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일본 지진 피해 성금
일본의 대지진 참사 이후 국내에서 일본 이재민을 도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배용준 등 한류 스타에서부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종교 및 시민단체 등도 일본에 성금을 모아 보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일본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국내 기업 중 성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은 성금을 전달한 곳은 온라인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의 일본 법인 엔씨재팬은 지진 피해 복구 성금으로 5억엔(약 7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5억 엔은 엔씨재팬의 한 달 매출 전액에 상당한다. 엔씨재팬은 엔씨소프트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작으로 2001년 설립됐다.
그리고 자동차용 안전 유리 생산 업체인 KAC(Korea Autoglass Corporation)는 3월 16일 일본 지진 피해 복구 성금으로 5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쾌척했다. 충남 연기군에 있는 KAC는 국내 KCC그룹과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지난 2008년에 합작으로 세운 회사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사 설립 이후 아사히글라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돈을 많이 벌었다”라며 “이번엔 우리가 일본을 도울 때라는 사내 의견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 약속한 듯 14억 원으로 통일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두 회사가 거액을 선뜻 내놓은 이유는 두 회사 모두 일본과의 합작사이고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성금은 1억 엔(14억 원) 규모지만 구호 세트 2000개, 의류 2만8000장과 함께 갤럭시탭 2400대, 배터리 9만5000개, 충전 젠더 5만 개, 무상 수리 센터 등 통신 장비를 지원했다. 구호물품까지 모두 합치면 삼성의 지원 규모는 총 6억2000만 엔(87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자체 인명구조단 3119구조대 10명과 삼성의료원 중심의 의료봉사단 11명을 피해 지역에 파견했다.
삼성을 비롯한 롯데·LG·SK·포스코·현대자동차그룹·신한금융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14억 원을 성금으로 내놨다. 약속이나 한 듯이 통일한 14억 원의 성금은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경쟁적으로 성금액을 늘려가던 모습과 차이를 보인다. 쓰촨성 지진 때 삼성그룹은 3000만 위안(당시 환율 기준 약 45억 원), LG그룹도 1700만 위안(약 26억 원)을 전달했었다.
일본의 구호 성금이 1억 엔으로 통일된 이유는 과도한 도움을 거절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도요타·파나소닉·소니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이 지진 피해 성금으로 1억~3억 엔(42억 원)을 낸 점도 고려했다.
성금 1억 엔은 일본 기업 문화와 일본인들의 성향 등을 감안해 결정한 금액으로 경제 대국에다 자존심이 강한 일본에 무턱대고 다가가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은 자칫 결례가 될 수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금전적인 지원을 늘리기보다 복구 지원 활동의 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재계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던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기부 행렬도 눈에 띈다. SM엔터테인먼트가 10억 원, YG엔터테인먼트는 5억 원, JYP 엔터테인먼트는 3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