더라도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도록 만들어야지 배너 광고처럼 불편을 주는 것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광고가 항상 불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면 정보가 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면 스팸이 되는 겁니다.”

[스페셜 인터뷰] “우리의 경쟁 상대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료화보다 회사를 키운 뒤 매각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說)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돈이 아쉬워 회사를 좌지우지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100억 원을 투자하며 끌어왔습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몇 년 후 파트너가 되어 제휴·합병을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전혀 의미가 없는 얘깁니다.”

이동통신사가 카카오톡을 제한할 움직임이라는데요.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입니까.

“애플은 자체 푸시 서버를 활용하는데, 안드로이드폰에는 자체 서버가 없어 이통사 서버를 쓰다 보니 SK텔레콤에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현재 자체 서버를 쓸 수 있도록 구글과 협의 중입니다.

그러나 외부에 비쳐지는 것과 달리 올 초부터 이통사와의 협력 관계는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도입이 카카오톡에 기회가 됐지만, 또 카카오톡이 스마트폰 도입에 기여한 면도 있습니다.”

무료 음성통화(mVoIP)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입니까.

“현 3G망에서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으로는 쓸 수 없는 서비스입니다. LTE(Long Te rm Evolution:4세대 이동통신망) 수준으로 올라서면 서비스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일 뿐 mVoIP가 전부는 아닙니다.”

다음(Daum)이 내놓은 ‘마이 피플’은 mVoIP가 가능한데, 위협을 느끼지 않습니까.

“현재 우리가 서비스하고 있지 않으므로 mVoIP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우리는 경쟁사를 생각하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헤아리고 그것을 응대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마이피플은 마이피플대로의 전략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존중합니다.”

‘기프티쇼’를 보면 소셜 커머스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의 전략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이미 소셜 허브로 성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쟁보다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데 더 관심이 큽니다. 우리를 통해 다른 여러 모바일 서비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를 통해 경쟁력 있고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기프티콘이 자신들의 결제 방식과 맞지 않다고 내려달라고 했다는데, 어떻게 대처할 계획입니까.

“좀 더 지켜보며 대안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다음번에는 가입자가 1억 명이 되면 기자 간담회를 갖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인터뷰 하는 내내 김 의장의 표정에서 1억 가입자까지는 1000만 명에 이른 속도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약력 :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석사. 92년 삼성SDS 입사. 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설립. 2000년 네이버컴 공동대표이사(사장). 2004년 NHN 대표이사(사장). 2000~2008년 NHN 글로벌 담당 대표이사, NHN USA 대표, 비상임 이사. 2010년 아이위랩(현 카카오) 설립, 이사회 의장(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