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사상 최대인 1025만6000명을 기록해 여성의 경제 자립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7.3%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여성 평균인 61.5%를 밑돌고 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25세부터 29세까지는 69.8%의 비교적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이다가 30대 초반부터는 50%대로 급속히 하락했다. 즉, 우수한 여성 인력이 20대 후반까지는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다가 임신·출산과 육아 때문에 30대 초반에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다. 55세 이상이 되면 경제활동 참가율은 33.4%로 뚝 떨어져 20대 후반까지 일했던 여성들의 반 이상이 일을 그만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육아 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 및 근로시간 계좌제 등을 도입하며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적극 지원,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를 통한 ‘육아 문제의 해결’이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많은 워킹 맘들은 회사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인사상 불이익, 만성적인 야근, 예측하지 못한 회식 등을 꼽았다. 즉, 여성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가 모성보호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도움 없이는 실질적인 실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타워스왓슨이 2010년 조사한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에 대한 보상 및 복지 혜택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직원들 간의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중요하다.
한국 직장인들은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덕목 가운데 직원 복지 항목을 중요하다고 꼽은 반면, 경영진이 직원들의 만족 및 복지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7%에 그쳐 글로벌 평균인 38%에 크게 못 미쳤다. 물론 여성 직장인에 국한된 조사는 아닐지라도 직원 복지에 대한 기업 내의 관심과 지원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여성의 지속적인 고용 창출을 원한다면 워킹 맘에 대한 기업의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관리자는 사내 워킹 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함으로써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소통하고 향후 경력 개발에 대한 비전을 심어줌으로써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킹 맘뿐만 아니라 동료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팀원 전체의 생산성을 강조,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리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먼저 워킹 맘과 함께 일하는 사내 문화를 정립해 나갈 때 많은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워킹 맘의 문제는 결코 여성이 혼자 짊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며 기업과 사회가 함께 나서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 여성지 ‘워킹마더(Working Mother)’는 매년 워킹 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25주년을 맞이한 이 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린 기업은 존슨&존슨과 IBM 두 곳이다.
IBM은 전 직원의 30%가 여성이며 임원급 가운데 41%도 여성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모두 합해 고작 50여 명에 불과하다. 여성 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먼저 일터에서부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박광서 타워스왓슨 한국 사장
약력 : 호주 모나시대 경영학 리서치 석·박사 수료. 1996년 타워스페린 입사. 96년 타워스페린 한국 사장. 2003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현). 2010년 타워스왓슨 한국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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