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및 국내에 어떤 영향 미치나

세계 경제

이번 대지진 사태는 일본 경제성장률 1%포인트, 세계경제 성장률 0.4%포인트를 후퇴시킬 것으로 보인다. 2010년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보면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위치해 있고 세계 GDP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대지진으로 당초 올해 1.6%로 예상된 일본 경제성장률에 1%포인트의 차감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국 성장률 하향 효과를 감안하면 당초 올해 4.4%로 예상된 세계 경제성장률에 0.4%포인트 정도의 하향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 기조가 이번 대지진 사태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동북부 피해 지역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 정도이고 핵심 산업의 상당 부분이 집중된 도쿄 남서부 지역은 이번 사태에서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대일본 수출 및 서비스 공여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세계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 은행들, 기준금리 동결

[일본 대지진·원전 폭발] 엔화, 중·장기 약세…국내 채권 강세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일본판 뉴딜 추진, 긴급 유동성 공급,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번 대지진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신속히 복구하기 위해 대규모의 부양 조치와 함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경기 부양을 위한 일본판 뉴딜 정책의 추진을 밝혔는데 2010 회계연도 예산 잔여분 2000억 엔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건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본은행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를 동결(0~0.25%)하고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엔화는 단기적으로 강세 여건 하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기업과 보험사들이 각각 복구 및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투자 자금을 환수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현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7이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하고 공조하기로 결정하면서 엔화 초강세 현상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복구 및 보상 자금 수요는 엔화에 상당 기간 강세 압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엔화는 재정 악화, 대규모 자금 방출 등에 따라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에 걸친 피해 복구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원전 폭발] 엔화, 중·장기 약세…국내 채권 강세
일본 대지진은 원유 및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제약 요인이나 중동·북아프리카(MENA) 사태 추이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 유가는 이 두 가지 요인의 밸런스 변동에 따라 당분간 등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지진 사태로 일본 정유 공장의 원유 수입이 감소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 유가 제약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가 아직 해소되지 못했고 중동 민주화 바람이 잠복 중인 점은 유가 강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일본 원전 파괴에 따른 전력 공급량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화력발전을 확대한다면 새로운 원유 수요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제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대지진으로 확대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우리 수출과 내수 경기에 상당 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 및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여파로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소비 및 설비 투자, 건설 투자 증가세가 당초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적으로 이번 대지진 사태가 촉발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는 우리나라 GDP 성장률에 0.4%포인트 하향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교역 측면에서 기회와 도전 요인도 동시 발생했다. 더욱이 대일 가격 경쟁력이 상당 기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한국의 전체 수출 대상국 중 3위이고 수입 대상국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일본 경제의 상황은 한국의 대외 교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일본 대지진 사태로 당분간 일본과의 교역 규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수출 관점에서는 생필품 관련 소비재의 대일 수출이 확대될 소지가 커 보인다. 그러나 핵심 부품이나 소재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업체는 원부자재 구득난에 따른 가동상의 애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지진 피해 복구 수요 증가로 품질 경쟁력과 지리적 이점을 갖춘 우리 산업에 많은 기회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더 커져

[일본 대지진·원전 폭발] 엔화, 중·장기 약세…국내 채권 강세
일본 지진 피해 복구와 관련해 철강, 건설 중장비, 석유화학, 건설 기자재 등의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세계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자동차 등은 일본의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품질 안정화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반사적 수혜도 기대된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약세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일 가격 경쟁력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원·달러 환율은 일본 지진 사태의 후속 처리, 방사능 피해 확산 정도 등 향후 추이에 따라 당분간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가늠할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의 중·장기 추이에서 우리나라 환율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하게 연동돼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원전 폭발] 엔화, 중·장기 약세…국내 채권 강세
또한 이번 사태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 폭의 축소가 예상되고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에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연평균 원·달러 환율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2011년 예상치: 기존 1085.6원→ 수정 1110.3원). 다만 중·장기 추세 관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 수급 부족이 예상되지 않기 때문에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채권시장에 단기적 강세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통화 당국의 정책 변수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본 대지진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당분간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을 심화시키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비중 강화, 통화 당국의 금리 인상 기조 유지 등을 감안해 볼 때 금리는 상당 기간 박스권을 점차 높여 가는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대지진·원전 폭발] 엔화, 중·장기 약세…국내 채권 강세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

성균관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학 석사. 쌍용경제연구소. KIET.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