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전문가 하태욱 교수 인터뷰

올해로 대안학교가 생겨난 지 15주년을 맞았습니다. 전국적으로 대안학교 분포 수는 어떻게 되나요.

사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첫 번째는 어디까지를 ‘대안학교’의 범주에 넣고 어디서부터 ‘대안학교’라고 부르지 않는 것인지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숫자를 셀 방법이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대다수의 대안학교들이 정규학교로 인정받지 않는 ‘비인가’ 상태이기 때문에 통계를 잡아 낼 방법이 없다는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인가를 받은 학교는 30여 개에 불과해 제가 추산할 때 전체의 20% 정도밖에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립학교 또는 사교육에 실망한 부모들이 또 다른 ‘사교육’으로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에는 굶지 않는 것만이 목표였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그런데 유기농을 대하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인간과 자연, 땅과 몸이라는 생태 순환적 철학 속에서 유기농을 접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내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남다르게 키우고 싶으므로 유기농을 먹이겠다는 시각이 있는 것이지요. 대안 교육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안 교육이 슈퍼마켓에서 고급스럽게 자리 잡은 유기농 농산물 코너처럼 여겨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봅니다.

내 아이에게 남다른 교육을 시켜서 대학 입학사정관제나 수시모집에 유리한 스펙을 쌓아주겠다는 욕심을 가진 부모님들이 ‘대안’에 대한 철학 없이 대안 교육을 찾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안학교들의 ‘대학 진학률’이나 일류 대학에 들어간 대안학교 출신들이 관심을 받는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SPECIAL REPORT] “대안 교육은 엘리트주의 교육이 아닙니다”
이른바 ‘럭셔리’라고 불리는 학교들의 등장도 눈에 띕니다. 해당 학교는 “콘텐츠를 알고 보면 결코 ‘럭셔리’가 아니다”라며 불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학교들을 ‘대안’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좀 의구심이 듭니다. ‘대안’은 문제가 있는 주류의 안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 교육은 태생적으로 엘리트주의 교육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셨던 소위 ‘럭셔리 대안학교’들은 대학 입시, 경쟁 승리, 부귀영화라는 측면에서 대부분 대안을 내놓기보다 그 욕망을 보다 노골화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학교들의 숫자가 전체 대안학교 중에서 많은 비율은 아니겠지만 언론에 오르내리거나 하면서 주목(비난)을 받고 대안 교육 전체가 마치 그런 학교인 듯 인식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일반 대안학교들도 비용에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다수의 대안학교들이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형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교육예산이 투입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학교를 꾸려가는 것이 대부분 학부모님들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대다수의 대안학교 학부모님들은 스스로 학교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이 특별히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출발은 내 아이 교육 문제였지만 한국 사회와 교육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애쓰는 것이지요.

비인가이기 때문에 교육예산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교육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 중 여러 나라들이 일정 숫자 이상의 학부모들이 모여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학교를 세우면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의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닌 한 모든 국민은 교육비를 내는 납세자로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인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학교 중심주의, 국가 중심주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