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권 보나비 대표

서울 도심 속 새로운 휴식 공간인 청계천. 그 초입 청계광장에 지난 3월 31일 유럽풍 베이커리 카페 아띠제가 문을 열었다. 광장으로 통하는 테라스가 한쪽 면을 전부 차지하고 어둠이 깔리는 저녁이면 직장인 밴드의 공연이 열린다.

주말에는 화가들이 직접 캐리커처를 그려주기도 한다. 메뉴 구성도 요즘 많아진 커피 전문점들과는 차이가 있다. 고급 커피에서 빵과 케이크, 간단한 맥주까지 한자리에서 즐기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 류승권(47) 보나비 대표는 “자유분방한 유럽 노천카페 분위기를 청계광장 한복판에 옮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띠제는 호텔신라가 지난 2004년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1호점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일본 롯폰기 힐스 레스토랑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인테리어로 유명한 우에이 간지가 참여하고 뉴욕에서 활동 중인 경연미 씨가 벽과 패키징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 ‘프레스티지 숍’ 형태였다.

그동안 삼성병원, 삼성전자 서초타워 등 주로 삼성그룹 계열사 건물 위주로 매장을 늘려왔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해 아띠제 등 호텔신라의 외식 부문을 따로 떼어내 자회사 보나비를 설립하면서 점포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포커스] "청계광장에서 유럽 분위기 만끽하세요"
“현재 운영 중인 아띠제 14개 점포가 대부분 강남에 있습니다. 다점포 전략을 위해서는 이제 강북 지역 공략이 필수적이죠. 이를 위해 가장 핵심 상권이자 상징성이 큰 청계광장을 선택한 거죠.”

류 대표는 아띠제의 새로운 지향점을 ‘프레스티지’에서 한발 옮겨간 ‘험블 프레지스티’로 설명한다. 고객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후발 주자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류 대표의 복안은 ‘디지로그’다.

“아띠제와 일반 커피 전문점은 커피 맛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전문점은 수많은 체인 점포의 맛을 표준화하기 위해 원두를 긴 시간 강하게 볶는 강배전을 해 쓴맛이 나죠. 반면 아띠제는 중배전이기 때문에 로스팅 전문가의 숙련도가 중요합니다. 호텔의 전통적인 아날로그 성격과 외식업의 디지털 성격을 결합한 ‘디지로그’ 방식이죠.”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류 대표는 1994년 제일제당에서 중저가 패밀리레스토랑 스카이락 도입을 맡으며 처음 외식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현장 경험에만 의존하던 전세대와 달리 해외에서 시스템을 도입해 체계화하기 시작한 외식 업계 2세대의 대표 주자다.

초기에는 직접 주방장으로 칼을 들고 서빙하며 밑바닥부터 일을 배웠다. 2005년 박용만 두산 회장의 제안으로 두산그룹 기획실로 옮기며 사업 전략에도 눈을 떴다.

“호텔신라에서 보나비를 맡을 최고경영자(CEO)를 2년 동안 찾았다고 해요. 삼성그룹에 맞는 ‘스펙’과 외식 사업 경험을 두루 갖춘 인재가 그만큼 드물었기 때문이죠. 외식 업계 2세대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현재 보나비는 아띠제 외에 종로타워 33층에 자리 잡은 탑클라우드, 중식당 태평로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약력 : 1964년생.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1988년 제일제당 입사. 2003년 CJ푸드시스템 상품연구실장. 2005년 두산 전략기획본부 부장. 2006년 제너시스 BBQ 상무. 2007년 매일유업 외식사업본부장. 2010년 보나비 대표(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