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값 폭행’의 잘못 알려진 진실

이른바 ‘맷값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최철원 전 M&M 대표의 변호인 측이 1심 판결에 항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대표의 변호인 측은 피해자인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 씨 폭행 사건이 전치 2주에 해당하지만 사회적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 형량이 1년 6개월로 지나치게 무겁게 선고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된 항소이유서를 보면 “원심은 피해자 유홍준이 폭력 행사의 단초를 제공하고 그 피해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정도에 그치며 2000만 원을 공탁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는 바, 이는 통상적인 폭력사건에서의 법원 양정 기준에 훨씬 벗어나 피고인에게 과중한 책임을 부과한 것이며 여론의 영향을 받은 판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방송 보도 내용도 일부 달라

<YONHAP PHOTO-1291> 소환되는 '맷값 폭행' 최철원씨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린 뒤 '매값'이라며 2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M&M 전 대표 최철원 씨가 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0.12.2

    seephoto@yna.co.kr/2010-12-02 14:35:1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소환되는 '맷값 폭행' 최철원씨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고용승계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를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때린 뒤 '매값'이라며 2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M&M 전 대표 최철원 씨가 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0.12.2 seephoto@yna.co.kr/2010-12-02 14:35:1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최 씨는 지난 2월 8일 재판부로부터 △2010년 10월 18일 유 씨를 폭행하고 ‘맷값’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건넨 혐의 △유 씨에게 건넨 2000만 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 수단의 위험성, 각 범행에서 나타난 피고인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는 성행, 우월적인 지위와 다수인을 내세운 사적 보복이라는 범행 자체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양형 요소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판결문에는 기존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보도한 내용과 다른 부분도 있다. 시사매거진 보도에서는 2010년 10월 18일 유 씨가 용산 사무실로 불려와 무릎 꿇고 기다리고 있었고 최 씨가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폭행을 가한 후 계약서 2장(차량 매매 계약서, 각서)을 내밀고 사인하도록 했다고 방송했다.

하지만 판결문에 따르면 유 씨는 사무실에 온 후 화물차량 2대를 5000만 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유 씨의 계좌에 5000만 원이 이체됐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유 씨가 추가로 돈을 더 줄 것을 요구하자 최 씨가 그동안 업무를 방해한 것을 따지면서 2000만 원을 주는 대가로 야구방망이로 유 씨의 엉덩이를 20회 때리겠다고 제의하자 유 씨도 제의에 응한 것으로 돼 있다. 유 씨는 ‘어떠한 청구나 권리 행사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즉, 방송에서는 폭행과 계약서 작성의 선후 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검찰이 CCTV 녹화물을 확인한 결과 유 씨가 사무실로 간 시각(오후 1시 44분)으로부터 31분 후에 유 씨의 통장에 5000만 원이 이체된 것이 찍혔고(오후 2시 15분) 유 씨는 2시 48분에 사무실을 떠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대해 “최철원이 유홍준을 폭행하기 전에 차량 매매 계약서와 각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유홍준이 폭행·협박에 의해 위 문서들을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폭행이 먼저인지, 계약서 작성이 먼저인지는 일반인에게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지만 법정에서는 최 씨가 유 씨를 부른 이유가 폭행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인지 의도와 목적에 따라 형량에 영향을 끼친다.

최 씨 변호인 측은 검찰과 재판부가 인정한 ‘계약이 폭행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사실을 파고들며 최 씨가 의도된 폭행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저질렀다는 것을 강조해 정상참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유 씨가 최 씨의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최 씨의 측근과 함께 옥상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던 점에 비춰 보아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조서에서 지적했다.

그리고 폭행이 있었던 다음날인 10월 19일 유 씨는 최 씨의 측근에게 ‘기분이 쿨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현재 최 씨는 지난해 12월 8일 구속돼 4개월째 서울구치소에서 형을 살고 있다. 유 씨는 최근 최 씨 변호인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