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리포트-진화하는 서울의 중심을 가다

‘광화문’은 조선왕조의 주궁인 경복궁이 자리 잡은 곳이다.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지였던 곳이 바로 광화문 일대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던 강남(GBD)과 함께 광화문 일대의 시내 중심가(CBD), 금융 오피스가 몰려 있는 여의도(YBD)는 부동산 시장, 특히 오피스 빌딩 시장의 주요 권역으로 꼽힌다.

광화문은 이 세 구역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이 이뤄진 지역이다. 이에 따라 강남과 여의도에 비해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많은 것 또한 이 지역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에 들어서 있는 총면적 3만㎡ 이상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 또한 아직까지는 광화문 일대다.

2010년 12월 현재 서울의 3만㎡ 이상 오피스 빌딩은 총 250개로 광화문 일대에 35.9%, 강남에 24.0%, 여의도에 13.4%가 밀집돼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 여지가 많은 강남과 여의도에 비해 광화문 지역은 이미 개발이 완료돼 있는 구도심에 속했다.

1990년대까지 높이가 100m 이상 되는 건물을 짓지 못했던 개발 규제도 고층 빌딩과는 거리가 먼 지역색이 나타난 배경이다. 하지만 고도 제한이 풀리고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 지역의 스카이라인이 껑충 높아졌다.

세종로를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금호아시아나빌딩과 흥국생명 본사, 오피시아빌딩, 세안빌딩 등은 아담한 건물 일색이었던 지역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서쪽에 이어 최근에는 세종로 동쪽 지역의 개발도 활발하다. 교보빌딩과 파이낸스센터가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인근의 개발 속도가 서쪽 지역에 비해 미진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미국대사관 뒤 이마빌딩 옆 나대지 개발과 옛 한국일보 자리에 들어선 ‘트윈트리’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빌딩 옆은 애초 호텔과 주상 복합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들어갔지만 현재는 업무·문화 시설이 합쳐진 복합 오피스텔 건축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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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주거·문화의 중심 광화문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면서 인근의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교통·쇼핑 등 생활 여건이 좋고 직장도 가까운 도시 고소득자들의 도심 회귀 현상이 진행되는 것 또한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 시세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정부청사 뒤쪽에 몰려 있는 종로구 내수동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경희궁의아침’ 52㎡의 매매가는 올 들어서만 1000만 원이 올라 3월 17일 현재 1억85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00만 원이나 오른 시세이지만 매물이 나오는 대로 바로 소진된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말이다. 전셋값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50만 원 정도 올라 현재 1억1500만 원 수준이다.

삼청동 일대의 변신도 놀랍다. 경복궁 돌담길을 지나 청와대 입구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삼청동길은 10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들만 다니는 한적한 골목길에 가까웠다. 하지만 미술관·박물관·카페·레스토랑 등이 몰리면서 지금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명소로 변신했다.

작년 말 서울시정연구원이 서울의 상권을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청동길에 자리 잡은 미술관·박물관·영화관 등의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4000여 곳에 이르고 식당·카페도 1290여 개나 모여 있다. 하지만 삼청동길은 입지 특성상 높은 건물이 들어서기 힘들고 대규모 개발에도 한계가 있어 소규모 업소들 위주인 현재의 모습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에는 임차료가 급등하면서 바로 옆 가회동까지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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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 용산

광화문 일대가 구도심의 리모델링 차원이라면 용산은 대대적인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대표 지역이다. 용산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던 주거지역과 철도 수송 위주의 낡은 이미지, 여기에 성매매집결지 같은 기피 시설까지 들어서 있던 서울의 최고 낙후 지역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용산은 과거의 이런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용산 개발의 중심에는 전체 면적만 56만6800㎡에 이르는 ‘국제업무지구’가 있다. 지급보증 문제가 불거져 좌초 위기를 겪기도 한 국제업무지구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이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끌어내며 위기를 넘긴 상태다.

용산구 한강로3가 40의 1과 서부이촌동 일대를 포함하는 국제업무지구는 국제 업무 기능을 갖춘 서울의 부도심이자 명품 수변 도시로 탈바꿈한다는 청사진이다. 비즈니스·주거·호텔·쇼핑 등 복합 시설을 갖춘 620m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해 국제 여객터미널 등 총 예상 사업 규모만 28조 원에 이르는 신도시급 개발 사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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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국제업무지구 외에도 한남뉴타운·이촌전략정비구역·한강르네상스 등의 개발 호재가 큰 곳이다. 용산가족공원 개발로 도심 녹지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 역시 용산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용산을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꼽은 이들이 많다. 강북과 강남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서울시 균형발전의 핵심이 용산이라는 것. 여기에 서울의 중심부에 자리해 강남과 강북은 물론 마포·영등포·여의도 등과도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은 용산 개발의 핵심이다.

또한 이태원동을 축으로 형성된 외국인 상권은 국제업무지구 등과 연계, 향후 서울 시내에서 환경과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개발의 핵심인 국제업무지구가 불투명한 일정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등의 신축과 분양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림산업·삼성물산·포스코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주상복합 아파트 ‘용산 트라팰리스’ 493가구를 오는 10월 분양할 예정이다. 3월에는 전쟁기념관 인근 문배지구에 주상복합 230여 가구 건설 허가가 나기도 했다.

현재 용산구 대우아이빌8차 66㎡는 최근 1년간 1000만 원이 올라 1억95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세가는 더 올랐다. 같은 기간에 2000만 원이 올라 현재 1억3500만 원 선이다. 용산파크자이 56㎡의 매매가도 2000만 원 오른 1억9750만 원 선이다. 주상복합 현대하이페리온 231㎡는 5000만 원가량 올라 현재 18억~21억 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도 있다. 이촌동 강촌아파트 132㎡는 최근 1년간 1000만 원이 떨어져 10억3300만 원 선이다. 신계동의 신계e-편한세상도 분양가 대비 시세가 다소 떨어지면서 109㎡가 7억~9억 원 사이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