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자동차 벨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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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 워커힐호텔 옥외 행사장에 주차된 현대자동차의 벨로스터들을 보는 순간 노랑·빨강·주황·연두·파랑의 원색 물결이 눈을 즐겁게 했다. 더욱이 노란색은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R, 쏘울에 쓰이던 다크옐로가 아니라 원색에 가까운 선명한 노란색이다. 2000년대 이후 현대차에는 처음 쓰이는 색상이다.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기존 양산 차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전하지 못했던 감성적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차”라고 소개했다. BMW 미니, 닛산 큐브, 기아차 쏘울과 같은 ‘펀(fun)’한 차가 그간 현대차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현대차가 이제는 판매뿐만 아니라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독특한 차를 만들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벨로스터에는 기존의 양산 차와 다른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도어 쿠페라는 것. 기아차 포르테 쿱처럼 기존 쿠페형 차는 좌우 도어가 2개뿐이었다. 쿠페형 차에서 뒷좌석은 형식적으로 또는 비상용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실용적인 목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벨로스터는 조수석 방향의 도어를 2개로 만든 비대칭 형태를 국산차 최초로 적용했다. 아쉽게도 국내 시판 중인 승용차 중에서는 BMW 미니 클럽맨이 이미 좌1·우2의 비대칭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거의 쓰지 않는 운전석 쪽 뒷문을 없애면서 운전석의 측면 시야를 확보하고 조수석 쪽의 편의성을 높였다. 벨로스터 역시 쿠페형 세단이라 뒷좌석이 형식적이지만 뒤쪽 도어를 통해 가방이나 장바구니 등 간단한 짐을 실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엔진·변속기는 신형 아반떼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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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후면부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C필러를 최대한 좁게, 낮게 만드는 쿠페처럼 벨로스터도 뒷좌석이 다소 희생됐다. 성인 남자가 탔을 때 무릎이 편하지 않고, 머리도 천장에 거의 닿을 듯하다. 뒷좌석 시트 한가운데는 컵 홀더를 만들어 아예 앉지도 못하게 해 놨다. 다만 국내 시장 상황 상 뒷좌석에 사람이 탈 수 있어야 하다 보니 리어 루프의 높이가 조금은 어정쩡한 편이다.

대신 뒷바퀴 휠하우징을 최대한 양 옆으로 돌출시켜 스포츠카의 느낌을 풍기게 했다. 타이어는 17·18인치 휠이 적용됐다. 차량 색상과 동일한 색의 트림이 들어간 18인치 휠은 작은 체구의 벨로스터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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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엔진(1.6GDI)과 변속기(자동6단)는 신형 아반떼(FD)와 동일하다. 2.4 GDI(직분사)나 2.0TGDI(터보직분사)가 들어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현대차 측은 “고배기량 엔진을 얹으면 좋겠지만 가격이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신형 아반떼의 1.6GDI 엔진만 해도 10년 전에는 2000cc가 넘어야 나오는 140마력짜리다. 가속페달을 쭉 밟으면 시속 160km까지는 쉽게 가속되고 힘겹지만 시속 180km까지도 가능하다.

가속페달, 스티어링 휠, 서스펜션은 팽팽한 활시위처럼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이다. 엔진 출력만 아쉬울 뿐 완성도 자체는 굉장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경기도 가평의 연속으로 굽은 도로를 고속으로 공략하는데도 쏠림 없이 바닥에 착 붙어가는 느낌이 일품이다. 가격은 신형 아반떼 최고급형과 비슷한 1940만 원, 2095만 원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