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의 질주

스웨덴 가구 업체 이케아(IKEA, 중국명 宜家家居)가 중국에서 질주하고 있다. 이케아의 중국 매출은 연평균 20%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867억 위안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의 점유율은 7%에 이른다.

1998년 중국에 진출한 이케아는 8개 매장을 운영 중으로 2015년까지 매장 수를 18개로 늘릴 계획이다. 점포 확장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것이다. 이케아 중국 사업의 질주는 B&Q 홈디포 같은 다른 외국계 DIY(스스로 집안을 꾸미는 일) 인테리어 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것과 대조된다.

이들의 실패는 DIY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들의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많은 품목을 전시 판매하는 ‘월마트식’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인들은 홈 인테리어 공구를 이용해 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DIY에 낯선 데도 외국 기업들은 규모와 다양한 상품으로 승부하는 대형 마트식 매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다른 외국계 회사들의 부진과 비교돼
[중국] 연 20%씩 껑충…‘노는 곳’ 전략 적중
론 데페오 홈디포 대변인은 “중국은 DIY가 아닌 DIFM(내 집안을 꾸며달라 : do it for me) 시장”이라고 전략의 실수를 인정했다. 상하이에 있는 중국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 중국마켓리서치그룹의 숀 레인 이사는 “서양에선 DIY를 수공예로 여기는 것과 달리 중국인들은 인테리어를 직접 꾸미는 것은 ‘농부’나 하는 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외국 업체들은 중국의 주택에 발코니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원용 호스, 피크닉용 테이블, 바비큐 용품을 함께 파는 등 주거 상황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케아 역시 DIY 가구 업체지만 이들 업체와 달리 잘나간다. 그 이유는 뭘까. 레인 이사는 “이케아는 중국인들에게 작은 디즈니랜드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케아는 매장을 테마에 맞춰 꾸미고 소비자들에게 휴식 공간까지 마련해 중국인들에게 ‘놀러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우웨이 참커뮤니케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케아는 매장 안에 중국식 아파트 특성에 맞춰 거실이나 침실, 부엌 샘플을 마련해 인테리어 초보자도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케아 매장에서는 사진을 찍는 중국인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매장 구조도 고객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매장이 미로처럼 디자인돼 있어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다른 가구 매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 바람에 결국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영국 일간 데일리매일)는 분석이다.

오래 머무를수록 물건을 많이 사게 된다. 더구나 이케아 가구는 싸다. 배달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은 구입한 가구를 직접 집에 가져가 조립하고 설치해야 한다. 세계 55개 국가의 1300여 개 업체와 협력하는 이케아는 제품 중 약 48%를 신흥국에서 조달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춘다. 스타벅스 라테보다 싼 커피 탁자를 판다. 저가 할인 판매는 그러나 지속 성장 가능한 전략은 아니다.

이케아의 실제 수익원은 제품 판매 자체보다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는 것을 활용한 전략이다. 갭·랄프로렌·세포라 등은 이케아 매장이 있는 건물에 입주하는 식으로 이케아 고객을 겨냥한 영업을 한다.

이케아는 가구 판매보다 임대 수익이 더 많다. 구글이 검색과 e메일 서비스보다 광고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많은 브랜드는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들 브랜드는 늘 고객들로 북적이는 이케아 옆에 매장을 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케아는 특히 프랑스 4위 슈퍼마켓 오샹은 물론 중국 최대 가전유통 업체 쑤닝과 협력해 중국의 중산층을 겨냥한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쇼핑센터를 개발했다. 중국 소비 시장이 급성장하지만 부동산 임대료와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유통 업체들의 설 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케아의 비즈니스 모델을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