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들어간 LIG건설 왜?

LIG건설이 3월 21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LIG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리가’로 잘 알려진 시공 능력 평가 47위의 중견 건설사다. LIG건설은 LIG그룹 계열사인 TAS가 2006년 인수한 ‘건영’을 2009년 인수한 ‘한보건설’과 흡수·합병한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LIG건설은 금융권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면서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LIG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1조 원 정도이며 오는 3~5월 만기가 돌아오는 1500억 원 규모의 PF 대출에 대해 금융권은 만기 연장이 불가하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되면서 워크아웃을 추진하기 위해선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채권단의 전체 동의를 얻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택한 이유로 전해지고 있다. 채권단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들이기 때문이다.

의문스러운 점은 왜 LIG건설이 대주주의 유상증자를 통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워크아웃 등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방안을 포기하고 곧바로 법정관리라는 카드를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존 대주주는 대부분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을 포기하는 것은 LIG그룹 대주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LIG그룹의 대주주 구성을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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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포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옛 LG그룹에서 분가한 LIG그룹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LIG손해보험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한 방산업, LIG건설을 중심으로 한 건설업이다. 이 중 LIG손해보험은 그룹의 뿌리이자 주력사라고 할 수 있다.

LIG손해보험의 전신은 LG화재다. 지난 1999년 LG그룹에서 독립한 LIG손해보험은 구인회 LG 창업자의 첫째 동생 구철회 LG 창업고문의 일가가 대주주다. 구철회 고문의 장남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 삼남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을 거쳐 현재 사남 구자준 회장과 전문경영인 김우진 사장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경영되고 있다.

주목할 인물은 LIG손해보험의 최대 주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지분 7.14%)이다. 2002년에 설립된 LIG넥스원은 지난 2004년 7월 LG이노텍으로부터 방위산업 부문을 양수받아 전자·전기 관련 부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2009년 말 LIG넥스원의 매출액은 9664억 원, 영업이익은 408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LIG넥스원의 최대 주주는 LIG홀딩스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동생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과 함께 LIG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26.80%씩 가지고 있다.

건설 부문 주력사였던 LIG건설의 최대 주주는 지분 73.3%를 가지고 있는 TAS다. TAS의 최대 주주는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으로 각각 지분 14.31%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IG그룹 비금융 부문, 특히 방산 부분은 이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중심의 오너십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LIG넥스원의 지배회사인 LIG홀딩스에 대해 구본상 부회장과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의 지분율이 50%를 훌쩍 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상 부회장은 LIG홀딩스는 물론 이미 지난 2007년부터 LIG넥스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반면 LIG그룹 금융 부문은 LIG화재의 최대 주주가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긴 하지만 사실상 창업자 2세인 구자준 LIG 회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LIG손해보험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구철회 LG 고문 일가를 중심으로 19명에 달한다. 적게는 0.01%에서 시작해 이들 모두의 지분을 합해도 26.03%에 불과하다. 오너 한두 명의 입김이 쉽게 작용하지 않는 구조다.

특히 구본상 부회장과 동생 구본엽 부사장이 각각 LIG손해보험 지분 5.88%(352만7870주), 2.80%(168만1420주)를 넥스젠캐피탈이란 곳에 담보로 잡혀 있다. 사촌 구본욱 씨와 아버지 구자원 회장도 각각 2.61%(156만6810주), 4.68%(290만9230주)의 지분을 넥스젠캐피탈에 담보로 잡혀 있다. 즉 실질적으로 지분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구본상 부회장과 구본엽 부사장 등이 지분 담보 대금을 LIG건설 인수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TAS는 지난 2006년 국민은행 등으로부터 3850억 원의 인수 금융 지원을 받아 LIG건설을 인수했다. 당시 조달 자금은 TAS의 부채로 남아 있다. 이 중 넥스젠캐피탈이 TAS에 1247억 원의 여신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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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젠캐피탈’ 주목해야

LIG건설은 상황이 좀 복잡하다. 구본상 부회장, 구본엽 부사장이 지분을 각각 14.31%씩 가지고 있긴 하지만 구창모 씨와 구영모 씨도 이들과 똑같이 지분 14.31%씩을 가지고 있다. 구창모 씨와 구영모 씨는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의 손자들이다.

비록 건설 부문에 구본엽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재직하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구본상·구본엽 형제가 건설 부문의 성장을 바탕으로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려 했다는 분석도 있긴 하지만 확실한 ‘주인’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위치였다.

결국 기울기 시작한 LIG건설에 증자나 보증 등을 통한 대규모 그룹 차원의 지원은 애초에 대주주들이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어 어려웠다는 뜻이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 사업이 잘되면 모르겠지만 자칫 손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상 부회장이나 구본엽 부사장은 담보로 잡혀 있는 LIG손해보험의 주식까지도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LIG건설과 직접적인 관계가 별로 없는 LIG손해보험 대주주는 더욱 그렇다. 직접적인 손해는 물론 대주주 특수관계인이라는 지위도 잃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LIG손해보험이 보험회사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보험회사는 리스크(위험) 관리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15%가 넘는 LIG손해보험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는 넥스젠캐피탈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넥스젠캐피탈은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손자회사로 인수·합병(M&A)과 관련한 구조화 금융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그간 긴급히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우호적 투자 명목으로 접근해 자금을 지원한 뒤 기업과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손실 발생 시 무조건 기업이 손해를 보전하는 형식으로 부를 쌓아 왔다.

물론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 등이 넥스젠캐피탈에서 조달한 자금의 상환 능력에 대해 긍정적이다. LIG넥스원 등 방산 부문의 실적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 LIG넥스원의 상장도 예정돼 주간사까지 결정된 상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