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STX건설의 부도설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 3월 말 갑자기 부도설이 불거지면서 STX팬오션 등 상장된 관계사들의 주가가 출렁이는 등 STX그룹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진흥기업과 LIG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등 국내 건설 경기가 최악인 탓에 STX건설 관련 루머는 시장에서 급속도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도설은 하루 만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해프닝으로 끝난 STX건설 부도설
STX 관계자는 “침체된 건설 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TX건설의 그룹 공사 비중이 50%나 되고 나머지 50% 중 약 30%가 해외 공사”라며 “국내 건설 경기의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해외 공사 현장도 대부분이 중국이나 지중해 연안”이라며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리비아 등 중동 지역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부도가 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부도설을 퍼뜨린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시중에 STX건설 부도설이 나돌면서 STX건설의 그룹 내 위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STX건설은 2005년 2월 엔진 부품 계열사인 STX엔파코에서 건설 부문을 분할, 설립한 회사다.

그룹의 지주사 격인 STX 지분 3.14%를 갖고 있으며 STX건설(대련)유한공사(100%), 새롬성원산업(67.79%), 흥국저축은행(65.63%)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STX건설이 재계의 이목을 모은 것은 강덕수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본금 20억 원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출범 직후 포스텍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가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강 회장과 두 딸이 각각 지분 25%씩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강 회장 일가족이 75%를 갖고 있고 나머지 25%도 강 회장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는 포스텍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STX건설을 발판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STX건설, 강 회장 일가 지분 75%

해프닝으로 끝난 STX건설 부도설
STX건설은 물적 분할 당시에도 매출 884여억 원, 순이익 40여억 원의 알짜 사업부로 알려져 있었다. STX건설은 이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2009년 매출액은 3010억 원으로 2005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났고 순이익은 541억 원으로 같은 기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업계 시각이 적지 않다.

계열사 몰아 주기를 통해 기업 가치가 상승된 비상장 계열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주식 매각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자주 사용했던 방법이다.

그렇지만 강 회장이 평소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겠다는 뜻을 보여 온 만큼 이 같은 시각은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는 재계 의견도 적지 않다.

갑작스러운 STX건설의 부도설이 있었던 당일 STX 남산타워에서는 그룹의 핵심 관계자들의 대책 회의가 하루 종일 열렸다. 그룹의 입노릇을 하는 홍보팀 관계자들도 전화 통화가 어려울 정도로 바삐 움직였다.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던 STX건설이 증권사 메신저를 통해 제기된 부도설로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