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가 인터넷 시대 언제 열리나
가수 유승준이 등장하는 ‘나는 ADSL’이란 TV 광고를 기억하십니까. 10년쯤 전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이 초고속 인터넷 ADSL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당시 최고 인기 가수였던 유승준을 내세워 광고를 했습니다.그때 날아다닌다고 생각했던 ADSL 속도는 최고 10메가였습니다. 1초에 10메가비트를 전송한다는 뜻입니다. 10Mbps라고 표기하죠. 평균으로는 4메가쯤 나왔습니다.
구글이 최근 100배 빠른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미국 캔자스시티에 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고 속도가 1기가(1Gbps)나 되는 차세대 인프라입니다.
인터넷 속도에 관한 한 미국은 할 말이 없습니다. 매우 느립니다. 국토가 넓어 광케이블을 거미줄처럼 깔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인프라를 고도화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앞장선 셈입니다.
기가망 전환 기술적 준비 끝나
미국 네트워크 사업자 아카마이가 작년 가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는 한국이 초당 17메가로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미국은 4.6메가, 세계 평균은 1.8메가입니다. 세계 평균에 비하면 10배, 미국보다는 4배쯤 빠릅니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100메가 광랜’을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고 속도가 100메가까지 나온다는 뜻이고 실제는 이보다 많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깔겠다는 ‘기가 인터넷’을 한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말까지 인터넷 인프라를 기가급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에 따라 KT와 CJ헬로비전은 작년 하반기에 각기 수백 가구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했죠. SK브로드밴드도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기술적인 준비는 끝난 셈입니다.
KT는 2, 3년 전부터 가정으로 연결하는 망을 깔 때 구리선이 아니라 광케이블로 깔고 있습니다. ‘가정까지 광케이블’이란 의미로 FTTH(Fiber To The Home)라고 합니다. 기가 인터넷은 광(光)을 뛰어넘는 새로운 선을 까는 게 아닙니다. 광케이블의 전송 효율을 높이기만 하면 됩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광으로 깔고 있어서 기가 인터넷 전환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가 인터넷 인프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는 멀티앵글 IPTV, 3DTV, 기가 웹하드 등이 있습니다. 멀티앵글 IPTV는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화면과 별도로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KT는 ‘프로야구 라이브 멀티앵글 서비스’를 개발해 작년 시즌 준플레이오프 때 선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용화 시점입니다. 기술을 개발했다고 당장 상용화하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돈만 투자해 놓고 한 푼도 건지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할 게 뻔합니다. 가끔 멀티앵글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인프라를 기가급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합니다. 관련 업계는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100메가 광랜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기가 인터넷 시대는 언제 올까요. 이동통신은 올해 중반부터 10배 빠른 4세대로 넘어갑니다. 웹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동영상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라는 동영상 서비스 트래픽이 미국 전체 트래픽의 2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합니다. 유선과 무선에서 트래픽이 폭발하면 자연스럽게 기가 인터넷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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