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군 전력이 북한군보다 무조건 질적으로 앞선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버’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천안함 피격 사건은 군 전력 운용의 기본 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국방부 고위 인사).”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께 1200톤급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이 때문에 군은 현재 대대적인 전력 개편에 착수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복마전’으로 얼룩진 방위산업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 부처 출신 관료를 잇따라 방위사업청장으로 내려보내고 있다.

천안함 사건 당일 우리 해군 제2함대사령부 정보실은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 예비 모선 수 척이 모기지를 떠나 미식별됐다는 정보를 발령했지만 공격 징후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국방부는 최근 ‘천안함 피격 사건 백서’를 발간하면서 군이 북한 잠수 함정의 기지 출입항 정보를 인지했으면서도 이를 통상적인 활동으로 생각하고 미식별 상황에 따른 대잠 경계 태세를 강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예컨대 북한 잠수정의 기습 공격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분석이 없었고 일절 대비하지 않아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사실을 군이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한·미연합사령부에 통보되기까지 43분,청와대에 정식 보고되기까지 29분이 소요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천안함 그 후 1년…더 멀어진 남북
군, 지난해 5월 이후 전력 증강 나서

군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의한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이후 대대적인 전력 증강에 나섰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서해 연평도 포격 도발로 서북 해역에 대한 긴장감이 최고조로 높아지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5개 도서에 대한 방어를 위해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하고 K-9자주포를 비롯한 원거리 타격 무기를 증강 배치했다.

군은 이와 함께 합동참모본부를 군 최고의 조직으로 끌어올렸다. 합동성을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 시 일원화된 지휘 체계를 통해 신속한 작전 지휘를 하기 위해서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만 주어졌던 인사·군수·교육에 대한 권한이 합참에 집중됐다.

무기와 장비 배정의 권한을 일원화한 것이다. 초동 조치와 보고 체계도 개선 대상에 올랐다. 합참은 지휘통제실 전담반을 꾸려 365일 24시간 보고 체계를 갖췄다. 함참의장이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24시간 휴대전화도 보급했다.

군은 또 천안함이 사건 당시 시속 11km 정도의 느린 속력으로 항해하다 피습된 점을 감안, 잠수함 공격이 가능한 수역에선 시속 20여km 이상으로 항해하도록 조정했다. 천안함이 혼자 있다가 당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등 취약 해역에선 2척 이상이 근접해 함께 움직여 기습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초계함 10여 척과 호위함(1800톤급)에 어뢰 공격 대비 장비인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2013년까지 630억 원을 들여 단계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군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예산을 가져다 부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육군 전력만 집중 강화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같은 우발적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용어 설명]

비대칭 전략 :
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전력을 말한다. 전차나 야포 같은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과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와 화학무기ㆍ특수부대ㆍ사이버전력ㆍ잠수함 등을 꼽을 수 있다. 국지 도발 등 전면전이 아닌 기습 공격에 가깝다. 고가의 첨단 재래식 전력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준혁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